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철을 맞아 폭우가 내리고 있는 충주 장저울지. 출조 때는 만수여서 조황이 썩 좋지 못했다.

장맛비가 예보되어 있던 지난 6월 28일 충주시 주덕읍 장록리에 있는 장저울지를 찾았다. 지난 2003년에 착공하여 2009년에 준공했다고 하니 14년차의 신생 저수지로 봐도 될 것 같다. 이곳은 1만평이 조금 넘는 산속 계곡지로 상류에 민가가 없어 오염원이 없는 청정 저수지이다. 

배스가 유입되기 몇 년 전만 해도 잔챙이 붕어가 많았던 전형적인 토종터였다. 그때는 주로 4~5치의 작은 붕어가 나왔고 새우 채집도 잘 되었던 곳이었다. 그러던 곳이 몇 년 전 배스가 유입되면서 새우도, 잔챙이 붕어도 사라진 유령 같은 저수지가 되었다. 현재는 가끔씩 월척급 붕어만 입질할 뿐 마릿수 입질 보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대략 3년 전부터 허리급~사짜급 붕어가 이따금씩 얼굴을 보여 주면서 몇몇 현지꾼들이 소문을 내지 않고 출조하기 시작했다. 이후 낚시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에도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장저울지는 계곡지답게 수심이 깊고 급경사가 많아 포인트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중류권 작은 골자리 앞에 한두 포인트가 있고, 상류로 더 올라가면 총 다섯 자리가 있을 뿐이다. 그중 상류에 있는 ‘1~4번 자리’가 좋은데 1번 자리는 수몰나무가 병풍처럼 울타리를 치고 있어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에도 낚시하기 좋은 여건. 현지 낚시인들이 첫 번째로 선호하는 포인트다.

그 옆의 2번 포인트는 수몰나무와 뗏장수초가 잘 형성되어 있지만 포인트는 넓지 않아 8대 정도까지만 펼 수 있으며 그 다음 3번 포인트는 수초를 좋아하는 낚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인트이다. 지난해 가을 노인 한 분이 네 달간 장박낚시를 했었다고 한다. 좌측과 우측으로 수몰 나무가 있으며 중앙으로는 뗏장수초가 잘 발달 되어 있다. 하류로 내려가면 급경사에 수심까지 깊어 더 이상 앉을 자리가 없다.

▲ 상류에서 바라본 장저울저수지. 제방 부근에 떠 있는 구조물은 태양열집열판이다.

▲ 수몰나무와 뗏장수초가 자라있는 2번 포인트.

지난 봄 20일 장박 낚시인이 4짜만 14마리 낚아 

도착 당시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했지만 장맛비가 예보 때문인지 저수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동출한 심우현(우현)씨는 새벽 3시에 도착, 어둠 속에서도 1번 자리를 잘 찾아 대를 펴고 있었다. 다만 다음날부터 호우경보가 내려진 상황이라 오름수위에 대비해 뒤로 물러나 앉아 있다 보니 수몰나무 앞으로 찌를 세우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필자는 다대편성을 선호하기에 2번 자리를 건너뛰고 3번 자리로 들어가기로 했다. 뗏장수초와 수몰나무가 적당히 형성되어 있어 한눈에 봐도 최고의 포인트였다. 이 포인트는 약 2년 전에도 몇 수의 붕어를 만난 적 있는 곳이다.

▲ 1번 자리에 자리를 잡은 심우현 씨.

수위가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좌대를 높이 설치해 낚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대편성이 쉽지 않았다. 겉에서 보면 아무 이상도 없을 것 같은 포인트였지만 물속에 물수세미와 이름 모를 수초가 가득 잠겨 있었다. 총 12대를 편성하고 나니 이미 오전 10시가 지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왼쪽 수몰 나무 옆에 세워 놓은 2.8칸 대의 찌가 그림같이 올라왔다. 땀을 흘린 후 멍 때리고 있다가 뒤늦게 보고 챔질했는지 빈 바늘만 허공을 날았다. 비록 헛챔질이었지만 낮 시간에 첫 입질을 받자 희망이 보여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장맛비는 다음날부터 예보되어 있었지만 이날은 따가운 햇살이 퍼지며 조금만 움직여도 비지땀이 흘렀다. 대충 대편성을 마치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도랑의 다리 아래에 들어가 흘린 땀을 씻어 내고 나니 그리 개운할 수가 없었다. 점심 식사 후 텐트 안에서 서큘레이터를 켜 놓은 채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그 사이 김춘식 씨(지민아빠)도 들어와 4번 자리에 자리 잡는 등 동출자 3명이 모두 준비를 마쳤다.

