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바로 평균 씨알 30cm의 울진 볼락입니다.” 기자에게 볼락 호황터를 소개한 황경재, 윤현종, 김동진 씨가 울진 죽변 앞바다에서 낚은 왕볼락을 보여주고 있다.

“울진 죽변 앞바다에 왕볼락이 지천에 깔렸습니다. 걸면 30cm가 넘습니다. 어서 한번 내려오세요.”

지난 5월 중순, 울진 죽변에서 바다루어와 계류낚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황경재 씨가 호황 소식을 알려왔다. 황경재 씨는 다양한 방면에 뛰어난 낚시인이라 귀가 솔깃했지만 평균 씨알이 30cm라는 얘기에 허풍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평소 기자와 함께 촬영을 자주 다니는 김동진(테일워크 필드스탭) 씨도 비슷한 날에 전화를 걸어와 “지금 울진에서 왕볼락이 난리”라고 말했다. 울진에서 루어샵을 운영하는 안혁진 프로에게서도 왕볼락 소식을 종종 들은 터라 대체 어느 정도 큰 볼락이 낚이기에 야단법석인지 궁금해졌다. 

▲ 왕볼락이 낚인 울진 죽변 앞바다. 우측 연안에 해양과학관이 있다.

자정 넘은 새벽이 피크 타임

지난 5월 23일, 울진 반도낚시 윤현종 씨와 황경재, 김동진 씨와 함께 왕볼락 취재에 나섰다. 울진 일대에는 야간 볼락 선상낚시를 출조하는 낚싯배가 여러 척 있지만 이번에는 윤원석 씨의 레저보트를 타고 출조했다. 이유는 물때가 맞지 않는 초저녁 시간을 허비하기 싫고 만조 전후 새벽을 집중적으로 노리기 위해서였다. 낚싯배 중 일부는 다음날 아침까지 낚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정 무렵이면 철수하기에 취재팀과 시간이 맞지 않았다.

밤 11시가 넘어 울진 골장항에 모여 윤현종 씨의 보트를 타고 출항했다. 그런데 골장항이 꽤 낯이 익었다. 알고 보니 작년 12월에 팁런을 했던 곳으로 물골이 잘 발달하고 조류가 빠른 곳이었다. 울진 일대에서는 벵에돔, 감성돔, 볼락, 무늬오징어 선상 포인트로 아주 유명하다고 들은 곳이라 기대가 되었다. 

출항 준비를 마치고 자정 무렵에 배를 띄워 도착한 곳은 울진 죽변의 해양과학관 앞바다. 이 주변에는 수중 암초가 즐비하고 해양과학관과 연결된 교각이 많아 큰 볼락이 잘 붙는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 위쪽에 있는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물을 방류하고 조류 흐름도 좋아 1년 내내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고 했다.

▲ 울진 골장항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취재팀.

▲ 울진 골장항.

4~5g 텅스텐 지그헤드에 2인치 볼락웜 사용 

취재팀은 큰 볼락이 낚일 것에 대비해 M 액션의 조금 강한 볼락 전용대를 사용했다. 아울러 조류가 빠르고 수심이 10m 내외로 깊은 점을 감안, 5g 텅스텐 지그헤드에 2인치 웜을 세팅했다. 황경재 씨는 채비나 장비가 특이한 것은 없으며 볼락의 활성이 낮을 때를 대비해 집어제를 바른 웜을 준비하면 좋다고 했다.

자정이 지난 후 채비를 마치고 캐스팅하니 황경재 씨가 곧바로 첫수를 올렸다. 로드가 허리까지 휘어졌지만 허리가 튼튼한 볼락 전용대를 사용해 단숨에 볼락을 끌어올렸다. 씨알을 보니 대략 28cm. 어쩌면 평균 씨알 30cm가 허풍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조류가 흐르기 시작하자 김동진, 윤현종 씨에게도 입질이 들어왔다. 놀랍게도 30cm 내외의 볼락이 올라왔다. 낚은 볼락을 자세히 보니 대부분 등이 초록색인 청볼락이었다. 가끔 갈볼락도 올라왔는데 갈볼락 역시 30cm가 넘는 씨알이 올라왔다. 가끔 올라오는 25cm 내외급이 가장 작은 씨알이었다.    

볼락 씨알에 놀란 나는 “아무래도 이건 이상합니다. 내해와 외해를 회유하는 청볼락이라고 해도 이렇게 큰 개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30cm 갈볼락도 함께 낚인다니 이런 건 가거도 밤낚시 때를 빼곤 정말 처음 봅니다”라고 말했다.

▲ 윤현종 씨가 왕볼락을 히트해 손맛을 즐기고 있다.

▲ “울진으로 볼락 낚으러 오세요.” 울진 반도낚시 윤원석 대표의 아들 윤현종 씨가 직접 낚은 왕볼락을 보여주고 있다.

▲ 34cm 갈볼락을 낚은 김동진 씨.

왕볼락 호황의 원인은 곤쟁이? 

5월 말이라 해가 길어져 오전 5시가 되니 동이 트기 시작했고 5시30분이 지나자 완전히 밝아지며 입질이 끊겼다. 4시간 정도 낚시해서 낚은 볼락은 총 64마리. 그중 20마리가 30cm를 넘었고 가장 큰 씨알은 34cm였다. 나머지는 25~28cm라 평균 30cm란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특별한 테크닉 없이 그저 4~5g 텅스텐 지그헤드에 2인치 볼락웜을 꿰어 던지고 감기만 했음에도 이런 조과를 거두다니 믿기지 않았다. 더구나 낚시를 하다가 지나치게 배가 부른 볼락은 알을 밴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죄다 방생하고도 그만큼 낚았다. 그런 놈들까지 합하면 가히 ‘역대급’ 호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인트를 소개한 황경재 씨는 “울진 낚시인들은 이런 호황을 종종 경험합니다. 초겨울부터 초여름까지가 피크고 그 후에는 무늬오징어, 벵에돔을 낚습니다. 장마철에도 다양한 어종이 낚이기 때문에 화끈한 손맛을 원한다면 울진권을 추천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철수 후 볼락을 몇 마리 집에 가져와 회를 떴는데 그제야 호황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알이라고 생각한 뱃속의 내용물이 전부 곤쟁이였던 것. 깨알 같은 곤쟁이가 볼락 뱃속에 가득 들었고, 알이라고 해봤자 콩알만 한 알집과 깨알만 한 정소 주머니가 든 것이 전부였다. 어쩐지 너무 폭발적으로 입질을 한다 싶었는데 이제 산란을 준비하는 왕볼락이 곤쟁이 떼를 만나 포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언제 다시 이런 호황을 만끽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초겨울부터 장마철까지 매년 왕볼락이 낚인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 철수 후 계측자에 올린 왕볼락. 낚은 것 중 조금만 덜어 촬영했다.

▲ 볼락이 커서 목줄을 잡고 올리고 있다.

▲ “이런 왕볼락이 득시글거립니다.”

▲ 울진 골장항 슬로프에서 보트를 올리고 있다. 울진 일대에서 유일하게 슬로프가 있는 곳이라 개인 보트를 내리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다.

▲ 윤원석 씨가 운영하고 있는 울진 반도낚시. 은어, 감성돔, 붕어, 볼락, 오징어 등 다양한 낚시를 취급하고 있다.

출조문의 울진 반도낚시 010-3035-2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