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산호의 동쪽 연안 부들과 마름 군락에 자리를 잡은 필자.

지난 5월 초 연휴 동안 호남권 가뭄의 종지부를 찍는 단비가 내렸다. 식수난으로 절수운동까지 전개된 상황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자연적으로 해결이 됐다.

물이 많이 필요한 시기인 농사철이어서 이번 비는 자연의 고마움을 더했다. 이렇듯 많은 비로 호남권의 각 저수지, 강계, 수로, 둠벙 등 대부분 만수위를 유지하고 부분적으로는 흙탕물까지 유입된 상황이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붕어낚시 여건으로는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일주일 정도 주시하며 출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동행 출조자인 아피스 송귀섭 이사와 이 시기에 맞는 출조지로 강계나 대형 간척호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귀가 솔깃한 정보를 입수하였다. 평소 친분이 깊은 분으로부터 이틀 동안의 출조 동안 준척과 월척급 붕어 손맛을 쏠쏠하게 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호남골붕어’ 카페 회원 김원갑 씨의 현재진행형 제보였다.

▲ 드론으로 촬영한 약산호.

▲ 호남골붕어 김원갑 회원이 약산호에서 거둔 마릿수 조과.

호남골붕어 김원갑 회원의 대박 조황

5월 세 번째 월요일 오후. 이른 초여름 햇살을 안고 광주에서 두 시간 여 차를 몰아 완도군 약산면에 있는 약산호에 도착했다. 약산호는 행정구역상 약산면에 속하고 정식 섬 이름은 조약도이다.

약산호는 약 19만5천여 평의 간척호로 붕어, 잉어, 향어, 장어, 가물치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미끼로 쓰기 좋은 새우, 참붕어, 각시붕어 등이 살고 있다. 상류권을 중심으로 연안 곳곳 갈대와 부들이 잘 발달해 있는데 최상류권에는 쉼터 형태의 작은 공원이 있어 호수와의 어우러짐이 돋보인다.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약산호 연안을 둘러보던 중 바닷가 쪽 제방에서 철수 준비를 하고 있던 호남골붕어 김원갑 회원을 만났다. 그의 만족스러운 표정에서 이미 많은 조과의 획득을 읽을 수 있었고 예상대로 살림망에는 크고 작은 씨알의 붕어가 가득했다.

우리가 도착할 당시는 만수였지만 전반적 수심이 약 1m를 유지하는 관계로 바닷가와 서쪽 제방권은 4칸 대 이상 긴 대를 사용해야 석축 밑걸림을 면할 수 있었다. 미끼는 옥수수와 글루텐을 사용했는데 ‘글루텐이 약간 더 유리하다’라는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낚시를 시작했다. 짧고도 아쉬운 김원갑 회원과의 만남이었다.

연안 곳곳에 많은 낚시인이 자리하고 있었고 종종 릴낚시를 즐기시는 분들도 보였다. 여러 여건을 고려해서 동쪽 야산 아래 중류권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활짝 핀 찔레꽃 아래 부들과 마름이 어울린 포인트에서 2.6칸 대부터 5칸 대까지 편성했다.

선발용 미끼인 지렁이와 글루텐을 병행하여 찌를 세우고 남서풍 옆바람을 맞으며 강한 햇살 아래 찌를 응시했다. 아피스 송귀섭 이사가 첫 입질을 받아 준척급 붕어를 낚아낸 이후 필자도 그와 비슷한 씨알의 붕어 입질을 받았다. 굵은 씨알은 아니지만 안정된 여건 속에 오후 시간 붕어 입질을 받은 필자와 송귀섭 이사는 높은 기대감을 안고 해질녘에 찌불을 밝혔다.

필자와 아피스 송귀섭 이사는 채집한 새우와 글루텐을 미끼로 병행해 찌불을 세웠다. 초저녁부터 붕어 입질은 간헐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잔 씨알부터 준척급까지 입질은 어둠이 짙게 내린 시간까지 이어졌으나 징거미의 미끼 훼손이 극성스러웠다. 그러나 초저녁에 극성을 부리던 모기도 사라지고 바람도 없는 깊은 밤이 되자 굵은 놈들의 입질이 기대돼 찌불을 집중해 응시했다.

▲ 약산호 동쪽 연안에 자리를 잡은 필자와 송귀섭 이사.

▲ 대편성 직후 붕어를 올린 송귀섭 이사.

