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일행이 자리한 봉산교 하류 골자리 포인트. 차량 진입이 가능해 많은 낚시인이 찾는 자리다.

매년 장마가 시작되고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오름수위 때 찾고 싶은 곳이 합천호다. 지난 7월 1일, 며칠 전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려 수자원공사에서 지원하는 앱으로 합천호 수위를 살펴보니 오름수위가 시작되었다. 그에 따라 주말에 합천호로 출조 계획을 잡았다. 매년 그렇듯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 합천호를 찾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오름수위에 딱 맞아 떨어져 몇몇 지인과 출조했다.

30년 전만 해도 나는 합천호를 많이 찾았다. 내 고향은 경북 고령이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고향에 갈 때마다 합천호를 찾았다. 고향집에서 1시간도 걸리지 않아 늦은 오후에 저녁을 먹고 합천호에 도착해 밤낚시를 하곤 했다. 당시만 해도 지렁이와 떡밥으로 준월척 붕어를 많이 낚은 기억이 있다. 그때는 합천호를 유료화하여 일부 구간에서는 입어료도 받고 청소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합천호로 내려가는 길도 차단되었다. 

내가 자주 찾은 포인트는 계산리와 죽죽리다. 이곳은 다른 포인트와 비교해 조용하고 경사도가 완만하다. 그리고 겨울에는 대병 이주단지(합천댐 수몰지역민 이주단지) 주변의 똥섬과 황토불기 포인트도 자주 찾았다. 길이 멀고 험해 간단한 장비에 난로만 가지고 한 번에 이동하는 것이 편하며, 이곳에서는 음력설에도 붕어를 낚을 수 있을 정도로 시즌도 길다.

차량 진입 가능한 유일한 포인트 

합천호는 1989년도에 준공했다. 만수면적 7백57만평의 대형 댐이다. 합천호에는 여러 어종이 서식한다. 외래어종으로 배스, 블루길, 떡붕어가 서식하며 토종어종은 붕어, 잉어, 메기, 가물치, 쏘가리, 꺽지, 뱀장어, 살치, 누치 등이 살고 있다.  

이번에 찾은 곳은 합천호 상류 구간인 봉산교(봉산면 압곡리) 아래다. 합천호로 진입하는 길이 대부분 끊어져 차량 진입이 되지 않지만 붕산교 아래는 수위가 내려가면서 물에 잠긴 길이 드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다. 그런데 먼저 출발한 후배인 고령에서 온 정경록 씨와 김태호 씨, 구미의 노만우 씨가 봉산교 상류 구간을 둘러보더니 수위가 올라 차량 진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200~300m는 도보로 걸어야 물이 있는 곳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해서 나는 봉산교 하류로 가보라며 휴대폰으로 위치를 찍어 보냈다. 

먼저 도착한 필자 일행은 봉산교 하류에서 주위를 살피니 차량도 진입할 수 있고 육초대에 물이 차 물고기도 많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곧이어 나도 현장에 도착해보니 일행은 각자 자리에서 육초대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사를 하고 필자도 자리를 잡고 육초 작업을 시작했다. 

▲ 필자 일행이 낚시한 봉산교 하류 골자리 포인트. 진입로에서 입곡교 방향으로 촬영했다.

▲ 정경록 씨가 물에 잠긴 육초를 잘라서 걷어내고 있다.

▲ 육초대 작업 후 상류에서 유입되는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씻고 있다.

한편 지금과 같이 오름수위에는 수심 깊은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수위는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몇 시간 후면 수위가 더욱 높아져 결국 낚시하기 적당한 수심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수심이 깊으면 육초 작업이 힘들다. 오히려 수심 얕은 곳의 수초를 제거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필자는 수심 40~70cm에 자란 육초를 제거하고 낚싯대는 2.2대칸 대부터 3.0칸 대까지 짧은 대 위주로 폈다.

▲ 짧은 대 위주로 낚싯대를 편 필자 자리.

한편 최근 수위가 낮아진 합천호는 봉산교 아래만 차량 진입이 가능해 많은 낚시인이 필자 일행이 있는 곳으로 몰려 주위가 소란스러웠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낚시인은 내림낚시인들이었는데 그늘은 가벼운 채비를 쓰기 때문인지 육초 제거작업도 하지 않고 수심 깊은 곳을 주요 포인트로 삼았다.

월척은 38cm 확인, 70cm 대형 잉어는 덤   

수초작업을 마친 후에는 상류 개울가에서 몸을 씻으며 휴식을 취했다. 개울에서 내려오는 물이 시원해 더위를 씻을 수 있었다. 일단 물색이 맑아 낮낚시는 포기하고 밤낚시 위주로 낚시하기로 했다.  

