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9일, 바다루어클럽 김동진 씨가 포항 구룡포읍 석병리 갯바위에서 낚은 농어. 

9마리를 혼자 낚았으며 은색 싱킹 펜슬베이트에 입질이 잘 들어왔다.

지난 4월 16일, 경주 낚시인 김준형 씨와 함께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갯바위로 농어 루어낚시를 나갔다. 경주권은 4월이 되면 연안 해초가 서서히 녹기 시작하고 산란을 마친 농어가 붙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수온이 오르고, 삭아서 빠진 연안 해초밭 자리로 멸치와 치어가 들어와 작은 생태계를 이룬다. 빽빽했던 해초가 빠지므로 미노우 캐스팅 여건이 좋아지고, 해초를 걸어도 쉽게 미노우를 뽑아낼 수 있다. 그래서 4월 중순 이후를 미노우 캐스팅게임의 적기로 볼 수 있다. 

▲ 경주 읍천항 연안을 가득 메운 해초군락.

16일 오후 4시경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에 있는 주상절리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상황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해초가 빠지기는커녕 더 무성하게 자라 있는 듯했고 베이트피시도 확인할 수 없었다. 

김준형 씨는 “올해는 윤달이 끼어 바다 상황이 예년 같지 않습니다. 일단 수온이 천천히 오르고 봄이 무색할 정도로 돌풍이 불고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기온과 수온이 오르더라도 금방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죠. 경주 일대도 아마 그런 영향으로 해초가 그대로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플로팅이 아니라 싱킹 펜슬이 정답이구나

▲ 싱글훅으로 튜닝한 싱킹 펜슬베이트. 해초에 걸려도 쉽게 빠져나온다.

연안에 해초가 너무 무성해 이대로 밤을 맞이했다간 캐스팅할 곳을 찾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다가 해초가 듬성듬성한 구간을 찾기로 했다.   

읍천항에서 북쪽으로 3km를 달려 봉길리, 대본리, 나정리 일대를 빠르게 탐색했다. 그 결과 대본리와 나정리 구간에 있는 홈통 주변 해변과 갯바위에 자란 해초군락이 그나마 듬성했다. 

이 주변은 수심이 얕고 수중여가 많은 것이 특징. 언뜻 얕은 곳이라 유속이 느려 해초가 더 무성할 것 같았다. 그러나 김준형 씨는 얕은 곳으로 강한 조류가 밀려오고 기상이 좋지 않을 때는 파도가 높게 쳐 해초가 빨리 삭는 곳이라고 말했다.

캐스팅하기 좋은 포인트는 찾았지만 기상예보와 달리 바람이 너무 약하게 불어서 포말이 형성되지 않았다. 김준형 씨는 “산란을 마친 농어는 대부분 해초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때문에 파도에 상관없이 입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미노우를 사용해 농어의 경계심을 일으키지 않고 해초 주변을 노린다면 포말이 없어도 입질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준형 씨의 설명에 잔뜩 기대하고 대본리 감포비치하우스 아래 갯바위로 진입했다. 98mm 플로팅 미노우를 캐스팅해 해초 주변을 공략하니 의외로 쉽게 입질이 왔다. 하지만 농어 씨알이 크지 않은 탓인지 해초가 입질을 방해해서인지 걸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 같은 자리에서 입질을 받았지만 챔질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김준형 씨는 농어가 상층이 아니라 해초 줄기 중간쯤에 서스펜딩 상태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상층 착수 후 해초를 뚫고 수면 아래로 잠기는 85mm 싱킹 펜슬베이트로 교체했다. 바늘은 해초에 걸려도 쉽게 빠져나오도록 트레블훅을 제거하고 싱글훅으로 교체한 것을 사용했다. 

농어가 해초에 감기면 뒷걸음질부터

▲ 싱킹 펜슬로 해초를 넘겨 롱캐스팅을 하고 있는 김준형 씨.

