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7일 상왕등도 손가락바위로 출조한 필자가 민장대에 보라성게를 미끼로 사용해 낚은 61cm 돌돔을 보여주고 있다.

7월 7일 금요일 모두 퇴근한 늦은 시간. 사무실에 홀로 남아 다음 출조 준비 차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조우 정민수 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장마라 이번 주는 집에서 쉬려했는데 가까운 왕등도에 가자고 한다. 

잠시 머뭇거리자 국내 돌돔낚시의 대가인 안산의 송복종 님도 가신다는 소리에 바로 낚였다. 더구나 송복종 님께서 “낚은 돌돔을 모두 주겠다”고 하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9m 장대 1대만 챙겨서 사무실을 나섰다. 

▲ 출조 당일의 너울파도. 비도 계속 내렸다.

높은 너울파도로 인해 북쪽 손가락바위에 하선 

일요일 새벽 3시. 격포 넘버원 피싱에서 보라성게 미끼를 구입해 각자 나누었다. 나는 조그만 박스에 2kg 조금 넘게 가져간다고 하자 정민수 군이 미끼가 모자란다고 성화를 부렸다. 그러나 어차피 송관장(송복종) 님이 고기를 내어주실 거고, 갯바위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놀 심산이라 미끼 욕심이 나지 않았다. 

일행들을 태운 힐링호는 새벽 4시에 격포항을 출항했다.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상왕등도에 도착했으나 주요 포인트가 있는 남쪽 지역은 출조 당일은 너울이 심해 내리지 못하고 상왕등도 북쪽의 손가락바위라는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손가락바위는 농어, 감성돔이 잘 낚이는 곳이지만 돌돔낚시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생자리 같은 포인트였다.

▲ 상왕등도 일대 전경. 좌측이 상왕등도며 우측으로 차례로 대구섬과 북암이 이어져 있다.

손가락바위에 하선해 낚싯대를 드리워 바닥을 탐색해보니 우측 째진 골창으로 채비가 일정하게 들어가는 멋진 자리였다. ‘아~ 선장님이 말한 핫스팟이 여기구나’ 싶었다.

낚시를 시작하기 전에 가져간 성게의 3분의 1을 밑밥으로 던져 넣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주위를 둘러봤다. 저 멀리 콧부리에 하선한 송복종 님이 손을 흔드셨다. ‘많이 낚으시라’ 전화를 드린 후 준비해 간 성게 중 큰 것 두개를 골라 14호 외바늘에 꿰어 던졌다. 필자는 깔끔한 입질을 좋아해서 성게를 외바늘에 꿰어 쓰는 편이다. 위쪽에 꿴 성게는 가위로 살짝 쪼개서 던져 넣었고 아래 것은 싱싱한 상태로 꿰어 그대로 던졌다. 

▲ 상왕등도 용굴 포인트에 내려 돌돔을 낚은 김강호 씨.

“먹어라”고 소리쳤다가 강한 입질에 화들짝

세 번째 캐스팅에 입질이 왔지만 시원하게 본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할 수 없이 14호 쌍바늘로 바꿨다. 입질도 예민하고 대상어의 씨알이 작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바늘 개수를 늘린 것이다.

오전 7시가 넘어 끝들물이 진행될 즈음 눈에 보일 정도로 바깥 조류가 거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포인트 쪽으로 낚싯대가 휘어져 들어올 정도로 강한 지류가 발밑으로 흘러들었다. 그것을 보며 입질 시간이 되었음을 직감했다. 

나는 작은 성게를 두개 꿰어 선장님이 얘기한 포인트에 정확하게 던져 넣었다. 사실 조류가 완벽하게 밀려들어 왔기에 아무데나 던져도 채비가 포인트 쪽으로 안착되는 상황. 채비를 던져 넣은 지 5분도 안되어 2번 대까지 물속으로 들어가는 강한 예신을 받고 다시 원위치가 되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낚싯대 끝을 주시했다. 그러자 다시 힘차게 끌고 들어가는 본신으로 이어졌고 낚싯대를 들어보니 35cm급의 ‘뺀찌’가 올라왔다. 

근래 대물 돌돔들이 왕등도에서 출현한다는 얘기를 듣고 온 나는 약간의 실망을 느꼈지만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돌돔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다시 작은 성게 두개를 고른 후 같은 포인트에 던져 넣었다.

잠시 후 초릿대가 흔들리는 미세한 예신이 들어왔다. 그 후 곧바로 낚싯대 초리를 30cm 정도 당기는 입질이 이어졌다. 내심 이번에도 ‘뺀찌’구나 하는 마음에 낚싯대를 들었다가 “먹어라”고 소리치며 낚싯대 초리를 내리며 여윳줄을 주었다.  

그러자 정말 세차게 나의 온 몸을 끌어당기는 본신이 들어왔고 낚싯대는 이미 3분의 1 이상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직감적으로 대물임을 느낄 정도로 물속에서 당기는 힘은 강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롯이 낚싯대를 믿고 힘껏 버티는 방법 밖에 없었다.

한없이 작게 느껴진 뜰채 

길다면 긴 시간. 10초 정도를 힘겨루기 하다 보니 녀석이 오른쪽으로 머리를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마음속으로 “너는 내꺼야”라고 외쳤다. 나는 돌돔이 머리를 돌리는 반대 방향으로 낚싯대를 당겼고 녀석의 육중한 몸체가 서서히 바닥에서부터 떠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같이 하선한 유재흥 씨에게 “돌돔이 40cm는 넘는 것 같으니 뜰채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 부탁은 금세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왕등도의 탁한 물색을 뚫고 비춘 녀석의 거대한 머리를 보니 내가 가지고 간 뜰채가 한없이 작다는 것을 알았다. 바늘 두개가 입에 정확하게 박혀있는 것을 확인한 후 줄을 잡고 건져 올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유재흥 씨에게 “줄을 잡고 올려달라”고 부탁하니 “혹시 녀석이 떨어지더라도 자신을 원망하기 없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유재흥 씨가 갯바위 밑으로 조심스레 내려가서 목줄을 잡고 녀석을 올렸다. 거친 숨을 고르고 난 후 계측해보니 63cm가 나왔다. 철수 후 선장님에게 보여주니 “지난 10년 동안 왕등도에서 낚인 돌돔 중 가장 큰 녀석”이라고 말했다. 

포획한 돌돔은 왕등도 수달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라이브웰에 넣어두었다. 그 결과 그만 돌돔이 죽어버렸고 철수 후 낚싯배에서 다시 계측해보니 61cm로 줄어있었다. 

낚은 돌돔은 기력이 없으신 아버님의 친구분에게 원기회복을 위한 보양식으로 전달 드렸다. 궂은 날씨에 같이 동행하고 자신이 잡은 돌돔처럼 축하해준 조우님들과 격포 힐링호 선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돌돔을 낚은 직후 현장에서 계측하니 63cm가 나왔다.

▲ 필자가 낚은 돌돔 두 마리를 계측자에 올려 촬영했다.

▲ 철수후 힐링호에서 만난 조사님이 직접 낚은 돌돔을 보여주고 있다.

▲ 필자가 출조한 다음날 힐링호의 왕등도 돌돔 조과. 40~50cm 돌돔이 여러 마리 낚였다.

출조문의 격포 힐링호 010-5270-8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