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충남 홍원항 보구치 배낚시

서해 조황 부진 타파 일등공신 납시오!

이영규 기자

▲ “여름에는 보구치만한 고기가 없지요.” 서울에서 출조한 이형은(왼쪽), 최선주 씨가 홍원항 앞바다에서 올린 보구치를 자랑하고 있다.

올해 서배 배낚시 최고 인기 어종은 보구치다. 흔히 백조기로도 불리는 보구치는 서해 인천부터 남해서부, 남해중부권에 걸친 폭넓은 해역에서 잡히는 어종으로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호황을 보인다.

‘아니 올해 서해 배낚시 최고 인기 어종이 보구치라고? 참돔, 광어, 우럭 같은 단골 인기 어종을 놔두고 웬 보구치 타령이냐고?’ 의아해할 낚시인이 많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생각을 갖는 낚시인이라면 올해 서해 배낚시 출조를 자주 못 가 최근 상황을 잘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

거두절미하고 올해 서해 배낚시는 부진의 연속이다. 참돔 타이라바는 초반에 반짝하고 열기가 식었고 농어 외수질도 부진에 허덕였다. 대표 어종인 우럭 조황마저 부진해 우럭 배낚시 메카 안흥과 신진도 선장들도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광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초반 인천권 대광어낚시 외에는 눈에 띄는 호황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 배낚시에 올라온 수조기(위)와 보구치. 최근 들어 수조기는 음식점의 ‘보리굴비’ 대용으로도 쓰이고 있다.

여타 어종 부진에 한 달 일찍 보구치 출조 시작

▲ 보구치낚시를 전문 출조하는 홍원항 원조낚시의 프린스2호.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충남권 낚싯배 선장들이 일찌감치 대상 어종을 전환했다. 보통은 7월 중순경부터 돌입하던 보구치 배낚시를 올해는 6월 말부터 출조 상품으로 내놓은 것. 원래 보구치는 6월 초부터 내만으로 들어오지만 그때는 씨알이 잘고, 보구치보다 훨씬 고급어종으로 꼽히는 고기들이 한창 잘 낚일 때라 관심을 두지 않을 때다. 그러나 올해는 여타 어종들의 초반 조황이 부진하자 일찌감치 보구치 배낚시로 전환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초반부터 마릿수 조과가 쏟아졌고 8월 중순 현재까지도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취재를 위해 찾아간 서천 홍원항 원조낚시의 프린스2호도 일찌감치 보구치 배낚시로 출조 상품을 바꾼 케이스였다. 원조낚시 대표 나종석 사장의 말이다.

▲ 서천 홍원항의 배낚시 전문 가이드 나종석 선장.

“원래 우리는 5월 중순부터 농어 외수질을 출조했습니다. 7월 중순까지는 매년 꾸준한 조황이 이어져 단골이 많았었지요. 그런데 올해는 바다가 예년 같지 않아요. 씨알과 마릿수가 크게 떨어졌고 손님도 줄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보구치 배낚시를 일찍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 “시원하게 냉국 한 그릇 하시죠.” 프린스2호 나종석 선장이 손님들에게 미역냉국을 서비스하고 있다.

나종석 사장의 설명처럼 올해 서해 바다 조황은 최근의 경기 불황과도 맞물려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주중에는 뜸하고 주말에만 예약이 밀린다’고 하소연했으나 현재는 주말에도 빈자리가 남아돌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꽝이 없고 늘 풍족한 마릿수가 보장되는 보구치 배낚시를 대표 출조상품으로 내놓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이번 취재일은 배낚시 물때로서는 썩 좋지 못한 8물이었음에도 적잖은 낚시인들이 찾아와 낚시를 즐겼다. 네이버 휴스크래프크 카페 회원 이소영 씨는 “요즘처럼 조황이 부진할 때는 보구치 배낚시만한 낚시가 없습니다. 우리는 원래 참돔, 농어, 광어 같은 어종을 주로 찾아다니는데 요즘은 보구치 배낚시로 손맛과 입맛을 달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