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류 마름밭을 공략 중인 모습. 높은 수온 탓인지 곳곳에서 녹조가 보였다.

많은 비가 내리며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 장마가 끝나며 연일 폭염으로 힘든 시기가 이어지던 지난 7월 29일. 그나마 조황 소식이 들려오는 서산 풍전지를 찾았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결국 8월 4일에 다시 풍전지를 찾았고 이번에는 모처럼 보트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지난주 찾았을 때 어느 보트 낚시인이 씨알 좋은 붕어를 마릿수로 낚은 걸 구경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가을, 주꾸미낚시를 위해 여러 차례 바다에서 보트를 타긴 했지만 붕어낚시로는 3년 만이었다. 

한창 뜨거울 때인 오후 1시에 도착해 그늘에서 잠시 쉬고 오후 3시에 보트를 펴기 시작하였다. 저수지에는 한 분의 낚시인이 그 뜨거운 날씨에도 낚시를 하고 있었고 입질이 들어오는지 가끔씩 챔질 하는 모습도 보였다. 

무더운 날씨라 쉬엄쉬엄 보트를 폈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이 흠뻑 젖었다. 보트에 바람을 채우고 물로 들어갈 때쯤은 보트 내 공기가 뜨거워지면서 팽창돼 빵빵했다. 이럴 때는 평상시보다 70~80% 압력으로 바람을 채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배스 자원 다시 증가 중인 풍전지 

뜨거운 햇살 아래 보트를 너무 오래 방치하면 안 될 것 같아 서둘러 짐을 싣고 보트를 띄웠다. 우선 지난주에 많은 보트가 보였던 상류권으로 올라가니 갈대, 부들 그리고 수중 수초가 아닌 여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수심도 1.5m정도라 한여름 수위로는 얕은 듯해 조금 더 하류권으로 내려와 마름밭의 빈구멍을 찾아 찌를 세웠다. 미끼로는 뽕어분 글루텐을 사용하였다. 수심은 3m 가까이 나왔고 마름 군락이 넓게 퍼져 있는 곳이라 대물 붕어가 나올 것 같은 기대도 되는 곳이었다.

서산 풍전지는 만수면적 21만평짜리 준계곡지로 1944년에 완공된 대형 저수지이다. 인근 잠홍지 성암지 등과 함께 서산권 3대 저수지로 불리었지만 지금은 잠홍지가 낚시 금지구역이 되면서 태안과 서산의 경계에 있는 인평지와 함께 다시 3대 저수지로 불리고 있다.

풍전지는 오래전 배스가 유입돼 붕어 개체수가 급감, 한때는 낚시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몇 년 전 갈수기 때 잠수부들을 동원한 배스 소탕 작전을 벌인 이후 다시 붕어 개체수가 많아지면서 입질도 살아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다시 배스 개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해 머지않아 다시 터 센 대물터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남는다. 지난달 이어진 장맛비로 취재 당시는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제방 좌측 중류권의 산비탈과 펜션 앞이 명당 포인트로 꼽힌다. 또한 상류권 전원주택 앞은 보트를 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보트낚시인들이 많이 찾으며 수초가 잘 발달돼 보트낚시를 하기에도 좋은 여건이다.

▲ 여귀 군락 앞에 세운 찌.

좌안 도로 주차공간 좁아 주민과 갈등 빚기도

풍전지는 4짜급 붕어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주로 보트낚시에 올라오고 노지에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따금씩 허리급 월척이 나오기는 하지만 7~8치의 붕어가 마릿수로 나와 나름 손맛 보기 좋은 곳이다. 그러나 이런 삼복더위에는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미끼로는 어분글루텐이 잘 먹히며 지렁이도 가능하지만 옥수수와 새우미끼에 굵은 붕어가 잘 올라온다.

저수지 규모와는 달리 주차공간이 협소하다. 지난해에는 도로가 좁은 제방 좌안 산비탈 포인트와 팬션 앞 등에 주차한 낚시 차량 때문에 주민들과 마찰이 있었다. 그 바람에 낚시금지 현수막이 붙는 등의 갈등이 있었기에 주차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마름밭에 첫 포인트를 잡았지만 바람에 따라 마름이 이동하며 찌를 끌고 다녀 어쩔 수 없이 공간이 넓은 곳으로 몇 차례 옮기다 보니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동안 입질조차 보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흘러 상류권 여귀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동 후 3.4칸부터 4.0칸까지 모두 9대를 편성하였다. 대편성 중 찌를 몸통까지 올리는 멋진 입질이 들어와 챔질하니 6치 정도의 잔 붕어였다. 이후 잦은 입질이 들어왔지만 쓸만한 씨알은 없었고 그만그만한 잔챙이만 올라왔다.

글루텐 반죽을 하려고 물을 떠 보니 버너에 덥힌 듯 따끈따끈했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수온이 떨어지는 밤 9시 이후에나 입질이 살아날 듯 보였다. 잔챙이 성화에 미끼를 옥수수로 바꾸려 했지만 차에 놓고 오는 바람에 쓰지는 못했다.

▲ 생태공원장 예정지 둑에서 낚시 중인 낚시인들. 입구에 주차하고 걸어 들어가야 한다.

▲ 풍전지 좌안의 펜션단지

찬바람 불며 수초 죽으면 조황 살아날 듯 

낮에는 6치급 잔챙이가 성화를 부렸고 밤이 깊어가자 씨알이 조금 커지는 듯 했다. 밤 9시경 드디어 9치급 붕어가 낚이더니 밤 10시가 지나면서 이날 최대어인 35.5cm의 허리급 붕어가 나와 주었다. 이후 더 큰 대물붕어를 기대하며 늦은 밤까지 기다려 보았지만 오히려 입질의 빈도는 줄어들었다. 

전날 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의자에 앉은 채로 졸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이날도 폭염주의보가 내렸기에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서둘러 철수했다.

필자가 철수하려고 보트를 접고 있는데 전날 마름 앞에서 낚시하시던 분도 마침 철수를 하였다. 조황을 물어보니 3박 낚시를 했으며 허리급 이상을 비롯 월척으로만 20여수 이상을 낚았다고 했다. 사진을 찍을까 했으나 이미 모두 방생했다고 해 아쉬웠다.

할 수 없이 그분에게 필자의 조과라도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철수하는 중에도 기온이 급격하게 오르며 땀으로 옷을 적시다 보니 연안 조황을 살펴 볼 힘도 없어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이런 삼복더위에는 출조를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출조였다. 

출조 당시 풍전지는 전역이 수초로 덮여 있었다. 조만간 찬바람이 불면 수초도 서서히 죽으면서 좋은 낚시 여건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 밤 10시경 35.5cm를 올린 필자.

▲ 필자가 올린 35.5cm 월척을 계측하고 있다.

▲ 필자가 올린 하룻밤 조과.

가는 길 내비에 ‘풍전저수지’를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