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96]

동아시아 서태평양의 강력한 해류

쿠로시오(黑潮 Black Current)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 우리나라 주변의 해류. 쿠로시오가 가장 강력한 주요 해류이다.(자료 : 국립해양조사원)

근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류수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보도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해류에 관한 기본 상식이 조금만 있다면 일본 동해안에 방류된 오염물이 우리나라에 흘러와 오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태평양에는 강력한 해류 쿠로시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쿠로시오는 일본 동남부의 주된 해류인데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와는 반대 방향인 동쪽을 향해 북태평양으로 흘러간다. 해류의 속도는 시속 약 4km 인데 폭이 100km에 이르고 깊이는 400m~1000m에 이르니 육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규모이다. 

유량이 초당 약 5천만톤으로 추산되는데 이 양은 세계적으로 큰 강들과 비교해도 5천 배 수준이며 우리나라 한강과 비교하면 10만 배이다. 한마디로 바다 속에 어마어마하게 큰 강이 흐르고 있는 셈이다. 

쿠로시오는 열대 바다에서 데워진 물을 다량 이동시키면서 많은 열을 이동하여 태풍이 생성되는 에너지도 공급하므로 기상변화도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자연 현상이다. 그러면 바닷물이 왜 이렇게 흐르고 있는 걸까? 그것은 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다. 지속적인 바람은 수면의 물을 끌고 가면서 해류를 만든다. 

쿠로시오의 시작은 적도 부근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북동무역풍이다. 열대 해역의 데워진 공기가 상승하면서 주변의 공기를 끌어들이는데,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동풍이 형성되며 이 바람이 열대 해역의 바닷물을 서쪽으로 끌어가면서 북적도해류를 일으킨다. 

태평양의 북적도해류는 서쪽으로 흐르다가 필리핀에 이르면 육지에 부딪히고 방향을 바꾸어 강력한 쿠로시오 난류를 형성하며 대만과 오키나와를 거쳐 일본 동부로 빠져나간다.

▲ 태평양을 순환하는 주요 해류.

쿠로시오 해류 유량으로 북태평양 채우려면 250년 걸려 

북위 30도 지역에서는 적도에서 상승했던 공기가 하강하는 바람이 형성되는데 이때는 공기의 이동 방향이 서풍이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바로 이 편서풍대에 위치하고 있다. 

쿠로시오는 일본 동해안에 이르러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을 향해 동쪽으로 흐르는 해류가 된다. 이때 지구자전의 영향으로 북상하던 물의 흐름을 오른쪽으로 회전시키는 코리올리 효과가 더해져서 북동쪽 해류가 더 강하게 형성된다. 

일본 앞바다를 떠난 쿠로시오는 북태평양으로 나아가 태평양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는 회전와류를 형성한다. 쿠로시오의 유량도 거대하지만 북태평양은 더욱 거대하므로 쿠로시오 해류의 유량으로 북태평양을 채우려면 250년이 걸린다. 즉, 쿠로시오가 태평양의 엄청난 많은 물로 희석된다는 뜻이다.

쿠로시오(黑潮)는 일본어로 검은색(쿠로, 黑) 조류(시오, 潮), 즉, Black Current 라는 뜻이다. 바닷물의 색으로부터 이름이 지어진 것인데 우리나라 서해가 황해(黃海 Yellow Sea)라고 이름 지어진 것은 물이 누런색을 띠기 때문이다. 

물의 색은 부유물질에 의해 좌우되는데 부유물질이 적은 맑은 물은 순수한 물의 색인 검푸른 색을 띠며 멀리서 보면 검은 바다로 보인다. 물은 빨간 빛을 잘 흡수하고 파란 빛을 잘 투과시키기 때문에 물속에서는 빨간 빛이 없고 검푸른 빛만 존재하여 우리 눈에 검푸른 색만 반사되어 들어오므로 맑은 바다는 검푸른 색으로 보인다. 

반면에 부유물질이 많으면 파장이 짧은 청색을 잘 흡수하므로 파장이 긴 황갈색과 적색 빛의 비율이 높아진다. 수중에 남아 있는 빛이 주로 황갈색이며 이 빛이 반사되므로 우리 눈에 황갈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즉, 검푸른 바다나 호수는 맑은 물이고 밝은 색이나 녹황색의 바다는 혼탁한 물이다. 바다의 색을 표준색과 비교하여 색을 수치로 측정하는 포렐스케일은 이 원리를 이용하여 바다의 맑기를 추정하는 것이다.

하천에서는 부유토사가 부유물질의 많은 양을 차지하지만 깊은 바다에서는 부유물질의 대부분이 플랑크톤이다. 육지에서 배출된 부유토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라앉지만 플랑크톤은 세포질이 가벼워서 물위로 떠오르는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 검푸른 바다 물색은 맑은 바다나 호수에서 나타나는 순수한 물의 색이다.

쿠로시오는 플랑크톤이 적은 맑은 물 

일반적으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대양의 한가운데에 있는 표층수는 플랑크톤이 적어 맑은 물이 된다. 열대의 바다에서는 표층의 수온이 높아 밀도가 작으며 심층은 수온이 낮아 밀도가 크고 오뚜기처럼 아래가 무거운 구조를 가지므로 상하층이 잘 섞이지 않는 안정한 성층현상이 형성된다. 

표층의 영양소는 플랑크톤이 흡수하여 성장한 후 침강하므로 영양소가 계속 감소하여 열대 바다는 플랑크톤이 적은 맑은 바다가 되는 경향이 있고 검푸른 색이 된다. 반면에 심층수에는 영양소가 축적되어 풍부하다. 또한 육지에서는 많은 양의 영양소가 유출되므로 연안이거나 심층수가 표층으로 공급되는 용승해역에서 플랑크톤과 어류가 많이 살고 물의 색에 황갈색의 비율이 증가한다. 쿠로시오는 플랑크톤이 적은 맑은 물이지만 연안을 지나면서 심수층의 영양소가 공급되면 플랑크톤이 증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서해에는 쿠로시오 난류의 일부가 유입하지만 수심이 얕고 외해와 격리된 수역이라서 강한 해류가 없고 원양에 비해 플랑크톤이 많다. 특히 서해의 북부 발해만은 지형적으로 격리된 수역이라 해류가 약한데다가 황하, 북경 지역의 많은 오염물이 유출되어 세계적으로 오염도가 높은 해역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서해는 평균수심이 44m에 불과하여 소양호보다 얕은 곳이 대부분이므로 희석할 물이 적어 수질오염에 더욱 불리한 조건이다. 

동아시아 지역은 인구가 밀집한 지역이므로 오염물의 배출량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취약점이다. 양자강의 예를 보면 전세계 강으로부터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55%를 배출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우리나라 주변의 해류를 알면 바다에 배출된 오염물의 이동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