의외의 월척 향어 입질에 깜놀

밤 10시경, 드디어 4칸 대 찌불이 아주 서서히 상승하며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받았던 입질과는 달리 무겁고 중후함을 곁들인 찌불이 오르자 ‘드디어 올 게 왔구나’라는 생각으로 강한 챔질을 했다. 그러나 거친 물파장을 일으키며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월척급 붕어가 아닌 향어가 아닌가? 전혀 예상치 못한 어종의 등장에 당황스러웠다.

허탈감에 다시 찌불을 세우자마자 이번에는 수초 언저리에 세워둔 3칸 대 찌불이 하염없이 올라 있었다. 챔질이 늦었다 싶어 서두르자 정확한 입걸림에 30.3cm 턱걸이 월척 붕어가 올라왔다. 은빛이 찬란한 첫 월척 붕어를 바라본 필자는 ‘역시 월척은 월척이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났다.

▲ 멋진 찌올림 때문에 월척 붕어로 착각한 향어.

▲ 필자가 자정 무렵에 올린 준척 붕어.

기대감을 잃지 않고 새벽까지 극성스러운 징거미 입질을 극복하며 찌불을 응시했으나 입질 한 번 받지 못한 채 동이 터 올랐다. 넓은 약산호는 안개 속에 가려 바로 앞 찌불만이 희미하게 비칠 뿐이다. 필자와 아피스 송귀섭 이사는 밤새 피곤함을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풀며 다시금 희미하게나마 비치는 찌불을 응시했다.

새벽녘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붕어 입질은 걷혀가는 안개 속에서 차분한 아침 입질로 이어졌다. 참붕어 산란과 잡어의 극성스러운 입질도 시작됐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잔 씨알부터 준척급까지 꾸준하게 입질을 해주었다.

▲ 안개가 걷힌 아침에 붕어를 올린 필자.

햇볕이 강해지면서 잡어 입질만 극성을 부려 철수 준비를 했다. 수면 위에는 아직 마름이 넓게 분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풍성한 수초와 물색은 붕어의 산란 이후 쉼터와 먹이활동 공간을 충족시키기 충분한 여건이다.

미끼는 새우와 글루텐(옥수수, 딸기)이 유리했고 징거미의 극성스러운 미끼 훼손을 극복해야만 붕어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채집망에 새우와 참붕어가 채집되기는 하나 징거미가 약 80% 나머지는 순수 새우와 참붕어가 소량 채집 됐다.

출조 시점인 5월 중순 이곳 약산호는 참붕어가 산란 중이었다. 농사철이지만 배수에 큰 영향은 받지 않는 상황이었다. 붕어의 입질은 초저녁에서 자정 무렵까지 그리고 이른 아침에 활발했다. 낚이는 씨알은 21~31cm가 주를 이뤘다.

▲ 채집망에 들어온 징거미.

명포인트 북동쪽 연안 알박기 불법좌대 기승

한편 약산호는 수초권(갈대, 부들)이 가장 잘 발달한 북동쪽 연안이 주요 포인트다. 대부분 이곳에서 굵은 씨알의 붕어가 올라온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수년 전부터 동쪽 연안 수초권에 ‘알박이 좌대’를 여러 개 설치해 놓고 도로 점유까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알박기 죄대는 도로 건너편 산자락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노숙하는 사람이 만든 것인데 불법좌대 이용을 대가로 생필품을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불법 도로 점유, 불법 좌대 설치, 경관을 해치고 공공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사유로 지난 5월 19일 완도군청에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아울러 우리 낚시인들도 이 노숙자에게 자릿세 명목으로 생필품이나 금품을 제공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두가 공유해야 할 장소인데 이를 무단 점유, 독점하여 생활 근거지로 삼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뿌리 뽑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약산호 뿐 아니라 일부 수로나 저수지의 좋은 포인트에 개인 좌대를 설치해 놓고 독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갈수록 낚시금지 구역이 늘어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사)한국낚시협회 등 주요 단체에서 각고의 노력 중인데 이를 뒷받침하고 힘을 실어 줘야 할 시점에 이런 몰지각한 행동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다음 출조 때는 약산호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 있으리라 믿고 철수 길에 올랐다.

▲ 동쪽 연안에 있는 알박기 불법좌대.

▲ 상류에 있는 쉼터.

내비 입력 완도군 약산면 관산리 942(필자가 낚시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