싱킹 펜슬베이트는 플로팅 미노우보다 비거리가 긴 것이 장점이라 해초를 넘겨 착수시켰다. 그 후 3초 정도 카운트해 천천히 릴을 감으며 수면 1m 아래를 공략할 수 있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최근 출시되는 싱킹 펜슬베이트의 경우 무작정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운용법을 먼저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김준형 씨가 사용한 싱킹 펜슬베이트는 1초에 50cm 정도 속도로 천천히 가라앉고 릴링하면 머리 아래쪽에 수류 저항을 받아 수면으로 천천히 부상한다. 따라서 너무 빨리 감으면 싱킹 펜슬이 상층으로 금방 떠오르기 때문에 릴 핸들을 1초에 한 바퀴 정도로 천천히 감아야 하며 더 깊이 노리려면 더욱 천천히 감아야 한다. 특히 입질이 들어오는 해초군락 사이를 지날 때는 농어가 싱킹 펜슬을 덮치기 좋도록 로드를 살짝 들어 주는 것이 요령이다.  

플로팅 미노우를 쓰면서 초반 헛챔질로 인해 농어가 예민해진 탓인지 시원하게 입질하지 않았다. 하지만 농어가 있다고 확신하고 인내를 발휘해 해초를 꾸준히 노린 결과 김준형 씨가 입질 받는 데 성공했다. 강한 바이트와 동시에 순식간에 라인이 해초에 걸려버렸다. 그러자 김준형 씨는 당황하지 않고 라인 텐션을 유지한 상태로 천천히 뒷걸음을 쳤다.“농어가 입질한 후 라인이 해초에 감기면 낚시인도 꼼짝 못하지만 농어도 꼼짝 못합니다. 이럴 땐 라인이 느슨해지지 않게 로드를 세우고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서 농어를 뽑아낸다는 생각으로 랜딩을 해야 합니다. 쇼크리더가 5호기 때문에 웬만하면 해초가 뽑히고 라인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의 말대로 뒷걸음을 치며 로드를 세우니 농어가 천천히 해초 속에서 빠져나오는 듯했다. 농어는 제풀에 지쳤는지 금방 수면으로 떠올랐고 천천히 올려보니 70cm가 조금 넘었다. 다시 입질 받기 위해 얼른 캐스팅했지만 상황 종료. 봄철 농어낚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농어가 해초를 감은 후 한바탕 수면을 헤집어 놓으면 해초에 숨은 농어가 모두 빠져나가 더 이상 입질하지 않는 것이다.

바루클 최훈식 회원, 구만리에서 9짜 포함 혼자 9마리      

▲ 포항 호미곶면 구만이 연안. 앝은 여밭이 넓게 펼쳐진 곳으로 봄부터 초여름까지 농어 호황이 이어진다.

4월 16일 출조는 아쉽게도 농어 1마리에 그쳤지만 호황 소식은 그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바다루어클럽에서 활동하는 최훈식 씨가 지난 4월 26일 포항시 호미곶면 구만리 갯바위로 혼자 출조해 3시간 동안 농어 9마리를 낚는 호황을 만났다. 최대어는 90cm가 넘어 씨알에서도 만족한 출조였다. 

그뿐 아니라 바다루어클럽 운영국장 김동진(테일워크 필드스탭) 씨 역시 지난 4월 29일에 포항 구룡포읍 석병리 일대로 출조해 70cm급 농어 9마리를 낚고 30cm가 넘는 볼락도 낚은 소식을 전해왔다. 

김동진 씨는 “4월 중순 이후 포항~경주 일대로 대멸치가 붙기 시작하면서 은색 싱킹 펜슬에 아주 반응이 좋다. 수온도 빠르게 상승해 해초가 많이 사라졌으며 5월부터는 본격적인 마릿수 조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26일, 포항 호미곶면 구만리 일대 갯바위로 출조해 90cm급 농어로 손맛을 본 최훈식 씨. 이것 외에도 농어 8마리를 더 낚았다.

▲ 최훈식 씨가 호미곶면 구만리에서 거둔 조과. 총 9마리를 낚았으며 최대어는 91cm.

▲ 구룡포읍 석병리에서 80cm가 넘는 농어를 낚은 김동진 씨.

▲ 김동진 씨가 농어를 노리다가 낚은 31cm 볼락.

▲ 바늘에 멸치가 걸려 나왔다.

▲ 은색 싱킹 펜슬을 물고 나온 농어. 대멸치가 들어온 후 은색 싱킹 펜슬에 입질이 잘 들어왔다.

▲ 미노우에 걸려 온 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