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어느 나라든 초기 어업 형태의 유물에서 모조 미끼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은 일본 가고시마박물관 고대 어구전시장에 비치한 낚시 관련 유물 자료.

동서양을 막론하고 물고기를 낚는 데 있어 모조 미끼를 사용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취미생활로서의 낚시가 아니라 생계를 위한 어업의 경우, 낚는 효율을 생각해 생미끼보다 더 편리하게, 더 빠르게, 더 많이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여러 형태로 고안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금속, 소뿔(牛角), 짐승의 털이나 깃털, 그을린 나무, 조가비(貝殼) 등이 재료로 사용되었고 그들 중 일부는 아직도 어업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어로 도구들을 루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개인의 관점이나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만약 ‘생미끼가 아니면 다 루어다’라고 말한다면 루어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른다. 반면 루어를 생계형 어로 도구가 아닌, 여가생활에 사용하는 상품화된 도구로 국한한다면 그 기원은 따지기가 수월하다.

루어를 누가, 어디서 처음 개발했는가는 구대륙인 유럽에서는 마치 전설처럼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신대륙인 북미의 몇몇 루어 메이커들은 연도를 밝히며 서로 자기네가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의 경 우 , 초 기 식민지 시대를 벗어난 1800~1810년 무렵에는 영국에서 수입된 루어인 팬텀미노우가 주류였음을 알 수 있다. 이후 1848년에 처음으로 미국산 스푼루어인 뷰엘 스푼이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자료는 1980년도부터 미국에서 발간하고 있는 Old Fishing Lures & Tackle 7th edition에 소개된 내용.

▲ Old Fishing Lures & Tackle 7th edition 표지 사진.

1800년대에 영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팬텀미노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본 앵글러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호숫가에서 차를 마시다가 은수저를 떨어드렸는데, 반짝이며 가라앉는 은수저를 송어가 물더라.” 그 모습에 착안해 ‘스푼루어’를 만들었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유럽에서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18세기 무렵 북유럽의 어느 호숫가로, 차 마시던 이는 해당지역 귀족으로 각색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19세기 버몬트주 보모신(Bomoseen) 호수로, ‘훌리오 톰슨 뷰엘(Julio T. Buel, 1806~1886)’이라는 사람이 이야기의 당사자이고 18세이던 어릴 적 일이었다고 알려진다. 그래서 스푼 메이커를 창립하게 되었다고 그의 후손들이 주장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어떻든 뷰엘 스푼은 미국제 루어로서는 처음으로, 1848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푼 루어를 제조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뷰엘 스푼 회사에 전시되고 있는 초기 스푼 제품들.

19세기, 1800년대에 미국에서 사용된 루어는 미국제 루어도 있었지만 당연히 고급제품은 영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이었다.(미국제 루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차례로 설명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유럽제 루어를 주제로 하고자 한다.) 빈티지 루어 수집가들이 참고로 하는 서적에도 19세기 초반의 루어는 극히 드물고 영국에서 수입한 ‘팬텀미노우(Phantom minnow)’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팬텀미노우는 누가 만들었고 언제부터 사용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1800년대에 들어서부터 이미 영국에서 상품화돼 낚시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동시에 미국으로도 수출되어 사용되었고 당시의 현물이 지금도 남아있다. 영국과 미국 낚시인 사이에서는 서로 ‘원조’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미국이 독립하기 전, 이미 식민지 시절부터 수입되어 사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 최초가 언제였는가 하는 초창기 실증자료는 남아있지 않다. 전해오는 말로는 원래 낚시용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루어’라는 말의 어원을 거슬러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즉 영국에서 ‘루어(Lure)’라는 말은 처음부터 물고기를 낚기 위한 모조 미끼를 이르는 말이 아니었고 매사냥꾼이 매를 조련할 때 사용하던 도구를 이르는 말이었다고 한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매사냥꾼 중 누군가가 ‘이 루어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하는 발상의 전환을 하여 낚시용으로 재탄생될 것인지도 모른다.

▲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상품화되었던 팬텀미노우. 당시 영국의 종합조구유통회사인 올콕스 (Allcocks)의 상표가 붙어 있다. 언제 누가 최초로 만들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상품화되었던 팬텀미노우.

팬텀미노우는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여기에 비단 천과 고무를 둘러 몸통을 만든 형태를 하고 있다. 여기에 립이 달린 머리 부분과 트레블훅을 부착한 것으로, 현대의 플러그 루어, 미노우의 원조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당시, 미국으로 수출된 팬텀미노우는 ‘브리티시베이트(British bait)’라고도 불렸고 배스낚시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텀미노우는 영국에서 발명됐지만 영국 내는 물론 유럽대륙에서 그리 큰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마치 베이트캐스팅릴의 원조인 ‘멀티플라이어’가 영국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대서양 건너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가 베이트캐스팅릴과 트롤링릴로 진화한 것처럼, 팬텀미노우도 미국으로 건너가 각종 루어로 진화하는 기폭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영국에서 팬텀미노우 이외에 특별히 이름이 알려진 루어가 존재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없지는 않았겠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하지 못했다면 현물이나 기록이 남아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 출신 최대 루어 메이커 라팔라

그밖에 유명한 유럽제 루어 브랜드라면 라팔라(Rapala 핀란드), 닐스마스터(Nils master 핀란드), ABU(스웨덴), 마일란(Mylan 스웨덴), 스팅실다(Stingsilda 노르웨이), 멥스(Mepps 프랑스), 팬서마틴(Panther martin 이탈리아) 등을 들 수 있지만, 모두 20세기에 들어서 생겨난 메이커로 대부분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 점은 루어의 주요 무대가 유럽대륙이 아님을 반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일하게 현재까지도 명성을 떨치는 메이커가 하나 있다.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라팔라이다. 유럽제 루어 메이커가 대부분 유명무실한 가운데 유일하게 전통을 지키며 성장을 반복하고 있는 자타공인의 세계 최대 루어 메이커이다. 라팔라는 핀란드가 본거지로 1936년, 창업자인 ‘라우리 라팔라(Lauri Rapala)’가 코르크를 재료로 직접 깎아 만든 미노우를 사용해 낚시한 것을 계기로 루어 제작,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전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핀란드의 Rapala, 유럽제 루어 메이커로서는 유일하게 아직도 전 세계 낚시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에는, 본격적으로 미국제 루어의 전성기가 펼쳐졌다. 송어, 연어 낚시가 주류인 유럽은 플라이낚시가 발전해 루어의 개발은 눈에 띄지 않았던 반면, 배스를 주요 대상어로 하는 루어낚시가 대세인 미국은 그에 걸맞게 루어의 개발이 줄을 이었다. 요즘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베이커의 루어가 그때를 기점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