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녀석이 학동지 대장 가물치입니다.” 지난 6월 24일 영광 학동지로 출조한 윤혁 씨가 마름 위를 노려 84cm 가물치를 낚고 환호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가물치낚시 전문가 윤혁 씨와 함께 전남 신안의 자은도로 가물치 원정낚시를 떠났다. 신안군 일대 섬낚시터는 붕어와 가물치의 자원이 많아 전국에서 많은 낚시인들이 몰리는 바람에 권역별로 1년씩 낚시를 허가하는 ‘낚시행위 휴식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년 동안은 휴식년제와 상관없이 신안군 전체에 낚시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현재(2023년)는 신안군 13개 섬 중에서 자은도만 낚시를 허가하고 있어 대형 가물치를 노리고 자은도 수로를 탐사하기로 했다. 

폭우예보로 자은도에서 영광 학동지로 이동  

24일 아침, 경기도 평택에서 윤혁 씨를 만나 24일 오후 1시에 신안군 자은면 자은도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예전과 다를 것 없이 수로가 거미줄처럼 여러 갈래로 형성되어 있었고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갑작스레 형성된 비구름으로 인해 24일 오후부터 폭우가 내리고 비는 다음날 오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한 것이다. 마침 자은도는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수량이 부족한 곳이 많아 당장 낚시할 곳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자은도를 포기하고 신안에서 가까운 영광~고창 일대로 포인트를 옮겼다.

윤혁 씨는 “신안도 좋지만 전북권에서도 특히 영광과 고창 일대가 가물치낚시터로 좋습니다. 20년 전 활동한 서울루어클럽과 김포 삼원레저 멤버들이 모여 신안과 고창 일대로 가물치낚시를 다녔는데, 그땐 순진한 가물치가 끊임없이 입질했어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드넓은 고창~영광 땅에서 당장 가물치가 잘 낚일만한 낚시터를 쉽게 찾을 수 없어 영광에서 활동하는 가물치낚시 전문가 권용현 씨에게 전화를 걸어 포인트를 물어보았다. 그는 최근 가장 핫한 가물치 포인트는 영광에 있는 학동지라고 했다. 권용현 씨는 “만수면적은 1만평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빼곡한 마름수초와 연밭 아래에 미터급 대물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 탐스럽게 익어가는 고창 수박.

묵직한 24g 오렌지 컬러 프로그 사용

학동지로 이동해 포인트를 둘러보니 저수지 전역에 마름이 자라고 있었고 물가에는 부들과 연밭이 형성되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천혜의 가물치낚시터로 보였다. 

▲ 연밭, 마름, 부들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영광 학동지.

▲ 학동지 상류 연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연.

윤혁 씨는 수면을 보자마자 “가물치가 많다”며 손가락으로 부들 군락의 가운데를 가리켰다. 그곳을 자세히 보니 작은 기포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틀림없이 가물치가 있는 듯했다. 부들 주변 뿐 아니라 연안 전역에 마름과 연이 밀생해 있는 커버 지형이라 가물치낚시를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 수면을 가득 메운 마름. 8월에는 줄기가 더 굵어진다.

오후 3시부터 본격적으로 캐스팅을 시작했다. 해가 뜨고 충분히 수온이 올라 가물치의 입질을 기대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가물치 전용대에 8호 합사, 프로그는 마름이 빼곡하게 자란 것을 감안해 평소보다 조금 무거운 24g짜리 오렌지 컬러를 사용했다. 마름이 빼곡하게 자란 곳에서 15g 내외의 가벼운 프로그를 사용하면 프로그가 마름을 뚫고 내려가지 못하므로 마름의 생육 상태에 맞춰 프로그 무게를 선택해야 한다.  

▲ 블레이드를 장착하고 싱커를 추가해 무게를 늘인 프로그. 마름이 밀생한 곳에서 사용하기 좋다.

평소에는 저수지 중앙이나 맞은편 연안을 향해 힘껏 캐스팅을 하지만 학동지에선 아주 가볍게 캐스팅을 했다. 프로그가 첫 착수 후 마름 가장자리로 왔을 때 주변 수면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수면에서 물보라가 일어났고 윤혁 씨는 재빨리 로드를 세우고 가물치를 랜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만 바늘이 빠지고 말았다. 이렇게 빨리 입질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출발이 좋았다. 

▲ 주황색 프로그를 물고 나온 학동지 가물치.

해질녘에 찾아 온 ‘한방’

▲ 부들밭에서 캐스팅을 하고 있는 윤혁 씨.

마름에서 입질을 받은 후엔 부들 주변을 노렸다. 부들 주변으로 프로그를 캐스팅한 후 천천히 끌어주고 멈추어 주기를 반복하니 곧바로 반응이 왔다. ‘퍽’하는 포식음 확인 후 1초 정도 기다리다 힘껏 챔질했다. 이번에는 작은 가물치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첨벙’하고 수면으로 떨어졌다. 윤혁 씨는 “가물치 씨알이 너무 작아서 강하게 챔질하니 위로 튀어버린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소강상태가 이어지더니 결정적인 입질은 오후 7시에 찾아왔다. 학동지를 소개한 권용현 씨가 현장에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저수지 중앙의 마름을 노린 윤혁 씨의 프로그에 ‘퍽’하는 포식음이 들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힘껏 챔질! 드디어 가물치를 거는 데 성공했다. 수면은 물보라가 일어 마름이 산산이 흩어졌고 윤혁 씨는 주저하지 않고 가물치를 연안으로 끌어올렸다. 올라온 녀석은 84cm. 학동지의 ‘대장’급 씨알이었다. 

▲ 윤혁 씨가 가물치를 연안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해가 지기 직전인 오후 7시 경에 입질을 받았다.

가물치를 연안으로 올려 사진 촬영을 하고 나니 금방 해가 졌다. 낚은 가물치를 방생하고 우리는 다음날 90cm 오버에 도전하기 위해 고창군 대산면에 숙소를 잡고 아침을 기대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는 영광군 일대에도 비가 내려 아쉽게도 기대한 대물을 볼 수 없었다.

신안을 비롯한 남도 가물치 원정은 본격적인 시즌을 시작했다. 여름에는 가물치의 활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로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을 노리면 대물을 노릴 수 있다. 대형 저수지도 좋지만 폭이 넓은 수로를 공략하면 더욱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앞서 설명한 자은도와 목포 일대의 대형 수로를 추천한다. 

내비 입력 영광군 대마면 홍교리 1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