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촬영한 범섬 북쪽 일대 포인트들.

연일 비 소식과 바람 탓에 출조 일정 잡기가 쉽지 않은 7월 초. 불순한 날씨는 낚시인의 눈길을 자꾸만 날씨 예보를 보게 만들었다. 지난 7월 5일, 장마 여파가 남아 있고 바람도 강한 날씨였지만 방구석에만 앉아있을 수 없어 서귀포에 있는 범섬을 찾았다.

전날 범섬 출조선 동명호 선장님께 전화를 해보니 범섬 남편은 너울 영향으로 하선이 불가할 것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 여파는 다음 주까지 주욱~ 이어질 것이라고 하니 범섬 직벽을 포함한 서코지, 동코지, 새끼섬 일대의 포인트는 포기하고 동편에 있는 웃(윗)십자에 내리기로 했다. 이곳은 남서풍과 너울 영향을 덜 받는 구간이다. 

오전 5시에 첫 배가 출항하기 때문에 밑밥을 준비하려면 4시까지는 법환포구에 도착해야한다. 법환포구에 있는 오현낚시에 도착하니 낚시점 불이 곧 바로 켜지며 문이 열렸다.

너울 피해 내린 웃십자 포인트 

▲ 장마철을 맞아 잔뜩 흐린 날씨를 보이는 웃십자 포인트에서 벵에돔을 노리는 필자

범섬은 대체로 수심이 깊고 조류 소통이 좋은 곳이라 여타 낚시터로 출조할 때에 비해 크릴 양을 넉넉하게 준비하고 밑밥 비중도 무겁게 하는 게 좋다. 오늘 내릴 포인트인 웃십자 역시 수심이 깊은 곳이기에 크릴 6장에 빵가루 1장 그리고 제가 요즘 즐겨 사용하는 밀기울 2kg과 집어력 좋은 파우더 1장을 섞은 밑밥을 준비했다.  

밑밥을 준비해 항구에 도착하니 한 팀이 먼저 와 있었다. 이윽고 6~7팀의 낚시인들이 더 모이고 승선 명부를 작성하고 5시에 출항했다. 항구를 벗어나자마자 예상대로 남편은 내릴 수 없음을 알려주는 너울이 일렁였다. 너울 때문에 당분간 장마철에 범섬 남편 하선은 불가할 것 같았다.

웃십자 포인트는 범섬 동편에 있으며 대정질을 지나 콧구멍 다음에 있는 포인트이다. 우십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보통 웃십자라고 한다. 알(아래)십자와 더불어 전형적인 들물 포인트이며 겨울철 북서풍이 불거나 여름철 남서풍과 너울이 있을 때 알십자와 더불어 남편 쪽 포인트 다음으로 선호되는 곳이다. 3~4명까지 낚시가 가능하며 직벽형 갯바위로 수심이 깊지만 지류대에 속해 조류 방향이 일정치 않은 것이 단점이다. 발 앞 수심이 5~10m이기에 잡어가 꽤 있는 편이므로 잡어를 발 밑에 묶어 두고 15m 이상 거리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 

33, 34cm 긴꼬리벵에돔 연타로 스타트 끊었으나... 

포인트 하선 후 어느 때와 같이 자리를 잡고 밑밥을 약 20분 정도 뿌리며 잡어 유무, 움직임, 속조류 방향을 파악한 후에 사용할 찌를 선택했다. 이것은 나의 변하지 않은 낚시 루틴이다. 

오전 8시가 간조라 썰물이 좌측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꾸준히 발밑에 밑밥을 주면서 잡어 움직임을 살피니 자리돔과 용치놀래기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움직임이라면 8m 이하보다는 그 위 수심에서 벵에돔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됐다. 

▲ 필자가 준비한 벵에돔 밑밥.

투제로(00) 찌를 선택 후 무봉돌 채비로 천천히 채비를 내리는 공략에 맞는 채비를 선택했다. 이날 필자의 채비는 낚싯대는 시마노의 000 1호-530, 원줄은 서서펜드 1.75호, 목줄은 1.75호를 약 8m정도 직결하고 스토퍼를 바늘로부터 4.5m 정도에 체결해 목줄 길이를 정했다. 채비 구성 자체는 이케나가유지 명인의 천조법과 유사한 방식. 바늘은 벵에돔바늘 5호를 묶고 찌 위 한 뼘 위에 나비매듭을 매어 찌가 안정적으로 위치하도록 세팅했다.

천조법은 봉돌을 달지 않고서도 비중 1.70의 카본 목줄 10m의 침력, 바늘 무게 그리고 크릴에 걸리는 수중 압력이 더해져 00호찌를 서서히 가앉히며 수중을 탐색하는 조법이다. 빵가루 미끼보다는 크릴을 미끼고 사용하고 수심 6~8m권을 공략할 때 효과가 좋다.

낚시 시작 후 30~40분 경과되었을 때 수심 6m 정도에서 33cm짜리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왔다. 그 순간 오늘은 ‘낚시 상황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잔뜩 들었다. 20분 후에 또다시 원줄을 가져가는 강렬한 입질이 찾아왔다. 34cm의 긴꼬리벵에돔었다. 나는 ‘이 정도면 오늘은 정말 대박이구나’ 싶어 신이 났는데 이것이 오늘의 가장 양호한 조과일 줄이야.... 

▲ 취재일 필자가 웃십자 포인트에서 올린 34cm 긴꼬리벵에돔.

철수 때 보니 가장 핫한 포인트인 큰동산에서 낚시한 네 명의 낚시인이 입질 한 번 못 받고 철수 중이었다. 다른 포인트에서도 거의 빈작을 면치 못했다(나는 철수 무렵 30cm에 못 미치는 벵에돔을 4마리 추가로 낚아냈다). 

아마도 최근 들어 제주도 전역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냉수대 영향이 이곳 범섬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철수 무렵 올라온 긴꼬리벵에돔.

▲ 크릴 미끼에 걸려든 노랑자리돔.

많은 비는 염분 농도 저하의 요인 

장마철은 벵에돔낚시의 특수기로 불리기지만 사실 너무 많은 양의 비는 빈작을 부르는 악조건이다. 또한 불안정한 수온 탓인지 지나치게 부상해 민감하게 입질하는 경우가 많아 입질 파악에 많은 애로를 겪기도 할 시기이다. 

7월 초 현재까지는 아주 심각한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장마가 끝나거나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표층과 심층의 수온 차가 줄어든다면 좋은 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폭우가 예상되는 시기는 다량의 민물 유입으로 염도가 낮아지는 악조건, 수온 불안정의 결과 등을 유발하므로 이때는 하루 반짝 날씨가 좋아졌다고 해서 무작정 출조에 나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