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연평도 입성 첫날 오후낚시에서 70cm가 넘는 점농어를 올린 서울의 이승학 씨. 1온스 지그헤드와 웜을 꿴 채비로 올렸다.

인천 대연평도는 국내 최고의 점농어 산지다. 전남지방에도 점농어 자원이 풍부하지만 씨알에선 인천을 당해낼 수 없다. 올해 대연평도 점농어 루어낚시는 대호황이다. 6월 중순 현재 미터오버급만 3마리 이상 낚였다.

올해 첫 대연평도 점농어 루어낚시는 본지 필자인 조홍식 박사 일행과 동행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원정낚시 경험까지 풍부한 조홍식 박사는 이번이 두 번째 대연평도행. 그는 2년 전 처음으로 대연평도를 찾았다가 소위 말하는 점농어 ‘뽕’을 맞았다. 처음 찾은 낚시터에서, 그것도 입성 첫날 오후 2시간 낚시 만에 미터 오버급을 두 마리나 올렸기 때문이다.

길이도 길이지만 조홍식 박사가 놀란 건 대연평도 점농어의 거대한 체구였다. 가장 먼저 히트한 1m2cm짜리가 수면에 솟구치는 순간 조홍식 박사는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바라문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동안 80센티 전후급은 많이 낚아봤지만 미터 오버는 그때가 처음이었죠. 녀석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우악스럽게 저항하는데 처음에는 도무지 어떤 녀석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혹시 농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제 장단지보다도 훨씬 굵은 점농어를 보니 여기가 정말 우리나라가 맞는가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조홍식 박사뿐 아니라 대연평도에서 한 번이라도 점농어를 낚아본 낚시인은 다른 지역 농어낚시는 싱겁다고 말한다. 대연평도 점농어는 60~70cm만 돼도 체형이 방어를 닮았고 힘도 훨씬 장사다. 육질도 민농어보다 단단하고 쫄깃해 회 맛에서도 으뜸이다.

인천팀들의 대박 조과에 심쿵

5월 29일 오전 7시, 인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조홍식 씨와 만나 대연평도로 들어갔다. 이날은 조홍식 씨의 후배 이승학 씨가 동행했는데 2년 전 조홍식 박사가 미터 오버급을 올릴 때 동행한 사람이다. 당시 그 놀라운 광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던 이승학 씨는 내심 이번에는 자신도 미터오버를 낚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2시간여를 항해해 대연평도항에 도착한 뒤 마중나온 민박집 승합차를 타고 민박집으로 이동했다. 일단 짐 정리와 점심식사를 마친 후 오후 출조에 나설 계획이었다.

민박집에는 우리보더 먼저 들어와 있던 낚시인들이 철수를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조과가 대단했다. 3명이서 65~78cm로만 열댓 마리를 낚아온 것이다. 원래 이들은 도보 루어낚시를 왔다가 조과가 좋지 못하자 오늘 아침에만 선상낚시를 했다고 했다. 역시 체구들이 대단해서 언 듯 80cm는 놈들로 보였다. 갖고 온 아이스박스가 작아 스티로폼박스를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의 가슴은 더욱 뛰기 시작했다.

▲ 촬영팀보다 먼저 들어왔던 인천 낚시인들이 거둔 조과. 오전에만 15마리 이상을 올렸다.

30m 이상 드랙을 차고 나가는 괴력

점심식사 후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항했다. 우리가 타고 나가는 부경호는 대연평도의 유일한 농어 루어낚시 전용선으로 1.8톤 정도 되는 선외기다. 3명까지는 낚시하기에 적당하고 네 명은 좀 복잡한 규모(같은 일행이라면 할만하다) 크기다.

▲ 부경호를 타고 포인트로 향하고 있는 촬영팀. 부경호는 대연평도 유일의 농어 루어낚시 전용선이다.

먼저 찾아간 곳은 구지도 동쪽의 일명 수중언덕 포인트. 깊은 곳에서 밀려온 조류가 경사면을 타고 점차 올라와 얕은 여밭으로 이어지는 포인트다. 이곳은 씨알보다는 마릿수가 좋은 포인트인데 올해는 90cm가 넘는 큰 씨알이 많이 낚였다고 한다.

이런 류의 포인트에서는 수심이 점차 얕아지는 경사면에서 입질이 들어온다. 포식어들은 강한 조류에 밀려오는 작은 고기를 기다렸다가 덮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사가 끝나고 여밭으로 이어져 조류가 끓는 곳으로 루어가 흘러가면 재빨리 회수하는 게 좋다.

