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얇은 필자는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이번에도 4짜가 7마리나 나왔다는 조우 한동수(오짜느낌) 씨의 정보를 듣고 별 의심 없이 출조를 감행하였다. 장소는 보령시 남포면 양기리에 있는 제민지(양기1저수지 또는 월전지로도 부른다)다. 

지난 5월 29일, 당진에서의 낚시를 마치고 제민지로 들어간다는 한동수 씨를 따라 들어갔다. 이번 출조에도 초등학교 동창생 친구인 박희설(어친)도 동행했다. 전날까지 많은 비가 내렸던 충남권이라 제민지에 도착해 보니 무넘기로 물이 넘치고 있었다. 비가 온 뒤라서인지 저수지에는 2명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포인트를 몰라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한동수 씨에게 전화를 걸어가며 앉을 자리를 찾아보았다. 아쉽게도 한동수 씨가 ‘대물이 잘 나온다’고 말한 자리는 이미 다른 낚시인이 선점하고 있었다. 차선책으로 찾아간 무너미 포인트에도 현지인 한 분이 낚싯대를 한 대만 펴고 세월을 낚고 있었다. 예의를 갖춰 ‘옆에 앉아도 되느냐?’고 물으니 조금 후 철수할 것이라며 흔쾌히 허락을 해 주었다. 친구 희설이도 내 옆에 자리를 잡고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 드론으로 촬영한 제방 우안 코너 자리.

현지에서 월전지로 불리는 대물터 

충남 보령시 남포면 양기리에 있는 제민지는 약 1만평의 평지형 저수지로 삼각형 형태로 되어 있다. 양기1저수지 또는 월전지라고도 불리며 월전초등학교 앞에 위치하고 있어 현지에서는 월전지로 더 유명하다. 

▲ 최상류 포인트. 우측에 보이는 건물이 월전초등학교다.

연안으로는 갈대와 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수중에는 뗏장수초와 5월이면 피어오르는 마름 그리고 지금은 삭아 내리는 말풀이 함께 어울려 수초가 가득한 곳이다. 지난해 꿈의 5짜가 나온 대물터이고 배스가 유입된 이후로는 입질 보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올 봄부터 다시 마릿수 4짜가 나오면서 갑자기 핫한 곳으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대물터라는 소문과 달리 4치부터 6치까지의 잔챙이 붕어 성화에 팔이 뻐근할 지경이었다. 최근 배스터에 잔챙이 붕어가 많아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변화로 보였다. 

한편 제민지는 낚시인들과의 불화로 주민들이 몇 년 전에 물을 모두 빼고 물고기를 잡아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낚시인들의 출조가 뜸했다지만 지난해 5짜 소문이 나면서 평일에도 좋은 포인트는 남아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도 오후 2시가 지나자 좋은 포인트는 모두 채워지고 있었다.

저수지 제방권은 도로로 이용되며, 주차 공간이 없고 둑이 높아 좋은 포인트는 못되는 듯했다. 포인트가 없자 이곳에라도 앉기 위해 등짐을 지고 접근하는 낚시인도 있었다. 또한 제방 오른쪽으로는 수초가 잘 발달한 특급 포인트가 있는데 몇 년 전 도로확장을 해 주차 공간이 넉넉하고 텐트 칠 공간도 많아 제일 먼저 자리가 채워지는 곳이다. 상류권의 논둑 포인트는 수초가 잘 형성돼 있어 포인트로는 좋았으나 주차공간이 없고 등짐을 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꺼려하는 곳이다.

▲ 무넘기에서 바라본 필자의 낚시 자리.

▲ 도로변 무넘기 부근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

잔챙이 성화 속에 올라온 42cm

좌대를 펴고 텐트를 올리는 사이 현지 낚시인이 철수해 포인트가 넓어졌다. 본격적으로 다대편성을 하면서 낚시를 시작했다. 정면으로 듬성듬성 군락을 이루고 있는 뗏장 수초 앞으로 4.0칸 대를 던지니 바로 앞에 떨어졌다. 수심은 2m권이었고 바닥에는 삭아 내린 수초들이 가득 있는지 바늘에 잔해물이 걸려 나와 어려운 낚시가 예상되었다.

