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촬영한 서귀포 지귀도. 섬이 낮고 주변 수심이 얕은 여밭으로 구성돼 있다.

봄철 수온이 불안정했던 시기를 지나 6월 초순이 되며 수온이 21도까지 오른 제주도 바다에는 산란을 마친 벵에돔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우도, 차귀도, 범섬, 섶섬, 가파도, 마라도까지 전역에 연일 벵에돔 조황이 좋아진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이에 출조지를 서귀포에 있는 지귀도로 선택하고 어랭이통이란 포인트에 미리 예약을 해 놓았다. 이번 출조는 의외의 인물과의 동행이었다. 출조 전날 민물낚시의 대가이자 FTV 제작위원, 조락무극 프로그램 출연자이신 송귀섭 위원으로부터 동행 출조를 하고 싶다는 뜻밖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명하신 분과 함께 갯바위에 선다고 생각하니 설렘이 앞섰다.

어랭이통은 10m 안쪽에서 승부 봐야

▲ 어렝이통에서 벵에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는 필자.

지귀도는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낮은 지형을 가진 무인도다. 위미항에서 위미어촌계에서 관리하는 낚시 유어선을 이용하며 포인트까지는 약 15분 거리다. 해안선이 복잡하고 얕은 여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연안에서 40~50m만 나가면 수심이 30~90m로 깊어진다. 게다가 조류 소통이 좋고 연안에 각종 수생식물이 풍성해 벵에돔의 은신처와 산란터로는 완벽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벵에돔 어자원도 풍부한 곳이다.

오늘 우리가 낚시할 ‘어랭이통’ 포인트는 발 앞 수심이 4~5m이고 15m 전방이 오히려 3m로 얕아지는 지형을 갖춘 곳이다. 그러한 특성으로 멀리 치는 것보다는 10m 이내를 공략할 때 더 좋은 조과를 보여줄 때가 많다. 발 앞은 좌우로 깊은 수로 형태를 띠고 있어 이곳이 벵에돔이 이동하는 통로가 된다.

얕은 수심과 더불어 본류가 직접적으로 닿지 않은 지귀도의 기본 채비가 제로찌에 무봉돌 채비다. 목줄 길이만으로 채비를 내려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 이날 필자가 사용한 채비는 낚싯대 1호-530, 릴은 3000번, 원줄은 합사 0.6호에 서스펜드 나일론 원줄 1.75호 5m를 쇼크리더로 사용했다(합사와 쇼크리더의 연결은 이지블러드 노트로 직결). 목줄은 1.5호를 2.5m로 짧게 매었으며 바늘은 벵에돔바늘 3호와 4호를 번갈아 사용하였다. 어신찌는 9g의 작고 가벼운 소형 찌였으며 스토퍼 위 20cm 지점에 찌매듭을 한 반유동 채비였다.

▲ 필자가 사용한 투제로찌 반유동 채비.

▲ 필자가 사용한 투제로찌 반유동 채비.

▲ 원줄과 목줄을 이지블러드 매듭으로 묶었다.

친환경 집어제 밀기울의 위력

지귀도는 수심이 얕고 조류가 빠르지 않으며, 벵에돔이 부상해 입질하므로 밑밥은 크릴 양을 줄이고 빵가루와 집어제를 더 많이 넣는 게 유리하다. 평소 필자는 수심이 깊은 수심대 낚시에서는 계절 관계없이 크릴 6장을 기본으로 빵가루 1장, 밀기울 약 3kg, 집어제 1장으로 배합한다. 그러나 지귀도처럼 수심이 얕거나 벵에돔이 부상하는 곳으로 낚시를 간다면 크릴2.5장(1.2kg 기준), 빵가루 1장, 밀기울 3kg을 쓰고 있다. 백탁 효과로 인해 은폐력이 있어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집어제 1장으로 배합한다. 크릴은 반 해동된 것을 크릴 커터로 잘게 부숴 하강 속도를 낮춰 슬로프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제가 사용하는 밀기울이란 밀 껍질을 벗겨내고 도정 할 때 1차로 나오는 부산물이다. 밀기울에는 단백질, 무기질, 인,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천연식품으로 건강식품용 빵도 만들고 밀웜 사육, 애완동물의 영양공급원으로 사용 된다.