초저녁이 되자 가끔씩 살치 입질이 들어왔다. 밤 10시 이후부터는 여기저기에서 챔질 소리가 들렸다. 씨알 굵은 잉어가 걸려 낚싯줄에서 피아노 소리도 나고 목줄도 터지며 새벽 2시까지 모두 입질을 받았다. 

특히 대형 잉어의 입질이 많았다. 밤 10시경 하류에서 낚시한 김태호 씨가 70cm가 넘는 대형 잉어를 걸어 씨름했고, 정경록 씨가 35cm 월척 1수를 낚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노만우 씨로부터도 자정에 허리급 월척 1수를 낚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나도 잉어 2수와 잔챙이 붕어 1수를 올릴 수 있었다. 

새벽 2시경, 일행들이 잠을 자러간 사이 나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내 좌측 상류에서 낚시한 노만우 씨의 찌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예사롭지 않은 입질에 얼른 뛰어가 챔질하니 무려 38cm나 되는 월척 붕어였다.

▲ 정경록 씨가 밤 10시경에 옥수수 미끼로 낚은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 밤낚시에서 정경록 씨가 낚은 36cm 붕어.

▲ 필자가 밤낚시에서 옥수수 미끼로 낚은 잉어를 보여주고 있다.

▲ 필자 자리 하류에서 낚시한 김태호 씨가 밤 10시경에 옥수수 미끼로 낚은 70cm급 잉어를 보여주고 있다.

도보 진입 시 가급적 낚시짐은 간편하게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시 눈을 붙였다가 아침에 일어나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하지만 물색이 맑아서인지 아침에는 입질 받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오전 9시경 철수 준비를 했다.

이번 취재에서 필자 일행이 낚은 월척은 총 3마리. 그리고 준척급 여러 마리와 대형 잉어 몇 마리를 낚은 것이 전부였다. 건너편에서 내림낚시를 한 낚시인들도 대부분 잉어 입질만 받아 채비가 터진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철수 전 사진 촬영을 위해 붕어를 확인하는데 노만우 씨가 낚은 월척이 탈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위가 올라가면서 살림망 입구 가까이까지 물이 차자 점프해서 도망간 것이다. 새벽에 필자가 노만우 씨 자리에서 낚은 월척마저 촬영 도중 놓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합천호는 현재 수위로 봤을 때 필자 일행이 낚시한 곳 역시 차량 진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 도보로 진입해야 한다. 가까운 곳이라도 최소 100m 이상은 걸어야 하므로 가급적 장비를 가볍게 꾸려 한 번에 진입하는 게 좋다.  

합천호를 자주 찾는 현지인들은 지금(7월 1일)보다 일주일 후면 유입수가 많아지고, 물이 순환해 수온도 안정되기 때문에 그때가 좋다고 한다. 지금 시즌에는 옥수수 미끼만 사용해도 입질을 받을 수 있으며 겨울에는 글루텐 미끼가 유리하다. 

▲ 고무보트를 타고 나와 내림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

내비 입력 합천군 봉산면 압곡리 산81-3(봉산교 아래 포인트. 봉산교에서 출발해 봉산삼거리에서 고령합천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720m 가면 입곡교가 나온다. 입곡교를 지나 우회전 후 내려가면 봉산교 하류로 가는 길이 나온다)

합천호 유망 포인트 

필자가 현장에서 합천호 인근 포인트를 둘러본 결과 7월 중순 이후 찾아가면 좋을 법한 곳을 3곳 추천한다.

대병면 회양리 포인트. 대병면 이주단지의 주차장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최근 어촌계에서 새로 길을 만들어 우측에는 길이 있지만 일반 차량 진입은 할 수 없다. 시멘트 길 주위에는 낚시인이 보이고 큰 바위 뒤에 똥섬과 황토불기가 있다. 이곳은 겨울에도 월척 붕어가 잘 낚인다.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 1836-1)

용주면 죽죽리 포인트. 예전부터 낚이는 씨알이 큰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차량 진입이 되지 않아 마을에 주차하고 시멘트 농로를 따라 내려가면 우측의 골 자리 주위와 중앙의 물골 자리 주위가 붕어가 잘 낚였다.

(합천군 용주면 죽죽리 267-3)

봉산면 계산리 포인트. 경사도가 완만하고 골자리가 길어서 포인트가 많이 나오는 자리다. 필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둘러봤을 때는 계산 2구의 마을 끝자락으로 내려가는 길 끝에 낚시인 차 3대가 보였다. 이곳은 수몰된 페교의 상류며 사륜 차량만 내려갈 수가 있다. 낚시자리는 마사토 자리를 피해 수몰 논이나 밭이 유리하다. 마사토가 있는 자리는 누치 성화가 심하다.

(합천군 봉산면 계산리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