▲ 구로세 안통 양식장 옆 갯바위에 함께 내린 장훈 씨가 감성돔을 걸어 파이팅을 벌이는 장면. 이곳은 아침에 그늘이 지는 포인트로 여름 낚시에 인기가 좋은 포인트다.

폭염이 절정에 이른 시기에 대마도를 찾았다. 혹시나 의외의 시원한 바람이 불거나 특이한 기후로 대마도는 선선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부산보다 2~3도는 더 뜨겁게 느껴졌고 습도까지 높아 숨 쉬기조차 어려웠다. 더욱 고통스러웠던 건, 그 와중에 눈치 없이 연달아 물고 늘어지는 고기들 때문에 탈진했다는 점이다.

대마도는 주로 봄과 겨울에 많이 찾는 낚시터다. 봄에는 대물 감성돔, 겨울에는 벵에돔을 노리고 여름에는 원투낚시인들이 돌돔이나 다금바리를 목적으로 찾는다. 사실상 여름과 가을은 찌낚시 비수기다. 물론 요즘은 선상 찌낚시 붐이 일어 계절 관계없이 찾긴 하지만 한여름은 무더위 탓에 발길이 뜸한 게 보통이다.  

이번 취재는 지난 20년간(?) 계획만 세워 오던 프로젝트를 실행해볼 생각으로 찾은 출장길이었다. 릴찌낚시를 좋아하는 나는 벵에돔낚시보다 감성돔낚시에 더 애정을 갖고 있다. ‘벵에돔이 기법이 아기자기하고 손맛도 강력해서 좋다’는 사람이 많지만 체질상 나는 감성돔이 맞는다. 일단 벵에돔낚시는 ‘너무 바쁘고’ 채비 구성과 다루는 과정 또한 꼼꼼하고 정교해야 한다. 게으른 내 스타일과는 상반해외된다. 

그런데 벵에돔이 감성돔보다 파워가 좋다는 일반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입질 받자마다 목줄이 팅팅 나가고 굴로 처박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과연 그게 100% 파워 때문일까? 순간적으로 처박는 순발력 하나는 인정하지만 전반적인 지구력에서는 감성돔에 크게 뒤진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실제로 같은 40cm를 걸었을 때, 감성돔은 초반 질주 이후 뜰채에 담길 때까지 저돌적인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반면 벵에돔은 초반에 ‘와라락~’ 했다가 정신없이 이쪽저쪽 휘젓고 다니는 게 전부다.(벵에돔이 그렇게 힘이 세면 1.2호나 1.5호 목줄은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굵게 쓰면 입질이 없다며 목줄을 가늘게 쓰면서, 그 가는 목줄이 이빨이나 수중여 쓸려 터지면 또 힘이 세서 놓쳤다고 말한다)

아무튼 감성돔 마니아로서 대마도 특히 아소만은 환상의 낚시터가 틀림없다. 일본에서도 아소만은 히라도의 미야노우라, 오도열도의 다마노우라와 더불어 봄에 70cm 오버급을 노려볼 수 있는 빅3 낚시터로 꼽힌다. 다만 앞서 언급한 두 곳에 비해 대마도는 일본 본토에서 너무 멀고 비용이 많이 들어 인기가 없을 뿐이다.(오히려 한국에서 가는 게 빠르고 비용도 싸다) 

여름에는 어느 포인트에서나 감성돔 잘 낚여 

내가 ‘아소만 여름 감성돔낚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0년대 후반 무렵, 민병진 대표로부터 들은 얘기 때문이다. 

민병진 대표는 “당시 쯔리켄사 사장 다나카 조신 명인으로부터 아소만 감성돔 시즌에 대해 재미난 설명을 들은 적 있다. 그때는 나도 손님으로 대마도를 찾던 때다. 다나카 명인의 말에 의하면, 감성돔 씨알은 4~5월 봄 산란기에 가장 굵지만 포인트가 한정적이고 모 아니면 도식의 낚시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7~8월이 되면 40~50cm급이 거의 전 포인트에서 양호한 마릿수를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로 아소만 감성돔의 산란 피크는 4~5월로 알려지나 올해는 산란 특수가 조용히 지나갔다고 한다. 국내 바다와 마찬가지로 대마도도 이상 고수온 현상의 영향을 받는 중이다. 

이번 한여름 아소만 감성돔낚시 출조에는 나 외에도 4명의 낚시인이 동참했다. 양산에서 온 장훈 형제 그리고 올해 칠순을 맞으신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친구분과 동행한 김요한 씨였다. 릴찌낚시 매니아인 장훈 씨 형제는 10년 전, 찌낚시를 막 배울 때 우키조민숙을 처음 와봤고 당시의 기억을 살려 다시 찾아온 케이스였다. 

