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촬영한 영광 흥곡지. 5천8백평 규모의 산중 소류지다.
본격적인 농사철로 접어들면서 들판의 여름철 열기가 더해간다. 농부들의 쉴 틈 없는 움직임 속에 만수위를 유지하던 저수지, 수로, 천 등은 논과 밭에 물을 공급하느라 매일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이 시기가 바로 연중 낚시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 배수철이다.
배수기에는 대형 계곡지나 대형호 등 담수량이 많은 낚시터를 찾아 나선다. 이는 여름철 더위와 모기를 피할 수 있고 얕아진 수위가 오히려 좋은 포인트 여건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계곡지는 만수 때는 수심이 너무 깊고 급경사라 낚시 여건이 떨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배수가 심한 하절기에 주목을 받는다. 이러한 여건을 참고하여 이번 출조는 계곡지와 대형호 위주로 출조지 선정에 나섰다.
올해 초여름은 전국적으로 불황이라는 소식이다. 이곳저곳을 살피던 중 수년전 같은 낚시 조우회에서 활동한 최영규 씨로부추천 낚시터터 계곡지 한곳을 추천 받았다. 최영규 씨는 광주에 거주하면서 주5일 근무 후 매주말마다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이다. 동행 출조자인 아피스 송귀섭 이사와 함께 추천받은 곳으로 가기로 했는데 처녀 출조지라 설렘과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 지난 5월 석가탄신일에 최영규 씨가 흥곡지에서 거둔 조과.
첩첩산중 숲으로 둘러싸인 토종터
6월 초 징검다리 연휴가 끝나자마자 장비를 챙겨 출조길에 나섰다. 따가운 햇살을 안고 광주에서 1시간 여 도로를 달려 영광군 묘량면에 있는 흥곡지에 도착했다. 5천8백여 평의 계곡지는 물무산 행복숲이 주변을 에워싸 있어 산책객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상류와 중류권 연안을 따라 뗏장수초가 길게 늘어져 있고 수면 위에는 듬성듬성 마름이 형성돼 있다. 최영규 씨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토종터로 붕어를 비롯 잉어, 가물치, 장어는 물론 새우와 참붕어, 각시붕어까지 자생한다고 한다.
포인트 선정을 위해 연안을 따라 둘러보니 최상류를 제외하고 약 3m가 넘는 깊은 수심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많은 배수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필자는 수심이 약 1m가 넘는 최상류에, 송귀섭 이사는 약 3m가 넘는 깊은 수심의 상류에 자리를 잡았다. 같은 상류지만 수심 차가 컸다.
▲ 상류에서 뗏장수로 너머를 공략 중인 아피스 송귀섭 이사.
▲ 상류 좌안 연안에서 가까운 물무산 행복숲 입구.
나는 잘 분포한 마름을 공략키 위해 3칸 대부터 5칸 대까지 편성한 후 미리 준비한 새우를 바늘에 꿰어 찌를 세웠다. 송귀섭 이사는 3m가 넘는 수심의 뗏장수초와 마름 언저리에 새우와 딸기글루텐을 병행해 찌를 세웠다.
▲ 대편성 중인 필자. 아피스의 일체형 자립 무받침틀을 사용 중이다.
제방에서 상류를 바라봤을 때 좌측 연안은 사찰과 산책로가 있어 사람과 차량 통행이 빈번했다. 그러나 우리가 자리한 곳은 우측 연안 산길을 따라 들어는 상류권이라 차량통행은 물론 인적까지 드물어 조용히 낚시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한낮의 높은 기온으로 인한 수온 상승 영향인지 얕은 수심에서는 오후 내내 징거미, 참붕어 등의 성화에 미끼 훼손이 심했다. 아피스 송귀섭 이사도 고전 중이었으나 그 와중에도 잔 씨알의 붕어 입질을 받고 있었다.
해가 저물 즈음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초저녁 입질을 기대하며 낚시에 집중했다. 오후 시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어둠이 내리는 저녁 시간에 찌불을 밝혔다. 채집망에는 참붕어가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징거미, 새우 순으로 채집됐다. 찌불을 밝히면서 채집된 참붕어와 새우를 병행해 미끼를 운용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잡어 입질이 줄어들면서 잔 씨알의 붕어가 입질했다. 경박스런 입질이 아닌 정직하게 찌를 올려주는 입질이었다. 씨알은 잘았지만 깊은 곳에서 붕어가 올라오니 잔 씨알이라도 저항하는 힘은 월척급이었다.
확실한 월척급 이상 붕어 입질을 기대하며 찌불에서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기온도 떨어지고 초저녁에 잠시 극성을 부리던 모기도 사라졌다. 전형적인 계곡지의 밤 분위기에 만족하면서 기대감은 높아져 갔다.
그 결과 자정 무렵과 새벽녘에 턱걸이 월척붕어가 올라왔고 동 틀 무렵까지 잔 씨알의 붕어가 가세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아피스 송귀섭 이사도 비슷한 조과를 올렸다. 혹시나 날이 밝으면 의외의 큰 입질이 오지 않을까 싶었으나 지속된 배수 영향과 잡어 입질 탓에 굵은 붕어는 입질도 못 받고 철수를 준비 했다.
▲ 새벽에 턱걸이급 월척을 올린 필자.
▲ 7치급 붕어로 잔 손맛을 본 아피스 송귀섭 이사.
갈수에 가까워질수록 대물 확률 높아
출조 당일은 배수 양이 적었으나 징거미와 잡어 입질이 극성스러워 굵은 붕어 입질은 받기 어려웠다. 이 와중에 송귀섭 이사는 글루텐 떡밥을 연안 가까이 던져 놓으며 잡어의 극성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봤다. 주로 낚아낸 붕어는 준척급이었고 새우와 딸기 글루텐 모두에 고른 입질을 받았다.
우리가 낚시한 흥곡지는 월척급 이상의 굵은 붕어 자원이 풍부한 곳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번 출조에서는 검증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배수가 이루어 질 경우 감춰져 있던 포인트가 드러나면서 좋은 여건을 형성할 것으로 생각됐다.
참고로 흥곡지는 삼복더위를 피해 가족과 피서낚시를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필자도 기회를 만들어 올 여름에는 흥곡지를 찾아 피서낚시를 즐길 계획이다.
▲ 밤새 미끼를 건드려 낚시를 피곤하게 만든 징거미.
▲ 송귀섭 이사가 미끼로 사용한 새우글루텐과 딸기글루텐.
▲ 도로를 겸하는 제방. 좁아서 주차는 불가하다.
내비 입력 영광군 묘량면 덕흥리 602(상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