첫 입질은 조홍식 박사가 받았다. 캐스팅 후 바닥을 찍었다가 서서히 릴링하며 끌어들이자 묵직한 드랙음과 동시에 파이팅이 시작됐다. 첫수로 올라온 농어는 68cm 정도 됐는데 체구가 얼마나 좋은지 빵 좋은 대구를 연상시켰다. 감을 잡은 조홍식 박사가 이후 비슷한 씨알을 연달아 2마리 더 걸어내면서 오늘도 무난한 조과가 예상됐다.

▲ 미노우에 대물 농어가 잘 낚이기로 유명한 구지도.

▲ 구지도 해상에서 조홍식 박사의 루어에 걸려든 대형 점농어가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다.

동영상 카메라 세팅하랴, 각도 맞추랴 이것저것 정리를 마친 나는 30분 정도가 지난 후에야 첫 입질을 받았는데 순식간에 드랙을 차고 나가는 저항에 깜짝 놀랐다. 지금껏 수많은 농어를 걸어봤지만 마치 참돔처럼 20~30m가량 원줄을 끌고 나가는 경우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이놈은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드랙을 약간 느슨하게 풀어주자 10m 정도를 더 풀고 나간 녀석이 전방 70m도 더 되는 지점에서 바늘털이를 시도했다. 그리고는 팅~ 하고 루어가 빠져버렸다. 허무했다. 놓친 고기가 크다고 하지만 그렇게 과격하게 드랙을 차고 나가는 농어는 처음이라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

구지도 미노우 포인트로 이동해 루어를 던져봤으나 이곳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대연평도 최고의 대물 포인트인 가지여로 이동했으나 무슨 조화인지 단 한 번의 입질도 받지 못했다. 오전에 철수한 팀이 점농어를 다 잡아간 것은 아닐 테고...

아무튼 첫날은 히트한 놈도 많았지만 털린 놈도 부지기수였다. 조홍식 박사는 거의 절반은 떨군 듯하고 나와 이승학 씨도 서너 번 이상씩은 바늘을 털렸다. 지그헤드 루어의 단점이긴 하지만 대연평도 점농어의 놀라운 체구를 보니 웬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아쉽게 느껴졌다. 첫날 조과는 조홍식 박사 4마리, 내가 3마리, 이승학 씨가 3마리 등 총 10마리를 올렸다.

▲ 대연평도 최고의 대물 포인트로 알려진 가지여. 뒤쪽에 대연평도 본섬이 보인다.

▲ 물칸에 살려 놓은 농어들. 체구가 좋아 위에서 봐도 덩치가 커 보인다.

▲ 이승학 씨가 농어를 낚던 중 걸어낸 대형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 조홍식 박사의 연타를 부경호 조철휘 선장이 노련한 뜰채질로 끌어내고 있다.

기름 오른 점농어는 회맛도 예술

▲ 육질이 쫀득하고 고소한 감칠맛을 냈던 점농어 회.

민박집으로 철수한 우리는 평소 자주 찾는 송림식당에 60cm급 농어와 광어를 회 떠달라고해 맛을 봤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작년에 왔을 때는 점농어가 기름이 오르지 않아 체구도 빈약하고 맛도 맹맛이었는데 이번에는 회맛이 고소하고 감칠맛이 풍부했다. 회를 미친 듯 좋아하는 나는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마리를 더 뜰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특히 송림식당 아주머니가 만들어내는 된장 양념장 맛은 전국 최고 수준. 보통의 회는 초장이나 간장을 찍어 먹고, 된장은 뼈가 있는 ‘세코시’를 찍어 먹을 때 어울린다고 알고 있지만 그 상식이 깨지는 집이 바로 송림식당이다.

아무튼 대연평도에는 많은 식당들이 있지만 매번 우리가 들르고 있는 송림식당은 대연평도의 숨은 맛집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옹진군 요리경연대회 우승자 출신인데다가 어류와 육류 모든 요리에 솜씨가 뛰어나다. 송림식당의 주 메뉴는 육고기류이지만(육고기 맛도 웬만한 유명식당 저리 가라 할 정도다) 낚은 고기를 갖고 와 부탁하면 별도의 추가 비용을 받고 회도 떠준다. 굳이 낚시로 오지 않아도 대연평도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다.

▲ 송림식당에서 농어 회와 삼겹살로 회포를 푼 촬영팀.

대연평도 점농어는 공략법 제대로 알아야 성공

둘째 날 오전 출조는 새벽 5시에 출항했다. 어제 꽝을 맞은 가지여의 물때가 그 즈음에 딱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황이라는 게 언제나 우리 예상대로 들어맞을 리는 없는 일. 예상했던 명 포인트에서는 부진했고 이곳저곳 탐색하다 어제와 비슷한 마릿수를 거두고 철수했다. 사실 전날 오후낚시, 다음날 오전낚시로 3명이 그 귀한 점농어를 20마리 이상 낚았다면 결코 나쁜 조황은 아니다. 그러나 워낙 터트린 놈이 많고 체구가 좋은 녀석들이다 보니 서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라도 기사를 보고 대연평도 점농어 루어낚시를 떠나보고 싶은 낚시인들에게 도움이 될 사항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미노우와 지그헤드를 모두 준비하라

-대연평도 구지도 여밭은 ‘미노우빨’이 유독 잘 듣는 포인트다. 가급적 원투력과 직진성이 좋은 미노우 한두 개 정도는 반드시 갖춰 가는 게 좋다.