▲ 상대마도 히타카츠항에 도착한 촬영팀이 민숙집의 승합차에 짐을 싣고 있다.

장훈 씨는 “요즘 대마도의 다른 민숙들은 선상낚시 출조 패턴이 많더라구요. 그런 집은 선상낚시 갈 때 우리를 포인트에 내려놓고 가라고 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포인트 이동, 출조 시간 조율 등 여러 면에서 불편합니다. 그에 앞서 우리는 갯바위낚시만 할 것이므로 선상낚시 위주의 민박집으로는 갈 이유도 없지요. 그래서 우키조민숙을 찾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나는 김요한 씨의 효행에 너무 감동을 받았다. 김요한 씨는 “젊었을 때 나로도와 거문도를 섭렵하셨던 아버님의 칠순을 맞아 어떤 선물을 해드릴까 하다가 대마도 갯바위낚시를 생각해냈습니다. 아버님이 평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죠. 그래서 일정을 잡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김요한 씨는 낚시에는 큰 흥미는 없었다. 오로지 아버님의 갯바위낚시를 보조하기 위한 동행이었다. 

이렇게 나를 포함해 폭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겁 없는 5명의 낚시인은 민숙 도착과 동시에 갯바위 출조에 나섰다. 어르신 일행은 민숙집에서 가까운 방치된 수상좌대(과거 양식장 관리와 창고로 쓰던 시설로 민병진 씨가 매입했다)에서 워밍업을 했고 장훈 씨 일행은 이름 모를 포인트로 들어갔다. 나는 10년 전에 갔던 오자키마을 앞 ‘구로다로’라는 포인트로 들어갔는데 벵에돔과 감성돔이 함께 낚이는 유명한 자리다. 

그러나 낚시 시작 1시간 만에 예상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작렬하는 태양과 높은 습도에 온몸에 땀띠가 나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 것. 어느 순간 ‘자칫하다간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 곧바로 쿨러에서 얼음물을 꺼내 머리에 붓고 얼음물 적신 수건으로 머리를 감았다. ‘지금 이 순간 바닷물로 뛰어들어야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얼마나 더웠는지 상상이 될 것이다. 우산을 꺼내 그늘을 만든 후 얼음물 수건을 머리에 얹고 앉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이날은 오후 3시에 나와 2시간 동안 30~35cm급으로만 7마리의 벵에돔을 낚았으나 좀처럼 감성돔 입질은 없었다. 확실히 지난 6월에 왔을 때보다 잔챙이 벵에돔이 증가한 것은 특징이었다. 철수길에 살펴보니 다른 팀들의 조황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잔챙이 벵에돔과 벤자리가 주로 낚였고 장중혁 씨가 5짜급을 한 마리 올린 게 전부였다.

▲ 구로세 안통 포인트에 내렸던 장훈 형제가 들물에 발판이 잠기자 최대한 위쪽으로 이동해 낚싯배를 기다리는 모습. 대마도에는 이런 자리들이 많다.

▲ 옛 양식장 관리 시설인 수상좌대에 내린 김철수 씨 일행. 여름에는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좋고 감성돔 조황도 뛰어나다.

▲ 기자가 대마도 입성 첫날 구로다로라는 포인트에서 올린 벵에돔 조과. 30~35cm급이 주로 올라왔다.

▲ 장중혁 씨가 아소만 출조 첫날 5짜 감성돔을 낚고 기뻐하고 있다.

▲ 3kg짜리 밑밥 크릴과 집어제. 일본의 찌낚시용 크릴은 3kg짜리가 보편화돼 있다.

둘째 날 오후에 터진 감성돔 초대박 

대박은 둘째 날 오후에 터졌다. 나는 이날 오전에 장훈 형제와 함께 구로세 안통 인근 그늘자리로 들어갔는데 장훈 씨가 오전 10시경 52cm 감성돔을 올린 것을 빼곤 별다른 재미가 없었다. 그나저나 그늘이 지는 곳인데도 나는 너무 더워 탈진 상태가 됐고 결국 도시락을 배달온 낚싯배를 타고 11시경 민박집으로 철수했다. 

