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일 거제구조라항에서 세일호를 타고 대부시리를 낚기 위해 도착한 소구을비도.
일본에서는 봄부시리를 일명 하루마사(春マサ), 오오마사(大マサ)라고 부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봄에 낚인다고 해서 봄부시리, 크다고 해서 대부시리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도 봄에 낚이는 부시리는 대형이라 따로 시즌을 구분할 정도로 주요 시즌으로 꼽는다.
봄부시리 시즌은 부시리가 산란하기 전 시기로 4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약 한 달가량이다. 초대형 부시리를 만날 기회로 자신의 기록을 깨기 위해 많은 빅게임 유저들이 앞 다투어 출조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빠르게 3월 초부터 시즌이 시작이 되었다. 크릴을 이용한 선상찌낚시에는 3월에도 반응이 좋았지만 톱워터 펜슬베이트 역시 예년 보다 약 한 달가량 빠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엘리뇨 현상으로 평균 수온이 오른 것 때문인가? 여하튼 올해는 달랐다. 호황현장하지만 일반인은 이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출조 가능한 매주 주말 날씨는 좋지 못하여 예약을 해놓은 것이 다 취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4월 내내 취소가 되고 5월 초가 되어서야 첫 출조를 나서 보았다.
안경섬이냐? 홍도냐? 구을비도냐?
거제도에서 나갈 수 있는 대표적인 빅게임 필드는 안경섬, 홍도, 구을비도가 있다. 예전에는 홍도쪽으로 선상찌낚시 배들이 모였으나 최근에는 홍도보다는 안경섬 조황이 좋아 찌낚시 배들이 안경섬쪽으로 더 많이 모이는 추세다. 구을비도 역시 찌낚시배들이 많았으나 올해부터 하선이 허용되어 찌낚시 배들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갯바위 곳곳에 사람들이 많이 내려있는 상태라 낚시하기 다소 번거롭다.
상황을 종합하면 안경섬 쪽엔 벌써 선상찌낚시 배들이 나가 있고 홍도는 최근에 조황이 조금 떨어졌기 때문에 남은 선택은 구을비도였다. 사실 안경섬으로 가고 싶었으나 선상찌낚시 배들이 섬을 둘러싸고 진을 치고 있다면 원하는 포인트로 던질 수조차 없으므로 낚시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가나 마나다.
지난 5월 2일 새벽 4시30분. 구조라항에서 세일호를 타고 출발하여 한 시간 만에 첫 포인트에 도달했다. 구조라항에서 구을비도 쪽으로 가려면 매물도 앞에 있는 등여를 지나야 하는데 먼저 등여를 짚어 보고 구을비도로 가기로 했다.
등여 북쪽에 자리를 잡고 배를 세웠다. 물색이 맑지 못하고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시점이라 170mm 폽퍼를 먼저 세팅했다. 물때는 들물. 보통 들물은 힘이 약하기 마련인데 이날은 들물의 힘이 좋았다.
최대한 섬에 가깝게 캐스팅하여 깊은 곳으로 폽퍼를 끌고 나왔다. 물속에서 루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평소보다 큰 액션을 준 후 스테이를 길게 주었다. 세 번째 캐스팅 3번째 액션에 부시리의 체이스가 들어왔고 이후 곧바로 폽퍼를 때렸으나 훅업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5번 정도 캐스팅하고 대구을비도 북쪽 간출여로 행했다.
▲ 여름에 쇼어 지깅 포인트로 인기 있는 손대도 매섬 등대.
▲ 구을비도로 가기 전에 들른 등여.
강한 조류를 찾아 구을비도 전역을 탐색
아직 들물이 진행 중이라 대구을비도 간출여로 왔다. 오전 7시가 되어 해는 어느 정도 올라와서 광량은 좋으나 물색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등여보단 물색이 괜찮다고 판단해 곧바로 캐스팅을 시작하니 부시리의 체이스가 확인되었다. 가끔 루어를 덮치긴 하지만 훅셋으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일어나는 물결을 보아하니 부시리 씨알이 작은 듯했다. 두 번 정도 배를 대어보고 체이스만 하다가 덮치지는 않았기에 소구을비도로 뱃머리를 돌렸다.
