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95]
녹조현상의 주원인은 하수처리장 방류수
화학적 하수처리가 해답이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호수가 녹색으로 물드는 녹조현상이 일어난다. 그 이유로 한 편에서는 댐을 막아 물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라 하고, 한 편에서는 수질오염 때문이라며 맞서는데 사실은 둘 다 맞다. 녹조현상이 일어나려면 고인 물도 필요하고 하수에 기인하는 인성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녹조현상은 남조류라는 플랑크톤이 증식하는 현상이다. 물에 떠서 사는 부유생물이니 댐 등으로 막혀 정체된 수역에서만 살 수 있다. 흐르는 물에서는 플랑크톤은 떠내려가고 대신 돌바닥에 부착조류가 붙어 사는데 수면적 당 조류의 양을 비교해 보면 비슷하다. 부착조류는 주로 규조류이며 수면에 떠 있는 남조류와는 다른 종류이다.
녹조현상의 또 하나의 필요조건은 인(燐)의 공급이다. 인은 핵산과 세포막의 주요 성분이므로 생물의 핵심 요소이며 비료의 주요 성분이다. 인은 토양에 잘 흡착하여 물에는 소량만 녹아 나온다. 담수에서 가장 많은 양이온이 칼슘인데 인은 칼슘, 철, 알루미늄과 결합하여 용해되지 않는 침전을 만든다. 그러므로 담수에서는 늘 인이 부족하고 플랑크톤은 인에 의해 밀도가 결정된다. 비료를 준만큼 농작물이 자라는 것과 같다. 남조류는 인의 농도가 높은 곳에서만 잘 자라는 종이므로 부영양화의 지표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 낙동강 하류 수역의 녹조현상.
자연수가 감소하여 유속이 느려지는 갈수기에 발생하며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인의 주요 근원이다(사진 김범철).
대형 댐에서는 홍수 후 녹조현상 발생
인의 자연적인 공급량은 매우 적기 때문에 부영양호의 인은 거의 인간 활동의 결과로 높아진 것이다. 인의 근원은 동물의 배설물과 비료이며 배출되는 형태를 생활하수와 농경 배수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수에는 사람의 배설물이 포함되어 있고, 농경배수에는 가축 배설물과 퇴비에 기인하는 인이 함유되어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인의 근원은 지역과 계절에 따라 상대적 비중이 달라진다.
대형 댐에서는 홍수 후에 녹조현상이 발생하는데 폭우가 내릴 때 농경지에서 인을 많이 함유한 탁수가 다량 유출되어 댐에 저류되면 녹조현상이 발생한다. 가뭄이 들어 농경배수가 유출되지 않으면 댐의 녹조현상도 발생하지 않는다. 대형 댐 유역은 대개 상류 지역이어서 인구가 적고 생활하수의 기여도가 작으며, 비점오염원인 밭의 인 유출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편 강의 하류에서는 남조류 생존을 좌우하는 요인이 체류시간이므로 갈수기에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현상이 발생한다. 가뭄이 들면 농경지의 퇴비 유출이 거의 없고 하수가 인의 공급원이다. 하수는 점오염원으로 분류하는데 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형태로 배출된다. 근래 상류에 댐이 많이 건설되고 물이용량이 많아 갈수기에는 하천에 자연수가 거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때에도 하수처리장 방류수는 일정량이 발생하므로 이 물이 모여서 다시 하천을 형성한다.
예를 들면, 금강의 중상류에는 용담댐과 대청댐이 건설되어 청주, 대전, 군산 등 지역에서 수자원으로 이용하므로 갈수기에 대청댐 방류량은 거의 없다. 대전과 청주를 지나고 나면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모여 다시 금강을 이룬다. 그러므로 처리장 방류수의 수질이 거의 하천수질과 같으며 녹조현상의 주원인이 된다.
녹조현상의 주원인은 하수에 함유된 인
그러면 처리한 하수가 왜 녹조현상의 원인이 될까? 그것은 하수의 인 제거가 충분치 않아 방류수에 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수처리 공정은 1차, 2차, 3차 처리로 구분한다. 1차 처리는 침사지에서 모래와 부유물을 침전 제거하는 물리적인 공정이다. 이후 미세한 유기물 입자는 생물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2차 처리 공정에서 제거된다. 미생물을 증식시켜 하수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방법인데, 유기물(BOD)이 잘 분해되어 하천의 산소고갈도 발생하지 않는 맑은 물이 방류된다.
그러나 인은 분해되는 물질이 아니므로 대부분 하수 중에 남는다. 이후 3차 처리에서 화학적 처리에 의해 인을 제거하며, 질소를 제거하기도 한다. 인 제거 공정에서는 알루미늄염을 투입하여 인과 알루미늄이온을 결합시켜 불용성 침전을 만들어 제거한다. 알루미늄염은 부유물질을 응집 침전시켜 물을 맑게 하므로 정수장에서 수처리에 늘 사용하는 처리제이다. 이를 하수처리장에서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 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는 아직 중진국형에 머물러 있어 많은 하수처리장에서 3차 처리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인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 기준농도가 아직 너무 높기 때문이다. 부영양호가 되는 인의 임계농도가 0.03 mg/L인데 비해 우리나라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 농도 법정기준은 0.2-2.0 mg/L로서 부영양호 임계농도를 수십 배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에서는 우리의 1/10 이하인 0.02 mg/L까지 처리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우리의 허용농도가 너무 높다고 외국의 학자들은 지적한다.
하수의 인 농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하수처리를 주로 생물학적 처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처리는 하수가 연속적으로 일정량 유입하는 경우에는 적합하지만, 소규모 농촌부락이나 군부대 등의 경우에는 하수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예가 많아 생물학적 방법으로 잘 처리되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는 화학적 처리가 적절한 해법이며 인을 제거하여 부영양화를 막는 데에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수처리가 강화되어 녹조현상이 감소하기를 희망한다.
▲ 하수의 1차처리 공정. 침사지에서 모래와 쓰레기를 제거한다.(춘천시 하수처리장. 사진 김범철)
▲ 하수의 화학적처리 공정.
알루미늄염 수처리제와 인을 결합시켜 침전물을 부상시켜 걷어냄으로써 인을 제거한다(춘천시 하수처리장. 사진 김범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