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로 접어들자 대부분 지역에서 모내기 및 농번기가 지나고 완연한 여름으로 들어섰다. 이맘때쯤 수심이 얕은 곳이나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성하는 수생식물이 있으니 바로 마름이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낚시에 가장 중요한 수생식물인 마름. 이번 호에는 마름에 대해 철저히 알아보고자 한다.
▲ 마름. 잎이 뜨는 부엽식물이며 뿌리는 물속 아래 땅바닥에 박혀 있다.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약 6개월 살며 마름 주변으로 작은 생물이 모여 낚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초다.
잎이 마름모꼴로 생겨 붙여진 이름
한국명 마름, 학명 Trapa japonica로 불리는 식물은 대한민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수생식물 중 하나다. 전국의 저수지나 둠벙, 유속이 느린 강계, 심지어는 대형호수에서도 볼 수 있는 식물로 마름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잎이 마름모꼴로 생겨서 불리기 시작했다.
마름은 이전에 얘기한 수생식물의 4가지 분류 중에서 부엽식물(Floating-leaved hydrophytes)로 분류하며 뿌리는 물속 아래 저질(땅바닥 또는 기질로 부르며 니질, 사니질, 니사질 등으로 구분)에 박혀 있고 잎과 줄기는 물위로 자라나 수면에 뜨게 된다.
한해살이 식물로 여러 해를 살지 못하고 한 해, 특히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약 6개월 정도를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생이 매우 짧은 식물이다. 한국에는 마름, 애기마름, 유전마름, 새수염마름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마름꽃. 7~8월에 핀다.
▲ 마름잎. 마름모꼴이며 잎 주변은 톱니처럼 생겼다.
마름의 특징과 생활사
마름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특이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종자의 모습이다. 굉장히 독특하게 생긴 마름의 열매는 가시가 나있고 매우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 먹거리가 없을 때는 이 열매를 식용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거의 먹지 않는다.
이 독특한 열매가 떠다니다가 적당한 저질에 묻히게 되고 발아에 알맞은 일조량과 수심, 수온이 되면 싹이 튼다.
독특하게 생긴 종자에서 뿌리가 나와 지지하게 되면 물속으로 줄기가 뻗고 수면 위로 향한다. 수면 위에는 마름모꼴의 잎이 광합성을 하며 영양분을 공급한다. 특히 마름의 잎 주변, 정확히는 잎자루에는 해면질의 공기주머니가 있어 잎이 물위에 쉽게 떠있을 수 있게 해주는 구조다.
▲ 마름의 공기주머니. 잎을 좀 더 잘 뜰 수 있게 해면체 조직으로 형성해 있다.
▲ 마름씨앗
마름이 왜 낚시에 중요한가?
필자는 방송과 잡지, 각종 기고문에서 모든 민물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수생식물은 마름이라고 몇 번이나 밝혀왔다. 다른 수생식물도 물고기의 생육에 큰 역할을 담당하지만 마름이야 말로 모든 민물낚시의 시작점이자 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수생식물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마름줄기의 미세 실뿌리
마름은 물속줄기에 깃털 모양의 미세 털이 매우 많다. 이 털 때문에 모든 수생식물보다 마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치 새의 깃털처럼 매우 가늘고 섬세한 이 털은 물속의 유기물들이 부착하기 좋게 되어 있다. 털에 달라붙은 유기물은 물벼룩, 동물플랑크톤 등으로 미소생물의 주요 먹이원이 되기 때문에 마름줄기 주변에는 각종 미소생물들이 이것을 먹기 위해 모여들게 된다. 그러면 이 미소생물을 먹이원으로 하는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저서생물이 또 마름군락으로 모여들고 최종적으로 이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를 포식하는 대형 어종이 모여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빽빽하게 들어찬 마름군락은 특유의 밀집성은 물론이고 그 아래 미세한 털들로 가득 차게 되어 각종 유기물과 미소생물 그리고 그것을 포식하는 동물까지 모여 하나의 또는 먹이사슬이 만들어져 작은 생태계(Micro ecosystem)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민물낚시의 주 대상어종이 되는 붕어, 잉어, 배스, 블루길, 가물치 등이 이 마름군락으로 모여들게 되고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며 마름군락의 경계선, 마름군락의 구멍, 마름군락 직격 등 다양한 낚시기법을 통해 대상어를 낚게 되는 것이다.