소구을비도는 4월 내내 부시리 조황이 제일 좋았던 곳이다. 간출여와 본섬 사이 골창에서 조황이 제일 좋았다고 한다.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 정조시간이 되어 섬 주위로 흐르는 조류가 약해지는 시점이 되었다. 이럴 때 대물이 잘 덤벼주었는데 막상 낚시를 해보니 체이스 조차 없었다.
섬 주위를 한 바퀴 돌았지만 반응이 전혀 없었다. 평소보다 두세 배 어두운 물색과 전날보다 조금 내려간 수온이 불안으로 다가왔지만 날물 찬스를 노리기 위해 일단 소구을비도에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1시간 후 날물 시간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조류의 힘이 약했다.
그리고 물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안 그래도 좋지 못한 물색인데 더 흐려져서 먼바다임에도 수심 2m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소구을비도에서 반응이 없어 다시 대구을비도로 이동했다.
오후에 만난 운동장 크기의 방어 보일링
▲ 오후에 마릿수 조과를 보인 방어.
물색이 흐려 계속 폽퍼 계열의 펜슬베이트로 대응을 했지만 반응이 없어 반대로 검정색 다이빙 펜슬베이트로 바꾸었다. 포인트는 대구을비도 남쪽 끝. 이곳에선 날물이 찔끔찔끔 흘렀다. 수심이 30m 지점의 브레이크 라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일행의 펜슬을 드디어 물어주었다. 로드가 많이 휘어지고 드랙을 좀 차는 것으로 보아 좋은 씨알 같아 보였다. 하지만 올려보니 펜슬베이트가 부시리 몸통에 걸려있었고 씨알은 90cm급이었다.
이후 대구을비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간간이 보일링이 일어나고 라이징도 일어나는 상황이나 펜슬을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매의 눈으로 찬스로 계속 노렸다. 얼마 후 조금 큰 라이징이 눈앞에 포착되고 그곳에 던져 액션을 주니 무엇인가 쫒아오지만 덮치지 않았다. 다시 라이징이 일어난 곳으로 던져 이번에는 스테이를 좀 길게 주니 바로 입질이 왔고 80cm 정도 되는 부시리가 올라왔다.
날물이 끝날 시점이 되어 다시 소구을비도로 이동했다. 오전보단 조류의 힘이 많이 좋아 졌다. 섬에서 가까운 곳보다 상대적으로 깊은 곳의 조류 흐름이 좋아 보여 그곳으로 다시 포인트를 옮겨 폽퍼로 공략했다. 조류가 합수 되는 지점에 폽퍼가 잘 떨어지고 네 번째 액션에 큰 파장이 일어났다. 어체를 보니 120cm는 족히 넘어가는 부시리였으나 안타깝게 걸리진 않았다.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었으나 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체이스나 펜슬베이트를 덮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슬슬 철수하며 철수 길에 다시 등여와 대병대도를 노렸다. 등여에서 보일링이 시작되었지만 펜슬에 입질하지 않았고 대병대도에서는 어마어마한 방어 보일링을 확인했다. 눈으로 언뜻 봐도 축구장 5~6배 크기였다.
펜슬을 던져보니 즉각 반응했다. 올려보니 씨알은 60cm. 60cm 방어로 아쉬운 손맛을 볼 수 있었지만 기대한 큰 부시리는 만날 수 없었다. 거제권 대부시리는 이제 산란하러 연안으로 붙을 듯하다. 더불어 작은 씨알의 방어와 부시리가 대거 내만으로 들어오면서 이제부터는 초보들이 지깅이나 작은 펜슬로 50~70cm 손맛을 볼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세일호 노재필 선장이 대구을비도에서 필자가 낚은 90cm 부시리를 보여주고 있다.
▲ 방어를 히트해 손맛을 즐기고 있는 낚시인. 오후에 60cm급 방어 떼를 만났다.
▲ 방어 무리가 수면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 필자가 사용한 펜슬베이트. 조류가 약할 땐 폽퍼 타입의 펜슬베이트를 사용했다.
▲ 필자가 사용한 오쿠마 14000번 스피닝릴.
▲ 물칸에 살린 부시리와 방어.
▲ 물색이 맑을 때 효과를 보인 투명(클리어) 컬러 펜슬베이트.
출조 문의 거제 세일호 010-8540-7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