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대매물도 흑백자리에서 올린 긴꼬리벵에돔.
5월 중순 들어 매물도와 구을비도에서 긴꼬리벵에돔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평소 친한 동생인 서울월드피싱 이종국 사장에게 전화해 ‘이번 출조는 남해안 벵에돔으로 해보자’고 제의해 수도권에서는 드문 벵에돔 출조 상품이 만들어졌다.
5월 19일 저녁 8시, 경기도 남양주 매장을 출발해 판교-안성-서공주를 경유해 손님들을 태운 뒤 거제도로 향했다. 그러나 이날은 운이 없었다. 우리는 거제 저구항에서 새벽 2시에 1항차로 출항하는 명성호를 타기로 했으나 현지에 30분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낚시점에서 밑밥을 개느라, 간식을 사러 편의점에 들르느라, 각 지역을 들러 손님을 태우느라 시간을 지체하다보니 출항 시간에 늦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경기도 출조점에서 남해안 배를 타기 위해 출항 시간을 맞추는 일은 늘 전쟁과도 같다.
마지막에 내린 대매물도 남쪽 흑백자리
명성호는 새벽 4시에는 2항차로 구을비도를 뛸 예정이어서 늦게 우리를 싣고 구을비도를 갔다 오면 2항차 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구을비도보다 가까운 매물도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20분 정도 달려 소매물도에 도착하니 이미 명포인트에는 다른 조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남아있는 포인트 위주로 회원들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회원들을 모두 내려놓고 보니 정작 내가 내릴 만한 곳은 없었다. 결국 선장님과의 상의 끝에 뱃머리를 대매물도로 돌렸다. 대매물도는 한산했다. 역시나 많은 조사들이 소매물도를 선호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새벽 4시경 대매물도 남쪽 일명 흑백자리라는 곳에 내렸다. 이곳은 처음 내려 보는 자리였지만 느낌이 좋았다. 낚시를 다녀보면 어느 정도 그날 분위기가 점쳐지는데 이곳은 예감이 좋은 자리였다. 수심도 12m로 깊고 본섬에서 약간 떨어진 여라 조류 소통도 좋아 보였다. 게다가 우측으로 홈통 지형이 있어 조류가 셀 때는 그 곳에서도 충분히 벵에돔을 노려볼만한 포인트였다.
▲ 흑백자리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아침 5시30분경, 밑밥을 던지며 잡어 유무를 확인하니 크릴이 살아온다. 다행이 아직 잡어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때를 노려 집중적으로 대상어를 낚아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초반에 다량의 밑밥을 투여해 근거리부터 원거리까지 더듬어 가기로 했다.명성호 김장진 선장님으로부터 ‘수심 4 내지 5미터에서 주로 입질이 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채비를 꾸렸다. 반유동 채비를 꾸린 후 기술자 김종호 프로가 제작한 토비 0찌 밑에 조수고무를 채웠다. 목줄 3m를 직결하고 전체 수심 4m에 나비매듭을 묶었다. 바늘은 벵에돔바늘 4호.
처음에는 봉돌을 달지 않고 크릴 무게로만 채비를 내려 탐색해보기로 했다. 조류 소통이 썩 좋진 않았지만 밑밥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나니 세 번만의 캐스팅에 작은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왔다. 사이즈는 28cm로 잘지만 그래도 첫 대상어라 반가운 마음에 손놀림이 빨라졌다.
해가 뜬 후 편광 선글라스를 끼고 발밑에 밑밥을 투여해 보니 깊은 곳에서 약간의 잡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부상하여 유턴하는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잡어의 움직임을 보고 그날 벵에돔의 활성도나 부상하는 정도를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비매듭을 1m 정도 더 올려 수심을 깊게 주고 G5 봉돌까지 물렸다.
들물 조류가 예쁘게 좌측으로 흘러주기에 조류와 채비 무게를 감안하여 전방 우측 1시 방향 15m 거리에 밑밥을 먼저 주고 빠르게 밑밥띠에 동조를 시켜봤다. 조류를 따라 흐르던 채비에서 속조류가 조수고무를 데리고 천천히 잘 내려갔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조수고무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찌가 좌측 튀어나온 콧부리 쪽에 다다르자 밑걸림처럼 찌가 수면 아래로 살짝 잠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볍게 챔질하니 묵직한 느낌과 동시에 물속 여로 처박는 당찬 손맛을 전해주는 30cm급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왔다.
