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계일학 전국지부장단합대회에서 테스트용 전자찌를 사용해 1인당 60~70마리의 향붕어를 올린 회원들. 

왼쪽부터 신종훈(열공낚시), 정흥창(쭈구리), 김정헌(바텐) 씨로 낚은 붕어는 사진 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군계일학 동호회의 전반기 전국지부장단합대회가 지난 7월 1일 안성 장광낚시터에서 열렸다. 군계일학은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매년 두 차례 전국지부장단합대회를 개최하는데 이번 일정에서는 매우 특별한 이벤트가 함께 진행됐다. 군계일학에서 최초 출시 예정인 전자찌 실전 테스트를 겸한 출조였다. 

이날 참가한 각 지역 지부장과 고문단 30여 명은 지급받은 전자찌로 밤낮없이 향붕어를 낚으며 성공적인 실전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이번에 테스트한 전자찌는 개발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상태이지만 군계일학은 출시 시기를 내년 봄으로 확정했다. 앞으로 남은 후반기에 충분한 실전 테스트를 거친 후 고장률 제로의 완벽한 제품으로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 군계일학 동호회 집행부에게 지급한 2023년형 유니폼.

군계일학 지부장단합대회와 전자찌 테스트 병행     

최근 유료터와 노지낚시터 할 것 없이 전자찌 열풍이다. 유료터에서의 전자찌 열풍은 이미 수년 전부터 불었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노지낚시터에서도 전자찌 사용자가 부쩍 늘었다. 

전자찌는 케미만 찌톱에 달 때보다 시인성이 월등히 뛰어나고 밝아 입질 파악에 유리한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단점도 많다. 그동안 노지 대물낚시인은, 작은 케미 불빛도 붕어의 경계심을 자극한다는 걱정에 일부러 낮부터 케미를 꺾어 불빛을 죽이거나, 매직으로 케미의 절반 아래를 칠해 불빛을 최소화 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한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현재 찌톱 전체에 화려한 불이 들어오는 전자찌 사용 트렌드는 매우 파격적이고 이례적이다. 

사실 전자찌는 유료터에서도 거부감이 컸다. 입질 간사한 유료터 붕어(양식붕어)를 상대하려면 작은 찌놀림에도 반응해야 할 때가 많다보니 둔감한 전자찌는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앞에 과거의 우려들은 모두 사라질 분위기다. 일반 찌만큼이나 정교하고, 예민하며, 불량률 적은 전자찌들이 속속 개발,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계일학 성제현 대표는 “나의 경우 수년 전만 해도 찌톱 전체에 불이 들어오는 전자찌를 붕어낚시에 사용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당시 제품들은 부피가 크고 부력도 약해 예민한 유료터 붕어 입질을 잡아내는 데 부적합했다. 그러나 최근의 전자찌들은 다르다. 일반 찌만큼 예민할뿐더러 고장률도 크게 줄었다. 낮에 주간용으로 써도 무방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계일학의 전자찌 프로젝트는 타 업체에 비해 많이 늦은 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군계일학 찌 애호가들 조차도 ‘왜 빨리 전자찌를 개발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성제현 씨는 ‘지금도 절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성제현 씨의 설명이다. 

“전자찌의 고질적인 문제는 불량입니다. 낚시 도중 불이 들어오지 않거나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경우들이죠. 실제로 많은 전자찌 업체가 소비자와의 책임소재 공방, 에이에스 처리 문제로 곤란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러나 책임 공방이 문제가 아닙니다. 낚시인 입장에선 당장 낚시를 할 수 없다는 점, 부족한 성능 탓에 고기를 생각보다 못 낚을 수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지난 몇 년간 비공개로 전자찌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 여름부터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낮과 밤 모두 사용 가능한 올라운드 전자찌

▲ 군계일학에서 최초로 출시 예정인 전자찌(제품명 미정)는 찌톱 포함 8점등에 몸통은 일당백과 같은 형태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번 실전 테스트에 등장한 군계일학 전자찌는 몸체는 나노 소재이며 불이 들어오는 엘이디(LED) 램프가 찌톱 안에 내장된 구조다. 그러나 보통의 전자찌는 카본 찌톱을 따라 가는 동선이 올라가고 각 마디마다 돌출된 작은 엘이디 램프가 빛을 발하는 구조다. 이 경우 찌톱이 올록볼록해 찌올림 시 저항이 생기고 램프가 노출된 만큼 고장이나 파손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 군계일학에서 테스트 중인 전자찌는 램프를 찌톱 안에 내장한 설계라 찌톱이 매끈하다. 램프가 돌출되지 않은 만큼 찌올림 저항도 적고 파손 위험도 크게 줄어들었다. 

성제현 씨는 테스트용 전자찌를 단합대회에 참가한 30여 명의 지부장과 고문들에게 모두 지급했다. 빠른 낚시를 위해 미리 배터리, 본봉돌, 스위벨을 모두 일괄 세팅해 찌맞춤까지 완성해놓은 상태. 나노 소재 찌몸통은 부력이 일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이 제품들은 테스트용인만큼 사용 후 이튿날 철수 때 모두 회수했고 정식 출시 때 완제품을 증정할 예정이다).  

테스트 찌는 중(中)자로 길이는 70cm, 부력은 4g 정도 먹었다. 정말 찌톱에 램프가 돌출되지 않아 미끈했고 몸통은 군계일학의 인기 모델 ‘일당백’을 채택해 전자찌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나도 찌를 받아 채비를 교체한 뒤 낚시를 해보았다. 떡밥을 달아 던지자 오뚜기처럼 찌가 직립한 뒤 아주 천천히 내려갔다. 그런데 그 느낌이 참 묘했다. 어찌된 게 직립과 하강이 일반 찌보다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즉 낮에 주간용으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찌였다. 