장훈 씨 형제와 두 어르신은 오후에 이누가노구비라는 포인트로 이동해 낚시를 이어갔고, 무더위에 고생은 했지만 드디어 소문으로만 듣던 초여름 다대기 조황을 만났다. 장훈 씨 형제가 45~50cm급 감성돔과 청돔 등으로 8마리, 두 어르신도 7마리가 넘는 감성돔과 굵은 벵에돔을 올렸다. 터트린 고기가 낚은 고기보다 더 많았으며, 철수 두 시간 전까지 소나기 입질이 들어왔다고 한다.  

두 어르신은 90년도 초반에 나온 유양사와 선우사의 오래된 낚싯대를 썼고 찌도 저부력이 없어 민병진 씨가 급하게 세팅해준 G2 찌를 사용했다고. 이날 오후는 조력과 채비에 상관없이, 감성돔이 물밀듯 밀려온 케이스였다. 

조과를 보자 오전에 철수해 민박집 에어컨 밑에서 행복해했던 나는 속이 쓰렸다.(그러나 최근 들어 체력이 완전 고갈된 나로서는 아마도 그때 갯바위에 남았으면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장훈 씨가 잠길찌 채비로 낚아낸 52cm 감성돔. 대마도 감성돔은 머리가 크고 체색이 거무튀튀한 게 특징. 따뜻한 바다에 살아서 그런지 생김새에 비해 힘은 그다지 세지 않다.

▲ 장중혁(왼쪽), 장훈 형제가 원정 둘째 날 오후 구로세 안통 포인트에서 올린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장중혁 씨가 들고 있는 고기는 청동(헤다이)로 같은 씨알이라도 감성돔보다 힘이 센 어종이다.

▲ 둘째 날 오후에 감성돔 대박 조과를 만난 부산팀. 왼쪽부터 김철수, 정봉근, 김요한 씨로 오후 3시경부터 소나기 입질을 받아냈다.

아소만 감성돔은 오전보다 오후가 찬스   

셋째 날은 계획을 달리했다. 이미 대박 조황은 한 번 만났으니 오전에는 쉬고 체력 안배를 위해 오후 1시에 출조하기로 했다. 실제로 아소만에서는 이 공략법이 매우 효율적이다. 

이유는 과거 아소만 진주양식장의 작업 시간이 오후 3시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조류가 거의 없는 아소만에서는 감성돔이 작업과정에 떨어져 나오는 각종 부산물을 주어먹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다. 그 작업 소음과 먹잇감이 그 어떤 물때보다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셋 째날 오후 조황은 예상과 달리 꽝 수준이었다. 이날은 감성돔은 물론 벵에돔도 쓸만한 씨알이 걸려들지 않았다. 진입하는 포인트마다 돌 틈에서 쉬고 있는 감성돔이 목격되고 물 위에 떼를 지어 회유하는 모습이 발견됐는데 너무 높은 수온 탓에 활성이 정상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아마도 전날 오후는 운 좋게 물속 조건이 좋아지면서 감성돔이 폭발적으로 달려든 것으로 추측됐다)

▲ 셋째 날 구로세 마을 맞은편 갯바위에 내린 장훈 형제. 조류 소통이 좋은 이곳은 감성돔과 참돔, 벤자리가 잘 낚이는 자리다.

결국 이번 원정은 둘째 날 오후 한 타임만 대박을 맞고 철수하게 됐다. 아쉽긴 했지만 어찌 보면 준수한(?) 조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낚시가 잘 되는 섬을  찾아가도 전체 일정 중 대박을 맞는 날은 고작 하루 정도지, 전체 일정 내내 호황을 맞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타이밍을 잘 못 골라 그 흔하게 낚이는 감성돔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일행들의 풍족한 조황을 확인한 것만으로 아소만 여름 감성돔낚시의 폭발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온이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늦여름에 다시 한 번 아소만을 찾기로 하고 올해 두 번째 대마도 여정을 마쳤다. 

▲ 우키조민숙의 낚싯배를 타고 구로세 포인트에서 철수 중인 낚시인들.

▲ 저녁식사가 마련돼 있는 우키조민숙의 식당.

▲ 낚시를 마친 촬영팀이 저녁식사에 앞서 건배를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저녁식사를 마친 촬영팀이 야외 테이블에서 뒤풀이를 즐기고 있다.

▲ 아버지 김철수(우측) 씨의 칠순을 맞아 대마도 출조를 선물한 김요한(왼쪽) 씨. 부산에서부터 몰래 준비해 온 케이크를 꺼내놓아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우키조민숙의 아침식사. 저녁식사와 더불어 정통 일본식으로 식사가 나온다.

예약 문의 우키조민숙 010-5249-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