▲ 계곡물이 흐르는 다리 밑. 이곳에서 무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일찍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낚시에 돌입했다. 바람 한 점 없고 모기 또한 보이지 않는 산속 청정지역이라 이름 모를 산새 소리만 들려 올 뿐 불빛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맑은 물과 맑은 공기가 가슴을 스치며 지나가니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좀처럼 입질은 없었고 아까운 시간만 쏜살같이 흐르고 있었다.

밤 11시가 지나자 가장 오른쪽 수몰나무 앞에 세워 놓은 2.8칸 대의 찌가 깜빡거리더니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정신없이 챔질하니 손끝에 묵직한 대물의 느낌이 전해져 왔다. 녀석은 강하게 저항하며 앞쪽의 뗏장수초를 파고들었지만 강제집행에 손들고 나온 녀석은 아쉽게도 월척에도 미치지 못하는 30cm짜리 붕어였다. 그래도 입질이 온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다시 낚시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후 일행 모두 이렇다 할 입질을 받지 못한 채 날이 밝고 말았다. 아침 입질도 기대했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점심 무렵,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오시더니 필자의 찌가 제대로 포인트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훈수를 하셨다. 그 분은 봄에 이 자리에서 20일 이상 장박낚시를 했으며 그 당시 4짜만 14수를 했다고 말했다. 어르신이 알려주는 포인트는 수중 수초가 가득해 채비가 들어가지 않는 포인트였고 그때와는 물속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말씀드렸다.

▲ 겉에서 볼 때는 수면이 깨끗했으나 장저울지 바닥에 무성했던 말즘.

▲ 첫날밤에 올라온 30cm 월척.

▲ 필자의 낚시자리. 대좌대에 텐트를 올려 놓고 밤낚시를 진행했다.

수위 내려가 안정되면 마릿수 조과 다시 터질 듯 

오후로 접어들어 예보되었던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저녁 무렵이 되며 거의 폭우에 가까운 강한 비가 내렸다. 이 비로 인해 낚시는 어려웠고 텐트 안에서 내리는 비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해가 지고 빗속에 찌를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은 희망이 없을 것 같았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휴식을 취하다 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텐트 문을 열고 밖을 보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다시 평화가 찾아온 듯했다.

새벽 3시가 지날 즈음 오른쪽 3.6칸 대의 찌가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집중하고 바라보니 잠시 후 서서히 솟아오르는 케미 불빛! 빠르게 챔질하니 손끝에 강한 힘이 전달되었다. 그러나 녀석은 잠깐 사이에 수초 속으로 채비를 끌고 들어가 버렸다. 수초를 감았는지 꿈쩍도 하지 않아 잠시 늦추어 주자 녀석이 움직였고 순순히 달려 나왔다. 그렇게 해서 올린 붕어는 36cm의 허리급 붕어였고 두 번째 붕어이자 마지막 붕어였다.

▲ 철수 마지막 날 밤에 올라온 36cm 붕어. 장저울지에는 4짜 붕어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비가 그친 후 입질을 기대했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아침 시간에 한 분이 찾아오시더니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1번 포인트에 주로 앉는다고 말했다. 상류 포인트는 네 곳 모두 항상 누군가가 앉아 있어 자리 잡기 어려운 곳이라며 나의 조황을 물었다. 필자가 달랑 두 마리의 붕어를 잡았고 1번과 3번에 앉은 일행은 입질 한번 못 봤다고 하니 이곳은 꽝이 없는 곳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특히 1번 자리에 앉은 심우현 씨는 찌 세운 곳이 잘못되었다며 수몰나무 앞에 찌를 세워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제 철수 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자리를 찜한다면서 지난 4월 2박 낚시에 허리급 이상만 14마리를 낚았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게 웬일이람?

조과 사진을 찍기 위해 살림망을 들어보니 살림망 지퍼가 열려있는 게 아닌가. 결국 자동방생한 셈이 됐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뒤 더 더워지기 전에 철수하기로 했다. 밤새 내린 장맛비로 이미 만수위였기에 더 이상의 수위는 오르지 않았다. 수위가 내려가 안정 되고 수온 또한 적당해지면 다시 마릿수 조과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장저울지는 저수지 규모에 비하여 포인트가 적기 때문에 출조 때는 적정 인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쓰레기가 없는 청정지역인 만큼 자기가 가지고 온 쓰레기는 꼭 치워주기를 당부한다.

▲ 아침에 확인한 살림망. 지퍼가 열려있어 낚은 붕어가 모두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