밀기울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일본 시마노 갯바위 인스트럭터인 토코마츠 노부히코 씨의 사용 예를 본 것이 계기였다. 노부히코 씨는 일본 시마노 전국 대회 토너먼트 54연승과 시마노컵 4연패를 달성한 실력자다. 그는 밀기울의 효력을 약 2년간 우리나라 필드에서 테스트해 보았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특히 밀기울이 좋은 점은 가격도 저렴하고 친환경 재료라는 점에서 가장 끌렸다.

민물낚시 대가의 뛰어난 현장 적응력

이날 송귀섭 위원님과 낚시하면서 민물낚시 대가의 뛰어난 현장 적응력에 사뭇 놀랐다. 지귀도가 처음일 듯해 “위원님, 지귀도는 예민한 패턴을 보이므로 제로찌를 사용하고 목줄 길이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예민한 입질에 대비해 목줄찌도 챙겨 왔는데 드릴까요?”라며 조심스레 의사를 타진하자 “아닐세, 목줄찌 없이 그냥 해보고 싶네”라며 본인의 방식대로 낚시를 시작하셨다.

송귀섭 위원님은 민물낚시의 대가인데다가 5년 정도 제주도에 거주하며 여러 곳에서 벵에돔낚시를 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어 바다에서의 적응도 문제가 될 것이 없을 듯했다. 예상대로 채비 캐스팅이 일정하고 안정되었으며 특히 밑밥 조류 흐름에 맞춰 제대로 넣고 있어 “역시 조력은 허투루 쌓이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귀섭 위원님이 27cm 정도 되는 벵에돔을 첫수로 낚아 올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필자도 낚시에 집중하게 됐다.

한편 극도로 예민함을 보여준 이날 지귀도 벵에돔은 반유동을 했음에도 찌가 수면에서 사라지기만을 기다려서는 입질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특히 어렝이통이라는 이름처럼 잡어가 많은 포인트이다 보니 갯바위 언저리에 잡어용 밑밥을 서너 주걱 주어 잡어와 나뭇잎 사이즈의 벵에돔을 묶어 두고 채비는 약 10m 거리에 캐스팅해 뒷줄을 잡는 방식으로 큰 벵에돔을 노려야 했다.

이때 밑밥은 찌보다 1m 정도 앞으로 쳐서 베일을 닫고 뒷줄을 감아서 팽팽하게 유지한 후 낚싯대는 살짝 뒤로 당겨주는 동작에서 벵에돔이 걸려들었다. 어신찌는 그야말로 던질찌 역할에 그치고, 초릿대 끝을 주시하며 뒤로 당겨주다 보면 툭 툭 초릿대를 치는 충격이 느껴지다가 곧이어 초릿대가 강하게 휘어지며 벵에돔이 걸리는 본신으로 이어졌다.

송귀섭 위원님과 동행한 지귀도 벵에돔낚시는 약 30여 수를 낚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송위섭 위원님은 이날 지귀도 패턴을 금세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뒷줄을 잡아 예민한 입질의 벵에돔을 낚아낼 수 있었다. 낚시에 대한 이해가 깊다 보니 장소와 방식이 달라도 어느 누구보다도 현장 상황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신 것 같았다.

▲ 필자와 동행한 FTV 송귀섭 제작위원이 방금 올린 벵에돔을 보여주고 있다.

▲ 필자와 송귀섭 제작위원이 어랭이통에서 올린 마릿수 조과.

한편 이날은 어랭이통에 2명의 제주 낚시인이 있었는데 목줄찌를 사용해 역시 30수 이상의 마릿수 조과를 올렸다. 다음날 같은 포인트에서 빵가루와 목줄찌를 사용한 제주도 낚시인 역시 1인당 30~40수 이상 조과를 올렸다고 연락을 해왔다.

▲ 어렝이통에서 벵에돔을 노리는 낚시인들. 멀리 치기보다는 10m 안쪽의 물골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

▲ 목줄찌낚시를 시도한 낚시인들의 조과.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이제 제주도는 본격적인 여름 시즌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적정한 벵에돔 수온에 근접하고 있어서 동서남북 어느 곳에서라도 폭발적이고 다양한 씨알의 벵에돔이 얼굴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더위에 대비해 건강과 안전에 유의하며 낚시할 시기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