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좌대 진입 후에도 멈추지 않았던 폭우. 많은 비 때문에 흙탕물로 변했다.

장맛비가 오랫동안 지속되던 지난 7월 14일이었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려 많은 희생자와 이재민이 발생한 날이기도 했다. 

아침부터 호우경보가 내렸고 마음도 찜찜했지만 짐을 다시 풀기는 싫었다. 일단 비를 피할 수 있는 좌대낚시터 위주로 출조지를 정했고 마침 생각 난 곳이 이천시 설성면에 있는 성호낚시터였다. 

오전 중에는 오락가락 가벼운 비만 내린다기에 동출 할 조우를 찾았고 심우현 씨가 걸려들었다. 오후 2시가 지날 즈음 성호낚시터에 도착, 상류 노지 포인트를 살펴보니 전날까지 내린 많은 비로 흙탕물이 되어 있었다. 낚시 여건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성호낚시터는 여러 번 찾았지만 주로 걸어서 들어가는 연안 좌대를 이용했고 배를 타고 들어가는 수중좌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붉게 변한 탁한 물을 가르고 좌대로 들어가다 보니 주말인데도 빈 좌대가 꽤나 보였다. 

10만평 규모, 최신 시설 좌대 설치  

관리실 맞은편의 마름밭을 바라보는 수상좌대에 도착해 보니 양쪽 옆으로 문이 달려있어 옆에서 부는 비바람을 막아주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바닥도 시멘트로 되어 있어 꿀렁거림이 없었다.

좌대에 오르자 바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잠시 방에 들어가 쉬다가 비를 맞으며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앞쪽으로 마름군락이 길게 늘어서 있어 그 앞에 찌를 세우려다 보니 4.0칸 전후의 긴 낚싯대가 필요했다. 수심이 2m가량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수상좌대에 들어간다고 해서 긴 대는 모두 차에 빼놓고 왔던 터라 난감했다. 결국 4.0칸 이내의 낚싯대로 모두 10대를 편성하였다.

미끼로는 옥수수와 옥수수 어분 글루텐을 준비했다. 자생새우를 채집하다 보니 5분 만에 미끼로 쓰기에 충분한 굵은 새우가 40여 마리 들어가 새우도 미끼로 써보기로 했다. 새우를 미끼로 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이 들어왔다. 그러나 찌가 몸통까지 올라오는데도 걸려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옥수수와 새우를 건드리던 녀석은 10cm 정도 크기의 작은 블루길이었다. 그리고 이따금 글루텐에 10~15cm의 작은 붕어가 걸려들었다. 잔챙이들이 너무 덤벼 피로감이 몰려온 바람에 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성호낚시터는 수면적 10만평의 대형급 평지지로 수초가 잘 발달되어 있어 붕어낚시에 최고의 조건을 가진 낚시터다. 하늘에서 보면 저수지 형태가 대한민국 지도 형상을 닮았다고 하며 저수지 전체에 부들, 갈대 외에도 마름이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2019년에 낚시터를 인수한 김흥태 사장은 낚시를 좋아하는 열혈 낚시인 출신으로 성호낚시터를 멋진 낚시터로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깨끗한 최신식 시설의 수상좌대를 투입하는 것은 물론 씨알 좋은 토종 대물 붕어를 지속적으로 방류해오고 있다. 

좌대의 경우 신형 좌대 19동, 구형 좌대 8동 등 모두 27동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수상좌대는 4동이며 나머지는 잔교로 연결된 연안 좌대다. 노지에도 중형급 텐트를 올릴 수 있는 접지좌대가 최상류와 하류에 설치돼 있어 편안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수상좌대 내부에는 에어컨, 냉장고, TV, 커피포트 등이 있고 온수보일러도 설치돼 추운 계절에도 따뜻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내부 벽은 편백나무로 마감해 깔끔하다.

▲ 최신식 시설로 단장한 성호낚시터 수상좌대

▲ 미끼로 사용한 옥수수와 자생새우.

오르락 내리락 수위 변동에 고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TV를 시청하다가 오후 6시쯤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일어났다. 오후 3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잠시도 쉬지 않고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다. 워낙 많은 비가 내려 은근히 걱정되기는 했지만 수상좌대에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여 된장국을 끓여 저녁식사를 했다. 이 된장국에 채집한 새우를 잔뜩 넣고 끓였더니 그 어느 맛집 된장국보다도 맛이 있었다.

해가 지자 미끼를 모두 새우로 달았다. 낮에 그렇게 심하게 달려들던 잔챙이 붕어와 블루길 입질은 뜸해졌다. 낚싯대 두 대만으로 잔챙이들의 찌올림에 흠뻑 빠졌던 심우현 씨도 대편성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하였다. 계속되는 폭우 속에서도 입질은 간간이 들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씨알은 잘았고 커봐야 6~7치의 붕어가 나오더니 늦은 밤이 되어서야 9치급 붕어가 낚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10분 간격으로 붕어는 나오는데 어찌된 일인지 27~30cm의 9치급 붕어만 올라왔다. 이때까지도 강한 비는 계속 내렸고 수위도 조금씩 오르더니 거의 1m 이상이나 수위가 올라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림수위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급격한 수위변동 속에서의 낚시는 어려울 것 같았다(다음날 알고 보니 많은 비로 인하여 하류권에 복잡한 문제(?)가 생겨 수문을 닫았었고 문제가 해결되면서 다시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 뻘물 상황에서 대편성 중인 심우현 씨

▲ 준척급 붕어를 자랑하는 심우현 씨.

▲ 연이어 올라온 준척급. 아쉽게도 월척은 만나지 못했다.

수위 안정, 물색 맑아지면 호황 재현할 듯 

일찍 잠자리에 들어 푹 쉬고 일어나 보니 새벽 4시였다. 늦은 밤 빗줄기가 약해지더니 새벽에는 잠시 비가 그쳤다. 수위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낚시에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오름수위에 잦은 입질을 해 주던 붕어들이 모두 깊은 곳으로 이동했는지 입질은 뜸했다. 

▲ 밤낚시 모습. 연안 쪽 마름밭 앞을 공략하고 있다.

아침시간에는 끌고 가는 입질에 동자개가 나오는 등 잠시 입질이 이어졌지만 잔챙이 붕어만 올라왔다. 동이 트면서 잔챙이가 붙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침식사 후 철수를 결정했다. 다른 좌대에서도 큰 씨알의 붕어는 나오지 않은 것 같았으며 월척급으로만 몇 수씩 손맛은 보았다고 한다. 

좋지 않은 일기 속에 열심히 낚시를 했지만 이렇다 할 조과도 없이 월척 붕어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준척급 붕어 5수 등의 미흡한 조과라 아쉬움이 남았다. 이곳은 4짜 붕어도 많은 곳이라 손맛 보기 좋은 곳인데 필자만 가면 왜 붕어들이 숨어 버리는지 모르겠다. 조만간 수위가 안정되고 물빛도 맑아지면 평소의 호황을 재현할 것이다. 그때 다시 한 번 성호낚시터를 찾기로 했다. 

▲ 필자가 올린 조과.

내비 입력 성호낚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