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치낚시는 오모리그 하나면 충분합니다.” 함덕항에서 하나호를 운항하고 있는 오세덕 선장이 오모리그로 낚은 한치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 한치낚시가 가장 성행하는 곳은 단연 제주도다. 거의 1년 내내 한치낚시가 가능하고 배낚시는 물론 연안에서도 마릿수 조과를 올릴 수 있으며 국내 한치낚시 트렌드를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치낚시에서는 제주도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월 28일 제주도에서 타스코피싱을 운영하는 김덕한 씨와 제주 함덕항에서 하나호를 운항하는 오세덕 선장과 함께 한치 배낚시 출조를 나갔다. 처음에는 제주 동부두방파제에서 한치 연안낚시를 계획했으나 예상했던 비가 오지 않아 연안낚시를 포기하고 배낚시 출조를 한 것이다.

일반 낚시인이라면 ‘비가 오면 연안 한치낚시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오히려 초여름에 비가 오면 배낚시 출조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연안으로 한치가 모여들기 때문에 연안낚시가 더 잘 된다고 한다. 비옷을 입고 한치낚시를 하면 수십에서 수백 마리를 낚을 정도로 호황을 보이는 날이 많다고 한다.

반대로 비가 오지 않으면 연안으로 한치가 잘 붙지 않기 때문에 제주도의 한치낚시 마니아들은 이맘때 비가 오기를 학수고대 한다고 한다. 따라서 제주도로 출조했을 때 장마나 태풍이 겹쳐 비가 온다면 연안낚시가 유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배낚시가 유리하다.

▲ 함덕항방파제. 콧부리에서 야간 한치낚시가 성행한다.

베이트 장비 6대에 모두 오모리그 사용

▲ 오세덕 선장이 거치한 오모리그. 모두 베이트릴 장비를 사용한다.

28일 오후 5시. 김덕한 씨와 함께 함덕항에서 오세덕 선장이 운항하는 하나호를 타고 제주도 북부 앞바다로 출항했다. 오세덕 선장은 제주 도두항에서 한치낚시 전문 가이드로 5년 이상 활동한 유명한 낚시인으로 올해 초에 하나호를 진수하고 본격적인 한치낚시 출조를 시작했다. 한치낚시 출조를 하지 않는 날엔 혼자 한치 조업을 나가거나 생활낚시 위주로 타이라바, 무늬오징어, 한치, 갈치낚시 출조를 한다. 나는 오세덕 선장이 한치낚시 전문가라 어떤 스타일로 한치를 낚는 지 알아보기 위해 출조에 동행했다.

▲ 함덕항에서 출항하는 하나호.

▲ 하나호 조타실.

원래는 수심 100m권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서풍이 너무 강해 수심 60m권에 자리를 잡았다. 물돛을 놓고 장비를 준비하는 데 처음부터 의아한 장면을 목격했다. 오세덕 선장은 총 6대의 낚싯대를 폈다. 선수 좌우측에 각각 3대씩 폈고 6대 모두 오모리그를 사용했다. 게다가 스피닝릴 장비는 하나도 없고 모두 베이트릴 장비만 거치식으로 운영했다.

오세덕 선장은 “수년간 한치낚시를 한 결과 오모리그에 입질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5단, 10단 거치식 채비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바늘이 많더라도 한치가 한두 마리 입질하면 어차피 채비를 걷어야 합니다. 그리고 채비가 길면 길수록 채비를 회수하고 다시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다단 채비는 효과적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 한치를 낚기 위해 해가 지기 전부터 방파제로 나온 낚시인들.

수심이 60m든 100m든 채비 수심은 30m부터 시작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왜 베이트릴 장비에 오모리그를 사용하는 것일까?

“오모리그를 스피닝릴에 사용하는 이유는 캐스팅하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0호 내외 봉돌을 사용하는 오모리그를 캐스팅하기에는 초리가 낭창한 스피닝릴 장비가 적당하지 않습니다. 채비가 무겁기 때문에 캐스팅이 불편합니다. 따라서 캐스팅을 하더라도 허리힘이 좋은 베이트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며 익숙해지면 베이트릴 장비가 여러모로 사용하기 더 편합니다. 특히 재빠른 액션을 주기도 베이트릴 장비가 편하며 거치식으로 운영하기에도 베이트릴 장비가 더 편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 오세덕 선장의 태클 박스. 삼봉, 스테, 레이저, 토토스테 등 다양한 루어를 사용한다.

