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산지 낚시 첫날 밤 10시30분경에 옥수수 미끼로 올린 47.5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낮과 밤 기온차가 많이 나던 5월 중순의 일요일. 친분이 있는 김철수 형님이 ‘지금 밀양 가산지에서 사짜 붕어가 많이 나온다’고 알려왔다. 비바람이 불어 낚시하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그 바람에 많은 낚시인들이 철수한 상태라고 생각돼 출조를 결정했다. 4월 초순부터 갈수상태였던 가산지는 5월 초 내린 폭우로 만수가 되면서 상류권을 중심으로 오름수위 대박이 터진 상태였다.

가산지는 15년 전부터 천지어인과 로즈피싱클럽이 매년 시조회와 납회 장소로 애용하던 곳이다. 그러나 개인 출조는 이번이 처음이호황현장었다. 8년 전에 저수지 준설 공사로 물을 거의 뺐는데 이후 담수와 더불어 농어촌공사에서 중치급 붕어를 대거 방류했다는 게 당시 현장 공사 인부들의 말이었다. 그 때문인지 해마다 월척급은 물론 허리급 붕어도 낚이곤 했다. 

그러나 3년 전 코로나 때, 필자가 운영하는 로즈피싱클럽밴드 행사를 세 번이나 이곳에서 치렀지만 거의 몰꽝을 맞은 터라 이후로는 큰 기대를 안 했던 곳이다. 4짜 붕어가 등장한 것은 올해부터다. 심지어 5짜가 낚였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좌측 골에서 터진 4짜 행진

▲ 가산지 제방권 포인트. 이 라인에서 5짜가 세 마리나 낚였다.

필자가 현장에 도착한 순간에도 강한 바람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평소 좋아하던 제방권 좌측 골로 진입해보니 다행히 많은 낚시인들이 철수한 상태라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이에 로즈피싱밴드 회원들에게도 출조를 권유하였다.

오후 2시경부터 수중전을 벌였다. 많은 비로 인해 물은 조금씩 차오르고 있어 오름수위 찬스로는 그만이었다.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 낚싯대는 많이 펴지 못하고 딱 두 대만 편 뒤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30여 분이 지났을 즈음, 잠시 차에 다녀온 사이에 두 낚싯대에 모두 입질이 들어왔다. 

왼쪽 연안 쪽으로 던져놓은 낚싯대에서 첫 입질을 받았는데 챔질 순간 채비가 수몰나무에 걸려 터지고 말았다. 정면으로 던져놓은 5칸 대에도 입질이 왔다. 이번에는 챔질과 동시에 폭격기처럼 차고 나갔다. 순간 5짜급이라 생각하며 긴장한 채 힘겨루기를 한 끝에 간신히 녀석을 계측자에 올릴 수 있었다. 길이를 재보니 무려 47.2cm의 대물 붕어였다.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대낮에 5짜에 육박하는 붕어를 낚다니. 밤낚시가 더욱 기대 되었다.

오후 4시쯤 로즈피싱 회원들이 속속 도착해 대편성을 하였고 오후 6시쯤 다함께 시내로 나가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사실 이 시간대가 입질 시간인데 급히 오느라 모두 식사를 준비해오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시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한 것이다. 

낚시자리로 돌아와 보니 어느덧 밤 8시.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낚싯대 세 대의 초리가 모두 처박혀 있었다. 조심히 챔질을 해보았으나 모두 목줄이 터졌다. 

시간이 흘러 밤 10시30분경 또 다시 입질이 들어왔다. 챔질 순간 대물급 붕어를 직감하고 힘겨루기 한 끝에 물 밖으로 끄집어낸 녀석은 47.5cm급 대물 붕어였다. 이후 연이어 입질을 받아 한 번은 낚싯대가 부러지고 또 한 번은 초릿실이 터져버렸다. 곧바로 연속 두 번의 입질을 또 받았으나 이번에도 모두 터지고 말았다. 갈수 때 자란 여뀌가 잠긴 터라 조금만 대응이 늦어도 채비가 터지기 일쑤였다. 다른 회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10시40분경 또 한 번 입질을 받아 46.3cm, 새벽 2시30분경에는 46.3cm를 끌어냈다. 2023년 11월경 부산 명지동 명지천에서 하룻밤에 4짜급 붕어를 5마리 올린 적 있는데 그 이후 두 번째로 겪는 4짜 대폭발이었다. 

▲ 47.5cm 붕어. 한 손으로 들기에 역부족일 정도로 체구가 좋았다.

▲ 제방 초입 산자락 앞에 자리한 필자의 포인트.

수심 3.5~4m의 깊은 곳에서 입질 활발  

어둠이 지나고 여명이 밝아 올 즈음 제방권에 자리한 김병성 회원이 47cm를 낚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병성 회원은 생애 최대어를 낚았다고 기뻐하며 사진 촬영을 마친 뒤 곧바로 붕어를 방류했다. 다른 회원들도 한두 수씩의 4짜 붕어를 낚은 상황이었다. 가산지에는 수달이 많고 이상하게 붕어들이 살림망에서 3일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죽기 때문에 장기 보관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사진 촬영 후에도 필자는 44cm를 두 수나 더 낚아 하룻밤에 총 6마리의 4짜를 낚을 수 있었다. 오전 11시쯤 낚시를 마감했다.

낚싯대를 모두 접은 뒤에는 회원들과 함께 낚시터 부근 쓰레기를 모두 분리수거했다. 그런 후 밀양시청에 연락해 쓰레기 수거를 부탁하였고 담당 공무원이 직접 찾아와 사진촬영 후 차후 청소차로 싣고 가기로 하였다. 

이곳 가산지는 예전부터 릴낚시인들이 장기 포진해 엄청난 쓰레기가 생겼는데, 이번에 대물 붕어 사태를 겪으며 장박 낚시인이 늘자 쓰레기가 더욱 많아진 상태였다. 개인 쓰레기는 당연히 스스로 치우는 것이 맞지만 기왕이면 낚시하기 전 남이 버린 쓰레기도 함께 줍는 미덕이 필요할 때다. 

이제 곧 모내기 배수로 낚시가 어려운 시기가 되지만 장마철이 찾아오면 또 다시 오름수위 호황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끼는 떡밥, 옥수수 두 종류만 쓰면 되며 입질은 수심 3.5~4m권에서 활발했다. 갈수라도 수위가 안정된 시점이라면 그때도 4짜 조황을 기대해볼만 할 것이다.

▲ 필자가 하룻밤에 올린 마릿수 4짜 붕어들.

▲ 제방 초입에서 47cm를 올린 김병성 회원. 자신이 낚은 최대어라며 기뻐했다.

▲ 좌안 중류권 낚시인들이 밝혀놓은 찌불.

▲ 제방에서 좌안 하류로 돌아가는 포인트. 원래는 잉어 릴낚시인들이 장박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