뗏장수초 옆 물속으로 얼핏얼핏 보이는 수초 잔해물들이 보여 4.6칸 대를 던지니 수초 사이로 어렵게 찌가 섰다. 왼쪽 무넘기 앞으로 자라있는 부들 옆으로는 1m가 조금 넘는 수심을 보였다. 수심은 얕지만 큰 고기가 노는 듯 수초가 울렁임을 보였고 바닥은 깨끗한 편이었다. 이렇게 4칸 대 이상으로만 총 12대를 편성하고 미끼로는 옥수수를 달아 놓았다.

대편성을 마칠 때 즈음 중간 뗏장수초 앞에 세워 놓은 찌가 멋지게 솟아올랐다. 하지만 걸려 나온 붕어는 5치급이었고 이후 잊을 만하면 멋진 찌올림이 나타났다. 문제는 씨알이 6치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짜, 5짜는 고사하고 잔챙이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그래도 밤에는 성화가 덜해지고 큰 씨알의 붕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마침 한동수 씨도 도착해 포인트를 살펴보더니 ‘앉을 만한 자리에는 이미 모두 앉았다’며 편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윽고 어둠이 내리자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했다. 옥수수 어분글루텐을 단단하게 반죽하여 옥수수와 함께 사용했다. 그러나 밤이 되어도 붕어 씨알은 낮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었다. 8치급이 조금 큰 수준이었다. 

잔챙이 성화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새벽 2시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얼마 후 친구 희설이의 날카로운 챔질 소리와 동시에 큰 물소리가 들렸다. 대물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올라온 놈은 42cm짜리였다. 이 붕어가 낚인 이후로 바짝 긴장해 낚시를 해보았지만 씨알이 커지지 않았다.

다음날 날이 밝은 후 ‘새우를 꿰어볼까?’ 싶어 뜰채로 바닥을 긁어 보니 커다란 우렁이가 들어 있었다. 잔챙이 붕어와 노는데 지쳐 무릎 정도의 수심에 들어가 손으로 더듬어 보니 우렁이가 엄청 많이 잡혔다. 잠깐 동안 코펠 가득 잡아 점심식사로 우렁이 부침개를 부쳐 먹으니 정말 맛이 좋았다. 그렇게 먹고 남은 우렁이는 저녁에 우렁된장국을 끓이니 이 또한 일품이었다. 낚시터에서 공급되는 재료로 음식을 해먹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필자가 제민지에서 잡은 우렁.

▲ 월척을 올린 필자.

▲ 함께 출조해 4짜를 올린 친구 박희설.

배스 줄면서 잔챙이 붕어 개체수 증가한 듯 

그렇게 낮 시간을 보내고 두 번째 밤을 맞이하였다. 첫째 날은 무넘기로 물이 철철 넘치고 있었는데 저녁이 되니 어찌된 일인지 찌가 자꾸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비가 많이 온 이후라 논물을 댈 이유가 없을 텐데... 결국 이날은 약 10cm의 배수가 이루어졌다. 

그래서인지 입질이 뜸해지는 것 같았고 여전히 잔챙이만 입질을 해 주더니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멋진 찌올림 끝에 33cm의 월척붕어가 올라와 주었다.

이틀간 낚시를 해보니 제민지에는 대물 붕어와 잔챙이 붕어가 공생하는 것 같았다. 배스가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준 영향인지 잔챙이 붕어의 서식 비율이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미난 사실은 필자와 희설 포인트에서는 잔챙이 붕어가 소나기 입질을 했지만 한동수 씨 자리에서는 잔챙이 입질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자리 편차도 큰 곳인 듯 싶었다.

3박 일정으로 출조했지만 배수가 되고 잔챙이만 덤벼 일찍 철수했다. 배수가 끝나고 수위가 안정이 되면 다시 대물 붕어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필자와 박희설이 올린 조과. 5~8치도 많이 섞였다.

내비 입력 내비에 ‘제민제’를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검색이 안 되는 내비라면 ‘월전초등학교’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