빠르게 갈무리한 뒤 다시 크릴을 끼워 같은 패턴으로 같은 자리에 캐스팅하자 찌가 다시 좌측 10시 방향으로 흘러갔다. 방금 입질을 받아낸 자리에서 찌가 다시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늘어진 원줄을 감아 들이고 챔질을 하니 이번엔 방금 전과는 또 다른 파워풀한 힘으로 좌측 콧부리로 내달렸다.
그쪽으로 가면 목줄이 터질 위험이 높아 녀석의 머리를 돌려 우측 장애물이 없는 낮은 자리 쪽으로 당겨냈다. 들어뽕을 하려다 목줄이 1호라 뜰채로 안전하게 담았다. 30cm가 조금 넘는 세 번째 긴꼬리벵에돔이었다. 오전 이른 시간에 운이 좋았던지 잡어 성화 없이 ‘선 밑밥 후 캐스팅’; 그리고 벵에돔바늘 4호를 사용해 채비를 가볍게 내리는 방법이 잘 들어맞은 듯했다.
▲ 들물 때 30cm에 육박하는 씨알을 낚아낸 필자.
▲ 긴꼬리벵에돔을 노릴 때 사용한 빵가루 밑밥.
G2 봉돌 대신 G5 달자 거짓말처럼 입질
이렇게 세 마리가 연속적으로 올라오더니 조류가 우측으로 흐르면서 갑자기 입질이 뚝 끊어졌다. 아직 들물이 진행 중인데.... 들물 본류는 낚시자리에서 좌측으로, 썰물은 우측으로 흘렀다. 사리물때라 그런지 이곳은 물이 부딪혀 돌아 변화무쌍한 조류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날은 수온이 낮은 듯해 깊고 멀리 있는 빅원을 노려보기 위해 다시 수심을 더 주고 G2 봉돌을 단 후 좀 더 멀리 캐스팅했다. 우측 수중여 부근에 다다랐을 때 늘어졌던 원줄이 살짝 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챔질! 그와 동시에 우악스럽게 로드가 처박혔다.
직감적으로 4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무게감이었다. 그러나 녀석과의 힘겨루기 후 수면 위에 다 띄웠나 싶었으나, 녀석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수중여로 처박자 목줄이 팅! 하고 터져버렸다. 허무한 순간이었다.
허탈한 마음에 채비를 회수해 보니 바늘 위 목줄이 면도날로 자른 것처럼 잘려버렸다. 작은 일반 벵에돔바늘 4호를 쓴 탓에 바늘을 삼킨 게 문제로 보였다. 아울러 아까 사용하던 벵에돔바늘 4호 무게보다 좀 더 무거운 7호 바늘 탓에 미끼 하강이 약간 빠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성돔낚시나 참돔낚시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진 않지만 섬세한 벵에돔낚시에서는 물이 가지 않거나 대상어가 예민할 때 목줄 굵기 뿐 아니라 극소형 도래나 봉돌, 그리고 바늘 무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아까 물린 G2 봉돌을 떼고 다시 G5로 교체해 캐스팅하니 거짓말처럼 입질이 들어왔다.
낚시를 하면 조과보다 이런 예측이 맞아 들어 갈 때 짜릿함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특히 벵에돔낚시의 채비 변화는 4대 돔낚시 중 가장 변화무쌍하지 않나 싶다. 그것이 바로 벵에돔낚시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한편, 오늘 이곳의 마릿수 조황에 내심 다른 포인트에서도 호조황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철수 때 살피니 예상 밖이었다. 서울월드피싱 이종국 사장에게 “최근 추자도 조황이 안 좋으니 매물도, 구을비도나 가자”고 해 내가 가이드해 왔건만 결과가 이러니 가시방석 같은 마음이었다. 소매물도의 특급 포인트가 몰려있는 촛대바위, 남단여 일대도 마찬가지였고 구을비도에 들어간 지인도 생명체를 보지를 못했다고 한다. 참 바다라는 게 알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 하루였다.
▲ 긴꼬리벵에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는 필자.
출조문의 남양주 서울월드피싱 010-9055-7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