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헤돈(James Heddon)이 최초로 만든 루어라는 THE BROOMSTICK, PRADCO사에 보관되어 있다.

헤돈(HEDDON), 힐드브란트(HILDEBRANDT), 프레드아보가스트(FRED ARBOGAST)

지난 7월호 기사를 통해 19세기 미국에서 유통되던 영국제 루어인 팬텀미노우, 1840년대에 등장한 최초의 미국산 루어인 뷰엘 (Buel) 스푼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이번에는 루어 앵글러라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미국산 루어 브랜드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근래에는 일본에서 만든 미노우며 크랭크베이트 등 정교하고 화려한, 마치 실물과 같은 루어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그런 루어들조차 원조는 역시나 미국산 루어라고 말할 수 있다. 루어낚시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미국이다. 그들이 만들고 전 세계에 유행시킨 다양한 루어의 면면을 한번 알아보는 것도 낚시인에게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미국 루어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었고 또한 배스낚시용 루어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3사의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 헤돈의 대표적 루어. 왼쪽부터 럭키13(1940년대), 크레이지크롤러(1940년대), 크레이지크롤러(현행 제품).

전설과 함께 시작한 헤돈(HEDDON)

루어낚시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거론되는 이야기인 ‘스푼 루어의 전설’처럼 플러그 루어에도 비슷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바로 ‘제임스 헤돈(James Heddon, 1845~1911)’의 이야기이다.

그가 젊은 시절, 친구를 기다리다가 무료한 나머지 연못을 향해 나무토막을 던졌는데 배스가 튀어나와 물었다는 이야기로 1894년의 일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제임스 헤돈이 바로 헤돈(Heddon) 사의 창설자이다. 배스가 수면까지 솟아오른 장면에 매료된 그는 나무를 깎아 루어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가 최초로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루어는 빈티지 루어 수집가들에 의해 몇 개 확인되었고, 헤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프라드코(PRADCO)사에도 실물이 보관되어 있다. ‘THE BROOMSTICK(빗자루)’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이 루어는 판매용이 아니라 직접 사용하기 위해 또 친구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 루어가 세계최초의 배스용 톱워터 루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후 미국의 배스낚시계에 등장하는 각종 톱워터 루어의 원형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1898년부터 헤돈은 상업적으로 루어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평판이 좋아지면서 1902년에 최초로 미국특허를 획득, 루어 메이커로서 성장하였다. 헤돈의 배스낚시용 루어라고 하면 럭키13(Lucky13), 크레이지크롤러(Crazy crawler), 토피도(Torpedo), 자라스푸크(Zara spook) 등 배스낚시인들 사이에서는 그 이름이 익숙한 모델이 아직도 여럿 남아 있다. 이들 루어는 1920년대부터 1940년대에 걸쳐 탄생하여 오랜 세월 배스낚시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사실은 개발자 제임스 헤돈의 아이디어와 거기에서 비롯된 각 루어의 고유한 액션이 100년이 지나도 통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는 증거이다.

미국 미시간주 도와지악(Dowagiac)시 헤돈박물관에서 헤돈의 초창기 루어를 다수 만날 볼 수 있다.

머리핀과 동전으로 시작한 힐드브란트(Hildebrandt)

1899년, 미국 인디아나(Indiana)주 북부의 작은 마을인 로건스포트(Rogansport)에 ‘힐드브란트(Hildebrandt)’라는 이름의 회사

가 설립되었다. 창립자는 뚱뚱한 몸매 덕분에 ‘빅존’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존 힐드브란트(John J. Hildebrandt, 1863~1912)’.

이민 2세이자 조어대전의 저자인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을 신봉하는 낚시광에 손재주도 좋았던 그는, 부인의 머리핀에 ‘다임(Dime, 10센트 동전)’을 결합한 스피너를 고안해 낚시할 때마다 폭발적인 조과를 올려 동네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결국, 그는 루어 제작을 직업으로 삼기로 하고 회사를 창립했다.

▲ 힐드브란트가 처음 개발한 여성용 머리핀과 다임(Dame)을 결합한 스피너.

▲ 힐드브란트의 로고.

빅존이 발명한 루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스피너베이트이다.

철사가 ‘ㄴ자’로 구부러져 있는 현대의 스피너베이트를 처음 발명한 사람이 바로 빅존이었는데, 정식으로 상품화된 것은 그의 사후인 195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그밖에도 루어에 부착하는 블레이드를 형태에 따라 ‘콜로라도(Colorado)’, 디아나(Indiana)’, ‘윌로리프(Willow leaf)’로 나누어 개발해 상품화한 것 역시 빅존이었다.

힐드브란트 가문의 가족경영은 빅존의 뒤를 이어 그의 아들과 손자들이 4대에 걸쳐 1세기를 넘어 이어갔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또 다른 루어 제조사인 ‘야키마베이트(Yakima bait)’에 경영권을 넘기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르박 춤을 추는 프레드아보가스트(Fred Arbogast)

배스낚시용 톱워터 루어 중에서 가장 독특한 형태를 한 것을 들어보라고 한다면, ‘지터벅(Jitterbug)’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이 지터벅의 T 발음을 굴려 말하므로 지루박 또는 지르박이라 들리는데 1930년대 사교계에서 유행한 4분의 4박자 춤을 말한다. 수면을 두드리며 경쾌하게 움직이는 이 톱워터 플러그의 액션이 마치 지르박 춤을 추는 것 같다는 데서 온 이름이다.

▲ 프레드아보가스트의 대표적인 루어인 지터벅.

이 루어가 처음 낚시계에 등장해 판매된 것은 1938년. 만든 사람은 ‘프레드 아보가스트(Fred Arbogast, 1893~1947)’이다. 미국 오하이오(Ohio)주 애크론(Akron)에서 태어난 그는 소년 시절부터 배스낚시를 좋아했다. 또한, 그는 원투경기에 출전해 1924년에 250ft.(약76.3m), 1926년에 244ft.(약74.4m)라는 세계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1920년대의 낚시도구로 이 정도 비거리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의 낚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것이 1930년. 그러나 공식 기록보다 앞서서 1926년의 낚시잡지에 그의 루어 광고가 이미 실려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 프레드아보가스트의 1950년대 잡지광고.

그의 대표작 루어인 지르박은 오늘날도 똑같은 형태로 제조, 판매되고 있는데, 처음부터 이런 액션을 하는 루어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실은, 세계최초로 수중으로 다이빙하는 루어를 만들고자 했고, 알루미늄으로 성형한 립을 부착한 루어를 테스트 했지만 릴링하면 균형이 맞지 않아 자꾸 뒤집혀 버렸다고 한다.

고심 끝에 뒤집히는 루어라면 아예 바늘을 반대로 달자는 발상으로 대성공, 그 일이 지르박의 탄생 비화가 되었다고 전한다.

프레드 아보가스트는 54세에 심장질환으로 사망했지만, 그의 회사는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가 만든 여러 가지 루어 중에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루어는 1938년에 만든 ‘지터벅(Jitterbug)’과 1941년에 만든 훌라포퍼(Hulapopper)’이다.

이 두 가지 루어는 여전히 배스낚시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최고의 루어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프레드아보가스트는 프라드코(PRADCO) 산하의 브랜드이다.

※다음 달에도 미국제 루어 브랜드의 역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