●지그헤드는 1온스 내외가 좋다

-대연평도는 수심은 깊지 않지만 조류가 세고 대부분 먼거리에서 루어를 날리기 때문에 원줄이 받는 저항이 크다. 그래서 수심은 4~5m인데도 1온스 지그헤드도 날릴 때가 많다. 그 이하 무게는 쓸 일이 거의 없다. 

▲ 지그헤드 채비에 걸려든 점농어.

●그 지역에서 잘 먹히는 웜을 써라 

-웜은 개인 취향이지만 최근 대연평도에서 잘 먹히는 제품은 버클리사의 뮬렛이다. 퉁퉁해서 시인성과 액션이 뛰어나고 특유의 냄새가 점농어를 유혹한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매우 양호한 조과로 위력이 입증되고 있다. 그 외에 에코기어의 셰드웜 4~5인치처럼 가늘고 긴 웜도 잘 먹힌다.

▲ 대연평도 점농어 루어낚시에 사용한 지그헤드와 웜. 웜은 버클리사의 뮬렛이 잘 먹혔다.

▲ 지그헤드에 꿰어 사용하는 웜. 에코기어의 파워섀드 제품으로 지그헤드 바늘 길이에 맞춰 머리 부분을 잘라내 쓰기도 한다.

●조류 저항 큰 바이브, 블레이드 루어는 비추  

-바이브레이션류는 비추다. 비거리가 우수한 루어지만 의외로 조류에 잘 밀리고 특히 바늘털이에 취약하다. 루어에 블레이드를 다는 것도 비추. 아무리 작은 블레이드를 달아도 조류 저항을 크게 받기 때문에 빨리 바닥을 찍고 더듬어오는 대연평도 낚시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

●일단 바닥을 찍어라 

가장 중요한 것은 공략 방법이다. 점농어는 다양한 수심을 회유하는 민농어와 달리 철저히 바닥층에서 입질한다. 먹이도 약간 달라서 점농어는 멸치 같이 떠다니는 고기도 잡아먹지만 주로 바닥의 작은 갑각류와 베도라치 같은 저서성 수생동물을 잡아먹는다. 그래서 바닥 공략이 중요한데 일단 루어가 착수하면 바닥 찍음을 확인한 후 끌고 들어와야 한다. 이때 무작정 계속 릴링하면 조류에 밀려 루어가 뜨기 때문에 중간중간 릴링을 멈춰 바닥을 읽어줘야 한다. 지그헤드로 쏘가리를 노릴 때와 유사한 방법이다. 바닥 읽는 과정 없이 그냥 중층 이상에서 릴링만 한다면? 낚을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바늘을 빼낼 때 사용하는 플라이어. 농어 루어낚시의 필수품이다. 가성비가 좋기로 알려진 하프루어 제품이다.

▲ 대연평도 점농어 루어낚시 장비와 채비. 바닥권을 철저하게 노릴 수 있는 지그헤드+웜 채비가 주로 쓰인다. 장비는 엔에스 제품으로 로드는 씨배스 에디션, 릴은 베링 4000번이다.

▲ 구지도 여밭을 노릴 때 사용한 미노우. 비거리와 직진성이 좋은 다이와의 쇼어라인 샤이너의 인기가 높다.

▲ 대연평도 낚시 둘째 날 80cm에 육박하는 점농어를 올린 조홍식 박사.

▲ “미터급은 못 만났지만 손맛은 진하게 봤습니다.” 철수에 앞서 조과를 자랑해 보이는 조홍식 박사와 이승학 씨.

대연평도 농어 루어낚시는 보통 1박2일 코스로 진행된다. 첫날 오전에 여객선을 타고 들어와 오후낚시를 하고 다음날 오전낚시 후 철수하는 방식이다. 오후 배로 들어와 다음날 종일낚시해도 되지만 그날 나간다면 여객선 시간 때문에 낚시 시간이 너무 짧다. 1박2일 코스가 여유가 있어 대부분 즐기는 코스다.

선비는 1박2일 대절 시 80만원이다. 대절 여유가 없거나 개인 출조를 원하는 사람들로 예약이 올 때는 선장이 알아서 요금을 조율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서너 명 단위의 대절이 보편화돼 있다. 

▲ 대연평도항에 정박 중인 여객선.

출조 문의 대연평도 부경호 조철휘 선장 010-3344-6352, 송림식당 010-2785-8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