▲ 마름줄기를 보여주는 필자. 줄기는 미세한 털로 이루어져 유기물 부착이 쉽고
그 유기물을 먹으려는 미소생물과 소형어류 그리고 대형 어류가 모여서 마름 주변으로 소생태계를 형성한다.
② 마름군락이 주는 은신성
마름줄기는 특유의 털과 함께 굉장히 많은 줄기를 뻗는다. 그래서 마름군락 아래는 가히 빽빽하다할 만큼 많은 줄기가 형성된다. 이러한 특징은 은신을 좋아하는 여러 대형 어종이 굉장히 선호하는 지역이다. 특히 은신을 좋아하는 최상위 포식자인 가물치나 배스가 많이 은신하게 된다.
또한 마름은 광합성을 하면서 잎도 커지고 수면적을 계속해서 덮어버리게 되어 그 아래는 완벽한 그늘이 형성이 된다. 이러한 그늘 지역은 특히 날씨가 더운 여름이나 초가을에 완벽한 그늘을 제공함으로써 변온동물인 물고기들이 체온을 낮추기 좋아 매우 선호하는 지역이 된다. 그렇기에 마름군락은 은신, 회유, 휴식, 먹이취식 등이 완벽하게 다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고 낚시에서 만큼은 최고의 수생식물이 된다는 것이다.
마름으로 물속 환경 예측
마름은 물위에 마름모꼴의 잎이 떠 있는 부엽식물이지만 엄연히 뿌리는 물속에 박혀 있다. 그렇기에 부유식물처럼 바람이나 너울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수생식물이며 그들이 선호하는 환경은 정해져 있다.
일단 수심은 2m내외에서 대부분 생육하며 한계수심은 2~3m로 알려져 있다. 그 이상 수심에서는 줄기를 더 뻗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마름이 주로 자라는 지역을 보고 대략적인 수심을 알 수 있다. 저수지 한가운데 주로 마름이 없는 이유가 바로 마름의 한계생육수심 때문이며 마름이 없는 지역은 마름의 한계생육수심을 넘어가는 수심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장마나 태풍으로 수위가 크게 올라 수심이 2~3m를 넘어가 버리면 마름은 불어난 수위에 기공이 잠겨 호흡이 되지 않아 죽어버리게 된다. 큰 장마 후에 마름이 대부분 사라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마름이 사라져 없어져 버리면 새로운 씨앗에서 발아가 되어 다른 마름싹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재빨리 생기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즉 새로운 마름군락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마름군락에서의 어종별 공략 팁
① 붕어
붕어는 회유와 군집을 많이 이루는 어종으로 마름이 본격적으로 군락을 이루게 되면 마름군락을 기점으로 회유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름군락 내에는 붕어의 먹이가 되는 미소생물도 많이 서식하고 은신 또한 용이하기에 붕어가 매우 선호하는 수생식물 군락이라 할 수 있다.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름이 즐비한 저수지나 물 흐름이 약한 저수지에서는 마름을 따라 회유하는 붕어가 굉장히 많으며 이러한 곳에서는 마름의 경계라인 및 마름군락에 듬성듬성 난 구멍이 붕어낚시의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마름군락의 경계와 구멍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낚시를 한다면 붕어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 마름 주변을 노려 붕어를 낚은 필자.
② 배스
배스는 대표적인 어식성 어종으로 은신을 좋아하기에 마름군락을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는 어종이다. 배스가 좋아하는 은신, 휴식, 먹이취식 이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다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스는 마름군락의 바로 아래에 주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버징, 또는 프로그 루어를 이용한 공략이 마름군락에서의 가장 대표적인 기법이다. 또한 빽빽한 마름군락을 무거운 싱커로 강제로 뚫어 사용하는 펀칭 기법도 유용하게 사용한다.
③ 가물치
가물치 역시 대표적인 어식성 어종이다. 포식자답게 은신을 좋아하기에 마름군락을 선호한다. 특히 위에서 열거한 붕어나 배스보다 마름군락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마름군락=가물치낚시’라는 공식이 생겨났을 만큼 마름군락과는 떼려야 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마름군락 낚시대상어다. 주로 마름군락 위를 개구리를 닮은 프로그 루어로 자극하여 잡아내며 마름군락의 구멍과 구멍 사이에서 주로 스테이 액션 또는 자극적인 액션을 줘 가물치가 깨물 수 있게 여유를 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