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는 어천지 좌안 하류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수붕사 밴드 회원들.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어천리에 있는 어천낚시터는 토종붕어를 방류하는 곳이다. 7만5천평의 중형지지만 평지형이라 붕어들의 회유가 활발해 낚시가 잘 된다. 올해 초여름에는 가뭄 탓에 조황이 부진하다가 7월 중순 장마 시작에 맞춰 대박 조황이 펼쳐졌다. 제대로 된 오름수위 특수였다.

사실 내가 어천낚시터를 찾았던 7월 15(토요일)일은 배수, 즉 내림수위가 한창일 때였다. 목요일까지만 해도 오름수위라 곳곳에서 호황이 펼쳐졌지만 금요일 밤부터 갑작스럽게 배수가 시작돼 조황이 죽어버렸다. 주말을 기해 또 한 차례 폭우가 예보돼 있고, 주말에는 담당 공무원들도 쉬기 때문에 홍수 예방 차원에서 수문을 연 것으로 추측됐다. 

취재일 만난 어천낚시터 오현섭 사장은 “하필 배수일 때 오셔서 난감하네요. 그저께만 해도 월척을 혼자 열 마리나 올린 사람이 있었거든요. 어젯밤부터 입질이 뜸해졌는데 오늘 밤은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내가 어천낚시터를 찾게 된 것은 수붕사 밴드의 이성혁 밴드장 때문이었다. 노지 토종붕어낚시 전문가인 그는 “전국 저수지와 하천이 뻘물인 상황이라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토종붕어 유료터를 노려볼 생각이다”라고 전해왔기 때문이다. 이성혁 씨가 선택한 곳이 어천낚시터였는데 마침 나도 장마철 어천낚시터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어 동행 취재를 결정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오름수위 특수다.  

밤새 10cm씩 수위 내려가는데도 4짜 불쑥 

▲ 밤낚시 풍경. 전방의 고가철로 위로 KTX 열차가 지나고 있다.

어천낚시터는 경사가 완만한 평지지로 가뭄 때는 저수위로 고전한다. 그러나 큰 비가 오면 그만큼 오름수위 특수를 제대로 맞는 특징을 갖는다. 흔히 말하는 ‘물빨’을 제대로 받는 곳이다. 나는 작년과 재작년에도 어천낚시터의 첫 장마를 노려 취재를 성공했던 터라 올해도 은근히 기대가 됐다. 

어천낚시터가 매력적인 이유 중 또 하나는 풍부한 토종붕어 자원 때문이다. 매 주말 수십 킬로그램 이상의 토종붕어를 방류해 자원조성에 힘쓰고 있으며 여기에 기존에 서식하던 ‘바닥붕어’까지 가세해 늘 양호한 조황을 보인다. 

하지만 취재일은 하룻밤 새 10cm 이상 물이 빠지는 상황이라 상황이 심각했다. 1~2cm 배수도 치명적인데 10cm 이상이라니....평소 같으면 낚시를 접는 게 맞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성혁 씨의 제안에 모두들 밤새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새벽에는 한두 차례 큰 입질이 오기 때문에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이성혁 씨의 예상. 

그리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주말에 늦게 도착한 우리는 상류 도로변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좌안 최하류 급경사 지대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날 홀로, 끝까지 날밤을 샌 이성혁 씨가 새벽 3시경 40cm 토종붕어를 끌어냈다. 새벽 2시 전에 7~9치가 서너 마리가 올라오더니 새벽 3시 무렵 찌를 몸통까지 올리는 시원한 입질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성혁 씨는 “어천낚시터는 KTX 열차가 저수지를 가로질러 운행해 다소 시끄럽습니다. 지금은 붕어들이 소음에 적응했지만 아무래도 대물들은 예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오늘처럼 붕어의 경계심이 높은 상황에서는 적잖은 영향을 미치죠. 열차 운행이 종료됨과 동시에 한방이 올 것 같았는데 그 예상이 맞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룻밤에 10cm씩 배수가 진행 중인데도 4짜가 낚이다니.... 어천낚시터의 풍부한 대물 토종붕어 자원+이성혁 씨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 수붕사 밴드장 이성혁 씨가 새벽 3시경 올린 4짜 토종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배수가 한창인 상황에서 입질을 받았다.

▲ 경원F&B 노지 필드스탭이기도한 이성혁 씨가 4짜 토종붕어를 올릴 때 사용한 오래오 떡밥을 보여주고 있다. 찰기가 강해 바늘에 장시간 붙어있는 게 장점이다.

▲ 아침에 턱걸이급 월척을 올린 수붕사 이성혁 매니저.

▲ 이성혁 씨가 거둔 밤낚시 조과.

장마 끝나자 수위 안정되며 전역에서 고른 입질 

8월로 접어든 어천낚시터는 수위가 안정되면서 조황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게 어천낚시터 오현섭 사장의 설명이다. 한때 새물유입구로 몰렸던 붕어들도 저수지 전역으로 퍼지면서 부교와 수상좌대에서도 고른 입질이 들어오고 있다. 

다만 그동안 최고 인기 포인트였던 최상류 새물유입구는 개울에서 모래가 잔뜩 밀려와 일부 포인트에서는 낚시가 어려워졌다. 새물유입구와 가까운 첫 번째와 두 번째 접지좌대 쪽이 특히  물밑 지형 변화가 심하다. 따라서 상류에 앉을 때는 포인트 선택에 더욱 유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외의 포인트에서는 어디서나 낚시가 자유롭다. 

어천낚시터의 연안낚시 입어료는 2만5천원. 수상좌대 이용료는 평일 구형 8만원(주말 10만원), 신형 10만원(주말 15만원)이다. 

▲ 개울에서 모래가 밀려든 최상류.

▲ 어천낚시터에서 장대로 잉어를 노리는 낚시인. 어천낚시터에는 큰 잉어도 많다.

▲ 어천낚시터에서 종종 올라오는 향어로 손맛을 즐긴 이재영 부매니저와 이화용 씨. 부자지간인 두 사람은 열혈 낚시인이다.

▲ 낚시터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는 수붕사 회원들. 인근에 식당이 많아 단체출조에도 적합하다.

▲ 어천낚시터 관리실.

▲ 바람막이가 설치된 부교. 공간도 넓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문의 관리인 010-5267-3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