이날은 장광낚시터 향붕어들의 활성도 또한 최고조에 달해 더욱 실전적인 테스트가 가능했다. 영상 30도를 웃도는 오후 2시부터 낚시를 시작했음에도 낮부터 찌톱을 주욱- 주욱- 올리는 입질이 이어졌고 여기저기서 붕어를 끌어내는 장면이 펼쳐졌다. 

밤이 돼 불을 밝힌 후로는 화려한 불꽃쇼가 이어졌다. 요즘은 낮에 향붕어 입질이 왕성하면 밤에는 잠잠한 것이 통례인데 이날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입질이 들어왔다. 테스트에 사용한 전자찌는 찌톱 포함 8곳에서 불이 들어오는 8점등 방식으로 챔질을 하지 않고 놔두면 8마디가 모두 솟구칠 정도였다. 

▲ 테스트 중인 전자찌가 수면 위에서 영롱한 불빛을 발산하고 있다.

▲ 미등을 켜고 밤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군계일학 회원들.

고장률 제로 목표로 내년 봄 출시 예정 

▲ 군계일학 성제현 대표가 내년 봄 출시 예정인 전자찌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날은 군계일학의 이벤트게임인 ‘부회장님을 이겨라’가 동시에 진행됐다. 두 분의 부회장님보다 많은 붕어를 낚은 회원들에게 시상하는 이벤트인데 그 결과 1인당 적게는 20마리, 많게는 70마리에 가까운 향붕어가 낚이는 초대박 조황을 거뒀다. 그리고 그 많은 붕어를 올리는 동안 고장이나 에러가 발생한 제품은 발견되지 않았다(딱 한 제품에서 사용 중 램프가 꺼지는 현상이 발견됐는데 배터리를 견고하게 삽입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다). 지금 바로 출시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제품이었다. 

그럼에도 성제현 씨는 완성품 출시 일정을 내년 봄으로 멀리 잡고 있었다. 올해 겨울까지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이날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꼼꼼히 찾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램프 색상, 램프 간 간격, 전체 길이, 몸통 형태와 색상 등을 면밀하게 조율할 예정이며 최종 제품명도 겨울 즈음 확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전자찌를 사용하면서 잦은 불량률로 속 상했던 낚시인이라면 군계일학의 첫 작품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출시가 내년 봄이라 제법 오래 기다려야 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 테스트용 전자찌를 사용해 월척급 향붕어를 올린 성제현 씨.

▲ 차곡차곡 마릿수를 쌓아가는 성제현 씨.

▲ 이벤트게임 ‘부회장님을 이겨라'의 상위 입상자들과 회장단의 기념촬영.

▲ 2023년 상반기 군계일학 전국지부장단합대회를 성공리에 마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향붕어 까탈 입질의 비밀 

성제현 씨 “역돔처럼 바닥에 집 짓는 습성이 원인”

낚시인들이 향붕어 입질이 까탈스럽다고 느끼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토종붕어나 잉붕어보다 흡입력이나 흡입형태가 다른 것도 이유지만 성제현 씨는 ‘마치 역돔처럼 바닥에 집을 짓는 습성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물 빠진 유료낚시터 바닥에 생겨난 작은 웅덩이들. 향붕어가 만든 것들로 지저분한 찌놀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료 사진은 지난 2010년 무렵, 향붕어를 방류한 경기도 화성 지역 모 유료터의 물갈이 때 모습으로 바닥 곳곳이 푹푹 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향붕어도 역돔마냥 자기 집(영역)을 구축한다는 뜻으로, 바닥이 이렇게 울퉁불퉁하다보니 입질에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우선 채비를 던질 때마다 찌높이가 달라지는 건 기본이며 움푹 파인 곳에는 다양한 바닥 찌꺼기와 청태 등이 고이기 때문에 붕어의 입질이 지저분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한 파인 곳의 경사면에 미끼가 놓일 경우 입질 시 찌가 내려가거나 솟다가 마는 등의 지저분한 입질로 나타나게 된다. 

성제현 씨는 “향붕어터에서는 첫 투척부터 입질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입질이 좋은가 보다 하고 낚시에 몰입하는데 보통은 한두 마리 낚고 나면 입질이 끝날 때가 많습니다. 집 근처에 있던 향붕어들이 모두 낚이고 끝난 것이죠”라고 말했다.

이에 성제현 씨는 잦은 입질을 받기 위해서는 빠른 미끼 교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던져 둔 미끼를 오래 방치할수록 찌꺼기나 청태 속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또한 찌톱을 자신이 보기 좋은 높이로만 세우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곳에서 계속 입질이 오면 몰라도, 입질이 없다면 그곳이 찌꺼기나 이물질이 쌓인 곳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번 달라지는 찌높이에 너무 민감히 반응하지 말고 낚시해볼 것을 권했다.

▲ 군계일학 빼찌빵 총무를 맡고 있는 최윤구 회원의 부인 홍성재 씨가 연타로 입질을 받아낸 향붕어를 뜰채에 담고 있다.

▲ 허리급이 넘는 향붕어를 뜰채에 담은 홍성재 씨가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 이튿날 낚시를 마친 후 최윤구(맨 왼쪽), 홍성재(가운데) 부부와 성제현 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