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8일 울진 왕돌초 해상으로 출조한 이동현 씨가 110cm 부시리를 수면으로 올리자 이프로1호 윤행원 선장이 뜰채를 대고 있다.

전국적으로 부시리 캐스팅게임이 시작된 것은 비교적 오래전 일이다. 2010년부터 제주도를 비롯해 전남 여서도와 동해 어청도가 중심이 되어 캐스팅게임이 이뤄졌다. 당시에도 미터가 넘는 부시리가 낚였다. 하지만 부시리라는 어종이 몸값이 높지 않다보니 그 인기가 꾸준하게 유지되지 못했다. 여름에 50~60cm 알부시리가 많이 낚이는 날은 부시리가 천대받기 일쑤였다. 여기에 당시에는 대부시리를 전문으로 노리는 선상찌낚시가 성행했고 ‘루어로 선상찌낚시 기록을 깨기 어렵다’는 편견이 지배적일 때라 부시리 캐스팅게임이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바다루어낚시 인구가 증가하고 빅게임에 입문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 결과 정통 빅게이머들이 직접 낚싯배를 운항하는 사례가 늘면서 고집스레 캐스팅게임을 이어나갔다. 그 노력으로 서해 외연도, 완도 여서도와 사수도, 동해 왕돌초에서는 대부시리 캐스팅게임이 완전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지깅의 인기를 뛰어 넘었다.

제주도는 1년 내내 캐스팅게임이 가능한 포인트로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부시리 포인트로 알려지며 일본, 중국, 호주에서도 원정낚시를 올 정도로 성장했다.

빅게이머의 목표는 단 하나, 더욱 더 큰 부시리다. 예전 같으면 120cm만 넘어도 괴물이란 소리를 들었지만 요즘은 120cm 부시리를 동메달이라고 부른다. 130cm는 은메달, 140~150cm를 금메달로 부르고 160cm를 넘으면 ‘역대급’이라 표현한다. 현재 국내 부시리 기록은 김태민 씨가 제주 위미 앞바다에서 크릴 미끼를 사용한 찌낚시로 올린 163cm다. 그러나 올해도 동서남해 각지에서 기록을 깰 후보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낚시인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낚싯배 시동 끄자마자 상어가 출현

지난 7월 18일, 울진 오산항에서 출항하는 윤행원 선장의 이프로1호를 타고 왕돌초 부시리 캐스팅게임 취재에 나섰다. 테일워크 필드스탭 김동진 씨와 울산 레저마트 배광호 과장과 동행이었으며 출조 인원은 총 9명이었다.

▲ 울진 오산항에서 왕돌초 해역으로 부시리 캐스팅게임 출조를 나가는 이프로1호.

오산항에서 5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왕돌초 해역. 이곳은 물속에 큰 수중여가 있는데 그것을 왕돌초(왕돌짬)라 부른다. 완전히 해가 뜨지 않았지만 낚시인들은 준비한 장비를 들고 캐스팅을 시작했다. 장비와 채비는 빅게임 전용대에 14000번 스피닝릴, 합사 8호, 쇼크리더 150lb, 펜슬베이트 180mm를 사용했다.

▲ 동이 트기 전부터 캐스팅을 하고 있는 낚시인들.

부시리는 물때도 중요하지만 해가 뜰 무렵 피딩타임에 입질이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본격적인 입질이 들어오려면 한 시간 남짓은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뱃머리를 정렬하고 배 시동을 끄자마자 상어가 나타났다. 상어가 나타났다는 것은 부시리를 노린다는 뜻이고 이미 왕돌초 주변에 부시리가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캐스팅을 시작하자마자 입질이 들어왔다. 첫 부시리는 윤현종(울진반도낚시) 씨가 받았다. 올라온 녀석은 80cm이었다.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입질하는 상황인가 싶었다. 올라오는 씨알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김동진 씨가 드디어 미터급 부시리를 올리더니 연이어 뱃전에 선 낚시인이 대부분에게 입질이 들어왔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 입질을 받으니 번잡해져 파이팅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윤행원 선장 혼자 뜰채질을 해야해 어떤 낚시인은 스스로 낚싯줄을 잡고 부시리를 올리는 ‘셀프랜딩’을 했다.

▲ 대부시리 캐스팅게임 장비. 캐스팅 전용 로드에 대형 스피닝릴을 사용한다.

▲ 뜰채질 할 시간이 부족해 목줄을 잡고 부시리를 올리고 있다.

▲ 배광호 씨가 랜딩하는 중 뒤에 선 이호성 씨도 부시리를 걸었다.

▲ 미터급 부시리를 걸어 파이팅하고 있는 김동진 씨.

110~120cm만 10마리 이상 히트

초반에 올린 부시리는 대부분 100~110cm였다. 그러나 목표는 누가 뭐래도 150cm 오버다. 10년에 걸친 출조에도 120cm급도 못 만난 낚시인이 있지만 두세 번 출조만에 140~150cm 부시리를 만나는 낚시인도 있다. 기록은 운도 따라야 한다.

오전 11시가 되자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시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입질했다. 보통 한두 시간 폭발적으로 입질하면 입질이 끊어지기 마련인데, 취재일은 어찌된 영문인지 입질이 끝이질 않았다. 가끔 올라오는 80~90cm급은 낚는 족족 방생했다.

그러다가 배광호 씨의 파이팅이 길어지는 것이 목격되었다. 스풀이 역회전하자 윤행원 선장이 “크다~ 크다~”를 외쳤다. 올려보니 120cm 부시리였다. 부시리는 10cm만 커져도 파워에서 큰 차이가 난다. 140cm급으로 부시리가 커지면 보통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 110cm가 넘는 대부시리를 낚은 배광호(울산 레저마트 과장) 씨.

▲ 이동현 씨가 120cm 부시리를 올리자 윤행원 선장이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정오가 되어 서둘러 점심을 먹고 캐스팅을 시작하니 계속 입질이 들어왔다. 인천에서 온 이호성 씨는 이미 10마리가 넘는 부시리를 낚는 호황이었다. 화성에서 온 최무준 씨, 인천에서 온 이근성 씨는 정오를 넘겨 120cm급 부시리를 견인, 승선한 낚시인 전원이 4~5마리씩의 부시리를 낚는 데 성공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140~150cm급 부시리가 물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미터급 부시리가 지배적인 상황에서는 더 큰 부시리는 잘 물지 않는다는 법칙이 이날도 맞아 떨어졌다. 기록급 씨알을 못 만난 건 분명 아쉬웠다. 그러나 110~120cm 부시리를 마릿수로 만나는 날도 흔치 않으니 취재일은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은 친 셈이다.

왕돌초 부시리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가을이 되면 부시리의 체고가 훨씬 높아져 더욱 큰 힘을 쓴다. 아울러 완도, 제주도, 남해동부권 부시리도 본격적인 대물 시즌을 맞는다. 대부시리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 이동현 씨가 철수 직전 싱킹 펜슬베이트로 입질을 받아 파이팅하고 있다.

▲ 왕돌초에서 미터 오버 부시리를 낚은 낚시인들. 상단부터 순서대로 이호성(지깅고스트), 배광호, 윤현종(울진반도낚시), 김동진(테일워크 필드스탭) 씨.

▲ 취재당일 낚인 부시리 최대어. 120cm가 조금 넘는다.

▲ 지난 7월 27일 이프로2호를 타고 울진 왕돌초로 출조한 오진택 씨가 132가 넘는 부시리를 낚아 기념 촬영했다.

■출조문의 울진 이프로1호 010-4876-8886, 이프로2호 010-4728-6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