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9일, 기장 문동방파제에서 필자가 낚은 1kg 수컷 무늬오징어.

올해는 부지런한 낚시인들이 4월 말부터 거제도와 남해도 일대로 무늬오징어를 잡으러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후 5월 초부터 SNS에 무늬오징어 소식이 확인되었다. 10명이 나가면 1명이 낚는 극악의 확률이지만 그래도 제주도가 아닌 육지에서 예년보다 2~3주 빠르게 소식이 들리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었다. 시기가 빨라진 만큼 올해 산란 무늬오징어 시즌에는 더욱 많은 개체가 낚여 줄 것이라 예상했다. 

매년 좋아지는 산란 에깅 조과 

제주를 제외한 육지권 산란 에깅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시즌(4~7월) 중 한 마리를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2~3년에 괄목한 성장을 보였고 올해는 5월~6월에 벌써 10마리 넘게 낚은 낚시인도 만났다. 남해도에선 포인트마다 꽝이 없다는 소식이 들렸고 거제도에서도 발품을 팔면 꽝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포항에서도 산란 무늬오징어가 잡힌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부산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생겼다. 

부산에는 이미 산란 무늬오징어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 있다. 부산 송도, 영도, 기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주변엔 낚시인이 너무 많고 송도, 영도, 기장 일부는 낚시금지로 묶여 버린 곳이 많다. 특히 유명 방파제가 여러 곳 낚시금지로 묶였다. 낚시금지가 늘어나니 남은 포인트로 낚시인이 대거 쏠리는 현상까지 생겨 부산권 산란 에깅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너무 좋고 이미 남해도와 거제도에서 올해 무늬오징어를 낚았기에 지인 몇 명과 함께 지난 6월 9일 부산 기장으로 출조해 보았다. 

승부수는 캐스팅 비거리  

출조에 앞서 산란 에깅에 성공하려면 캐스팅 비거리를 늘여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서 낚시한다면 비거리가 긴 사람이 더 넓은 구간을 탐색해 입질 받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0.6호 합사를 사용지만 산란 에깅 시즌에는 좀 더 가는 라인을 사용한다. 출조하기 전에 ‘라팔라 서픽스 131라인’ 0.5호를 세팅하고 에기 역시 비거리를 감안해 3.5호 슈퍼 섈로우 타입을 준비했다. 미노우 에기도 2개를 준비해 에기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의 수심이 얕은 곳에 대비했다. 

기장권은 이미 낚시인이 초만원일 거라 생각해 유명한 곳은 뒤로하고 낚시인이 적지만 산란 무늬오징어가 들어올 포인트를 먼저 둘러보았다. 첫 포인트 기장 원내방파제. 방파제 근처 갯바위로 얕은 여밭이 있는 곳으로 3m 수심을 슈퍼 섈로우 에기로 공략했지만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임랑해수욕장 갯바위 일대를 탐색했지만 간출여가 많아 밑걸림이 매우 심했다. 만조 전후가 되어야 겨우 채비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고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는 생각보다 물이 많이 차지 않아 에기 운영이 매우 힘들었다. 

8월 중순까지 산란 에깅 가능할 듯 

마지막으로 미리 점찍어 둔 기장 문동방파제로 향했다. 문동방파제는 산란 에깅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라 예상한 대로 6명 정도 에깅을 하고 있었다. 거의 1시간을 기다려 사람이 빠진 자리로 들어가 낚시를 시작했다. 

▲ 부산권 산란 에깅 포인트로 유명한 문동방파제. 출조한 당일 이미 6명의 낚시인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최대한 먼바다를 공략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많은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을 무늬오징어를 생각하여 최대한 멀리 에기를 투척했다. 주위 사람들이 오렌지 색상 3호 에기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비거리도 늘일 겸 3.5호 보라색 에기를 사용했다. 

낚시인이 많아 좌우로 크게 탐색하는 것은 무리였고 정면에서 좌우로 30° 정도 탐색했다. 30분간 입질이 없어 뒤에서 쉬면서 낚시인들의 캐스팅이 조금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조류가 좀 더 흘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찰나 좌에서 우로 먼바다로 빠져나가는 조류 띠가 보였다. 검은색 에기로 바꿔 조류의 띠가 보이는 곳으로 캐스팅해 에기를 조류의 흐름에 맡겨 흘려주었다. 5번 정도 캐스팅하니 조류의 흐름 속에 에기가 동조된 듯했다. 액션 후 스테이. 갑자기 라인이 빠르게 풀리기 시작했다. 한 템포 쉬고 챔질하니 로드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1kg이 조금 안 되는 수컷 무늬오징어가 올라왔다.

한 마리를 낚은 후엔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낚시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철수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함께 출조한 남수근 씨도 내가 낚시한 자리 옆에서 1kg 조금 넘는 무늬오징어를 한 마리 낚았다. 아마 만조 무렵이라 무늬오징어가 여러 마리 들어온 것으로 보였다. 

부산권은 앞으로 7월까지 산란 시즌이 계속된다. 예전엔 몰랐지만 5~6월에 낚이는 무늬오징어는 포란을 한 개체가 있고 그렇지 않은 개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늦게 산란하는 무늬오징어는 8월 중순까지 천천히 몸집을 불리고 연안을 돌아다니므로 여유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분명히 큰 씨알을 만날 수 있다. 

▲ 임랑해수욕장 주변 갯바위에서 작은 문어를 낚은 필자.

▲ 가프로 무늬오징어를 올리고 있다.

▲ 문동방파제에서 낚은 무늬오징어를 보여주는 필자.

▲ 함께 문동방파제로 출조한 남수근 씨도 1kg이 넘는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 문동방파제 외항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테트라포드에 자리 잡고 최대한 멀리 캐스팅하는 것이 노하우다.

내비 입력 기장군 일광읍 문동리 2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