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마실지는 논 사이에 있는 아담한 소류지로 아직 낚시인의 손을 많이 타지 않았다. 수심이 얕고 연안으로 줄풀과 뗏장수초가 자라는 항아리형 저수지다.

장마가 지나간 직후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을 찾던 중 경북 상주에 있는 가마실지라는 소류지로 출조했다. 가마실지를 찾게 된 동기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구미낚시인 류해용 씨의 추천 때문이다. 류해용 씨의 말에 따르면 최근 4짜급 붕어가 오전 7시~11시 사이에 잘 낚인다고 했다. 

가마실지의 주소는 상주시 공검면 부곡리 766. 1945년에 준공한 2천여 평의 아담한 소류지다. 배스가 유입된 지 7년 전후인 배스터이며 잉어와 붕어, 가물치도 서식한다. 

▲ 가마실지 옆에 있는 수로로 이어진 수로관. 수로관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다.

한눈에 들어오는 2천평 규모 소류지 

지난 7월 30일 오전 11시. 울산에서 출발해 정오 무렵 소류지에 도착했다. 저수지에는 몇몇 낚시인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이내 구미에서 출발한 류해용, 박경태, 김병철 씨가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가마실지는 규모가 작아 한눈에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제방에서 상류를 봤을 때 좌측 상류 논자리에 김병철 씨와 류해용 씨가, 상류 중앙에는 박경태 씨가 자리를 잡았다. 제방과 제방 우측 자리는 비어있었고 주변 연안으로 줄풀과 뗏장수초가 발달해 있었다. 

연안 수초 군락이 좋아 보이고 그 주변으로 큰 수로관이 놓여 있는 제방 우측 상류에 자리를 잡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마실지는 수로관을 통해 저수지로 물을 유입할 수 있는 시설이 상류에 있었다. 

내 자리는 다른 곳보다 뗏장수초가 많았다. 뗏장수초의 밀집도가 높지 않고 주변 수심이  1.5m 이상 나와서 무더운 날씨를 감안하면 무난한 자리라고 판단했다. 특히 수로에 물이 들어올 때는 수로관 주위로 붕어가 자주 몰린다는 생각에 조과가 더욱 기대되었다. 

▲ 상류 논자리에 자리 잡은 류해용 씨가 아침낚시를 위해 미끼를 갈아주고 있다.

철수한 낚시인의 4짜 조과 소식에 심쿵  

류해룡 씨 일행은 긴 대 위주로 폈다. 오전에 철수한 낚시인들이 아침에 긴 대에서 4짜급 붕어를 낚았다는 소식을 들어 필자도 긴 대와 짧은 대를 함께 폈다. 긴 대는 마름수초가 있는 중앙으로 채비를 안착시켰고 짧은 대는 뗏장수초 언저리를 공략했다. 수심은 1.5~1.8m. 채비를 모두 넣어보니 좌측 제방 방향은 수심이 깊어지고 우측 상류 방향은 수심이 얕아지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곳이라 2.4칸 대부터 6.0칸 대까지 편성했다. 

촬영팀은 저녁을 먹기 전에 차에 모여 시원한 커피로 더위를 식히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를 하던 류해룡 씨가 “오전에 철수한 낚시인은 어제 초저녁과 오늘 아침에 4짜 두 수와 준척 서너 수를 낚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류해룡 씨의 말에 고무되어 날씨는 덥지만 일찍 저녁을 해결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 밤낚시를 준비했다. 

일행 모두 옥수수 미끼를 사용했으나 초저녁에는 전반적으로 입질이 없었다. 자정 무렵이 되어야 내 우측에서 낚시한 박경태 씨가 턱걸이 월척 한 수를 낚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더 이상은 입질이 없어 나는 아침낚시에 집중하기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그런데 낚시텐트 안에 누워 바깥 풍경을 보고 있으니 우측 세 번째 찌가 살짝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서둘러 신발을 신는 순간 뗏장수초 언저리에 붙여둔 찌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잽싸게 낚싯대로 손이 갔지만 총알이 덜컥 걸리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목줄이 터지고 말았다. 이후로는 별다른 입질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 가마실지에서 사용한 옥수수 미끼.

배수만 없었다면 월척 몇 수는 더 했을 텐데...

새벽 5시에 여명이 밝아올 무렵 5.4칸 대에 입질이 와 챔질하니 38cm 월척 붕어가 올라왔다. 비슷한 시간대에 박경태 씨도 준척 붕어 한 마리를 추가했고 류해용 씨도 잉어 입질을 받아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로도 여러 마리의 준척 붕어와 잉어가 낚였다. 

▲ 필자가 가마실지에서 낚은 38cm 붕어.

가마실지는 오전 7시부터 굵은 붕어가 낚인다는 정보를 들었기에 취재팀 모두 아침낚시에 집중했다. 박경태 씨와 김병철 씨가 연속으로 입질을 받았지만 찌를 늦게 확인해 헛챔질이 되고 말았다. 류해용 씨도 찌를 옆으로 끌고 가는 입질을 받았으나 초릿대 찌날라리가 터졌다. 결국 채비는 통째로 끌려가고 말았다. 

오전 8시가 됐을 즈음 어디선가 오토바이 한 대가 저수지로 올라왔다.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배수구를 열었다. 그 모습을 본 필자 일행은 미련 없이 낚시를 포기하고 철수를 준비했다. 

이번 취재에서 필자 일행의 조과는 월척 2수와 준척 3수 그리고 잉어 1수가 전부였다. 배수만 없었다면 좀 더 나은 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농사에 필요한 물대기가 우선 아니겠는가. 이맘때 낚시인들이 겪어야할 숙명이라 생각하고 철수를 서둘렀다. 

▲ 취재팀이 가마실지에서 낚은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좌측부터 류해용, 박영태 씨, 필자.

▲ 가마실지에 살고 있는 유기견. 낚시인이 주는 밥을 먹고 살아서 사람을 잘 따른다.

내비 입력 상주시 공검면 부곡리 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