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덕도 천성항에서 레드호크호를 타고 출항한 낚시인들이 부산 형제섬 주변에서 문어를 노리고 있다.

여름은 두족류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치를 비롯해 오징어, 문어 등 다양한 두족류가 낚인다. 허나 올해는 조황이 작년 같지 않다. 기대했던 한치는 지역과 물때에 따라 조과 편차가 너무 크고 내만 살오징어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7월부터 문어 금어기가 풀리자 낚시인들의 관심이 문어로 쏠렸다. 문어 금어기는 5월 1일~9월 15일 중 46일 이상을 정해 지역별로 고시한다. 경남과 여수는 매년 5월 24일부터 7월 8일까지이며 부산은 이보다 이른 5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라 7월 1일부터 문어를 낚을 수 있다. 나는 조금 더 일찍 문어를 만나기 위해 부산 가덕도 앞바다로 출조했다. 

시즌 개막전을 위해 1년 전부터 예약 

문어낚시는 낚싯배를 1년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금어기가 해제되는 7월 1일이나 7월 8일에는 매년 예약이 줄을 잇는데, 금어기가 풀린 직후에 조과가 좋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금어기가 풀린 날 낚싯배 한 척에서 천마리가 넘는 문어를 낚은 경우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작년에 예약을 성공해 출조일을 손꼽아 기다렸고 지난 7월 1일, 부산 가덕도 천상항에서 출항하는 레드호크호를 타고 출조했다. 오전 6시30분에 출항, 약 50분을 달려 부산 해역에 있는 나무섬에 도착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갯바위는 낚시를 즐기는 조사님들로 가득했다. 선장은 낚싯배를 갯바위에서 멀찍이 대고 포인트를 탐색했다.

며칠 전 많은 비로 인해 수문을 개방한 탓일까. 조류 방향이 이상해 배가 원하는 지점으로 흐르지 않았다. 조류 또한 너무 강해서 40호 추를 달았음에도 채비가 날려서 바닥을 찍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나무섬 반대편으로 이동해서야 금어기 이후 첫 문어를 만날 수 있었다. 씨알은 500g 내외로 크지 않았고 마릿수도 적어 다음 포인트로 이동했다. 

▲ 첫 포인트로 찾아간 나무섬. 원래 문어 조황이 좋은 곳이지만 취재당일에는 조류가 빨라 좋은 조과를 거두지 못했다.

▲ 필자의 문어채비. 40호 봉돌에 스테 3개를 달아 만든다.

▲ 문어채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소품. 아래는 추와 스테를 간편하게 달 수 있는 도래이며 위는 실리콘으로 제작한 넥타이다.

조류 빠를 땐 내만권이 더 낫다 

두 번째 포인트는 나무섬에서 더 먼 바다에 있는 형제섬(북형제섬). 이곳은 뻘물 영향을 덜 받아서 나무섬 보다 물색이 좋았다. 40호 추에 문어용 스테 3개를 달아 채비를 만들어 바닥으로 내렸다. 역시 조류가 빨라 바닥 찍기가 힘들었지만 빨리 감을 잡은 낚시인들은 히트를 외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먹만 한 작은 문어가 올라왔지만 점점 씨알이 굵어졌다. 하지만 마릿수 조과가 좋지 않아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외섬(남형제 섬)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외섬 주변에는 흘림낚시를 하는 낚싯배가 많아 채비를 제대로 내리지도 못하고 다시 가덕도로 이동했다. 먼바다의 조류가 너무 빨라 이런 날에는 차라리 내만권이 낫다는 게 선장의 판단이었다. 

마지막에 찾아간 곳은 가덕도. 가덕도 남쪽에 있는 대항, 외항포, 천성항 외곽을 노렸는데 채비를 내리자마자 선미에 선 고석은 씨가 입질을 받았다. 로드의 휨새만 봐도 킬로 오버급 문어가 걸린 듯했고 올려보니 1.7kg이 나왔다. 

▲ 가덕도 천성항 외각에서 문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 가덕도 일대에서 1.7kg 문어를 낚은 고석은 씨.

낚싯배를 조류에 계속 흘리며 거가대교 일원까지 탐사한 결과 1kg이 넘는 문어를 여러 마리 낚을 수 있었지만 작년과 같은 대호황은 만날 수 없었다. 킬로급 대물이 낚이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주먹만 하거나 주먹보다 작은 씨알이 올라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마 조류가 너무 빨라 한정된 포인트에서만 바닥을 찍을 수 있어서 조과가 떨어진 듯했다.

하지만 문어 시즌은 이제 막을 올렸고 앞으로 강수량이나 수온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조과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어도 한치와 마찬가지로 언젠간 반드시 한 번은 조황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 문어가 마릿수 조과를 보인 가덕도 초소 아래.

▲ 채비에 걸려 나온 문어. 씨알은 1kg 내외로 만족할 수준이다.

▲ 거가대교 아래에서 큰 씨알의 문어를 낚은 이미연 씨.

▲ 필자도 씨알 좋은 문어로 손맛을 보았다.

▲ 주먹만 한 문어를 낚은 김도중 씨.

▲ 예쁘게 삶아낸 문어.

출조 문의 천성항 레드호크호 010-3873-2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