포인트에 도착한 직후에는 수심 30m 미터로 채비를 내렸다. 입질이 없으면 6대에 모두 짧고 강렬한 액션을 주고 그중 장비 한 대로 한치의 수심층을 찾으며 좀 더 채비를 올려 얕은 수심을 탐색했다.

“제주도는 수심이 60m권이든 100m권이든 야간에는 수심 30m부터 공략합니다. 집어등에 한치가 반응하는 수심이 대략 30m권이며 이후 베이트피시나 한치 활성에 맞춰 좀 더 상층을 탐색합니다.”

입질은 금방 왔다. 오세덕 선장이 수심 20~25m에서 첫 입질을 받아 씨알 좋은 한치를 올렸고 곧바로 나머지 낚싯대의 채비 수심도 20~25m로 조정했다. 수심을 바꾸면서 한두 번 강한 액션을 주는 것은 필수, 캐스팅은 전혀 할 필요가 없으며 거치만 해도 오모리그에 입질이 왔다.

“오모리그를 운영하는 낚시인들이 오해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오모리그를 쓸 때는 멀리 캐스팅해서 넓은 구간을 탐색해 한치의 입질을 좀 더 빨리 유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드넓은 바다에서 20m정도 캐스팅한다고 해서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채비를 살짝 던져 넣는 정도만 해줘도 캐스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스테를 묶은 리더 라인이 1m 내외로 길기 때문에 유인 효과가 강력합니다. 수심 깊은 바다에선 조류가 항상 잘 흐르기 때문에 활발하고 자연스러운 액션에 한치가 반응합니다. 단, 물돛을 걷어야 할 정도로 조류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캐스팅이 도움이 되는데, 사실 그 정도로 조류가 가지 않는 날엔 뭘 해도 빈작을 거둘 확률이 높습니다.”

▲ 갈치, 삼치, 한치낚시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타스코 피싱의 ‘깔쌈한’ 채비. 오모리그로 사용하며 빨간 실이 달린 채비는 갈치 전용 두바늘 채비다.

한치 입질이 빠를수록 오모리그가 유리

▲ 40호 봉돌을 사용한 오모리그. 학꽁치포를 부착한 삼봉에기를 사용했다.

오세덕 선장의 지론은 조류가 흐르는 바다에선 수심 20~30m에 맞춰 오모리그를 거치만 해두어도 한치가 입질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치의 입질 타임이 시작되니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낚싯대 6대에 동시에 입질이 왔다.

“한치 피딩이 시작되면 낚싯대에 난리가 납니다. 6대의 낚싯대를 걷고 던지기도 힘들 정도로 입질이 빨리 들어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단 채비를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되죠. 그래서 오모리그를 거치식으로 써도 충분히 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출조한 당일은 연신 구토를 할 정도로, 귀항 후에는 장장 7시간 동안 잠에서 못 깨어날 정도로 파도가 높았다. 그러나 한치가 수심 수면 아래 10m에서 입질할 정도로 높은 활성을 보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몸통 길이만 놓고 볼때 25cm가 넘는 큰 씨알은 적고 15cm 내외의 잔챙이가 극성을 부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살오징어도 상층에서 귀찮을 정도로 입질해 씨알이 큰 한치는 30마리 정도 낚았다.

오세덕 선장은 “한치낚시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치는 개체수가 많은 만큼 먹이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두족류기 때문에 채비만 거치해두면 알아서 입질을 합니다. 낚시인이 해줄 것이라곤 입질이 빨리 들어오는 수심을 잘 찾고 부지런히 에기의 컬러를 바꿔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 씨알 좋은 한치를 보여주는 오세덕 선장.

▲ 오모리그에 올라온 살오징어. 모아서 생활낚시 미끼로 쓴다고 한다.

▲ 물칸에 담긴 한치. 큰 씨알은 30마리 정도 낚였고 나머지는 잔챙이가 낚였다.물칸에 담긴 한치. 큰 씨알은 30마리 정도 낚였고 나머지는 잔챙이가 낚였다.

▲ 오모리그로 한치 손맛을 본 기자.

출조문의 함덕 하나호 010-2900-8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