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팔라 필드스탭 박상욱 씨가 지난 6월 22일 자정 무렵에 남해 대지포 몽돌밭에서 낚은 2kg급 무늬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와 남해 먼바다에서는 6월부터 한치가 호황을 보이고 있다. 

그 인기가 어찌나 좋은지 예전에는 초여름부터 연안 갑오징어, 무늬오징어낚시가 성행했지만 최근에는 한치의 인기에 밀려 연안낚시 인기가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치는 먼바다 배낚에서 주로 낚이기 때문에 연안낚시인들에게는 그림의 떡. 그 결과 연안낚시를 선호하는 낚시인들은 꾸준히 새로운 포인트를 개발하고 있고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서 대물을 낚아내기도 한다.

▲ 산란 무늬오징어 포인트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남해 대지포 몽돌해안. 예전에는 볼락 포인트로 인기가 높았으나 지금은 초여름 에깅 포인트로 주목 받고 있다. 잘피가 없지만 몽돌해안과 이어진 대지포방파제 내항으로 산란터가 형성되며 가을까지 무늬오징어 시즌이 이어진다.

현지인들의 ‘핫플레이스’ 월포방파제 

▲ 남해군 남면에 있는 월포방파제. 사진은 내항에서 촬영한 것이며 낚시는 외항을 바라보고 한다.

지난 6월 중순, 초여름을 맞아 연안 에깅을 소개할 장소를 찾던 중 라팔라 필드스탭으로 활동 중인 박상욱 씨로부터 좋은 정보를 얻었다. 남해도 대지포방파제 일대에서 무늬오징어가 잘 낚인다는 것이었다. 대지포방파제는 볼락 포인트로는 유명한 곳이지만 최근에는 루어낚시인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 약간 의외의 장소였다. 

박상욱 씨는 “대지포방파제에서 종일 무늬오징어가 낚이는 것은 아닙니다. 새벽 들물, 특히 만조에 맞춰 진입해야 방파제와 연결되어 있는 갯바위나 몽돌밭에서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몽돌밭이라고? 무늬오징어가 몽돌밭에서 낚인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고 잘하면 새로운 무늬오징어 포인트로 소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체 없이 현장으로 향했다. 

6월 22일 밤 8시. 부산에서 박상욱 씨를 만나 남해도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출조한 날은 12물로 밤 11시30분경이 만조였다.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는 들물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일단 처음 찾아간 곳은 대지포가 아닌 남해도 석교리에 있는 월포방파제. 서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라 바람을 피하기 좋고 최근 무늬오징어 조과가 좋아 현지인들 사이에 핫한 포인트라고 하기에 먼저 가본 것이다. 방파제 초입에 주차하고 곧바로 채비를 시작했다. 3.5호 슈퍼 섈로우 타입 에기를 사용해 월포방파제 외항부터 노렸다. 수심은 5m 내외. 조류가 방파제 주변으로 밀려와 발 앞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박상욱 씨는 최대한 멀리 캐스팅해 멀리 자리 잡고 있을 무늬오징어를 노렸다. 

하지만 조류는 앞으로 밀려들고 바람은 뒤에서 부는 탓에 에기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처음 타깃으로 잡은 대지포로 이동했다. 참고로 월포방파제 일대는 8월까지 꾸준히 조황을 이어가므로 남해도로 에깅을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볼 곳이다. 

▲ 첫 포인트로 들른 월포방파제 테트라포드에서 박상욱 씨가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다.

몽돌밭은 무늬오징어 이동 경로 

▲ 남해군 삼동면에 있는 대지포방파제. 주변 갯바위에서 무늬오징어가 낚이며 최근에는 방파제와 이어진 몽돌밭이 대물 무늬오징어 포인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남해도 남면 석교리에서 삼동면 물건리에 있는 대지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딱 만조가 되었고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았다. 

대지포방파제는 원래 봄에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가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을에는 주변 갯바위에서도 무늬오징어가 잘 낚인다. 그러나 몽돌밭은 금시초문. 몽돌밭 주변은 겨울에 해초(모자반)가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볼락이 잘 낚이며 4월 이후에는 해초가 녹아 없어져 무늬오징어 산란터로는 맞지 않다고 여겼다. 수심도 먼 곳이 2m 내외라 낚시하기 어려운 곳인데 박상욱 씨는 자신 있는 포인트라고 엄지를 세웠다.

나도 함께 낚시를 했지만 드넓은 몽돌밭 어디를 노려야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일단 에기를 멀리 캐스팅하는 데 주력했고 수심이 얕아 슈퍼 섈로우 에기를 사용했다. 박상욱 씨 역시 최대한 멀리 캐스팅하기 위해 0.5호 합사를 사용했다. 일반 합사가 아닌 라팔라에서 출시한 서픽스131 쏘가리 전용 합사였다. 총 길이는 130m(에깅 전용 라인은 150m~180m)로 조금 짧지만 라인이 더 가늘고 강도도 5kg이 나와서 에깅에 아주 적합하다고 했다. 로케티어 채비로 던져보니 확실히 비거리가 더 나오는 듯했다.

▲ 캐스팅 비거리가 우수해 에깅용 라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라팔라 서픽스131 0.5호 합사.

처음엔 입질이 없었다. 그런데 썰물이 시작되며 조류가 대지포방파제 쪽으로 흐르자 박상욱 씨가 곧 입질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0분 후. 거짓말처럼 ‘히트!’를 외치는 박상욱 씨를 바라보니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 있었다.

처음에는 아주 멀리서 입질을 받아 힘을 많이 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늬오징어가 점차 연안으로 끌려오자 아주 큰 씨알임을 알 수 있었다. 눈대중으로 봐도 1.5kg이 넘어 보였고 저울로 재보니 2kg에 육박했다. 

내가 “이런 몽돌밭에서도 대물이 낚인다니 놀랍습니다”라고 말하자 박상욱 씨는 “조류가 흐르는 몽돌밭은 산란을 준비하는 무늬오징어들의 이동 경로가 되거나 무리 지은 무늬오징어가 잠시 쉬는 포인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행으로 무늬오징어 연안 포인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존재하고 충분히 개발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낚시인들이 잘 가지 않는 해변, 몽돌밭, 자갈밭 등을 탐사한다면 남해안 전역이 대물 에깅 포인트로 재조명 받을 날도 머지않을 듯했다. 

▲ 박상욱 씨가 가프로 무늬오징어를 찍어 올리고 있다.

▲ 박상욱 씨가 낚은 2kg급 무늬오징어. 사용한 에기는 야마시타 에기왕K 3.5호 슈퍼 섈로우 칵테일 오렌지 컬러.

내비 입력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44-2(대지포방파제), 남해군 남면 석교리 149-5(월포방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