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일, 부산 먼바다로 한치 탐사 출조에 동행한 임형준 씨가 씨알 좋은 한치를 낚았다.

지난 3월 말에 먼바다 살오징어낚시 출조를 나갔다. 당시 살오징어 외에 다양한 어종이 올라왔는데 그중 하나가 한치였다. 하지만 낱마리라 본격적으로 한치 출조를 하기에는 시기가 많이 일렀다. 그래서 4월 중순부터 ‘어느 선사에서 먼저 한치 소식을 터트릴 것인가’에 주목하며 유심히 조황을 살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 27일까지도 호황 소식이 없어 기다리다 지쳐 직접 한치 탐사 출조에 나섰다. 진해 제덕동에 있는 은하호가 한치 탐사를 나간다기에 27일 오후 1시에 은하호를 예약했다.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나간 포인트는 거제도와 대마도 사이. 수년간 한치낚시를 다녀 본 선장님이 ‘남쪽보다 동쪽이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고 선택한 포인트다. 

그러나 말 그대로 탐사는 탐사였다. 한치를 찾아서 출조 했건만 살오징어만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채비가 내려가는 족족 살오징어가 물어대는 상황. 할 수 없이 오모리그로 바꿔 먼 곳을 노렸지만 역시나 낚이는 건 살오징어 뿐이었다. 탐사낚시 결과 배에서 낚인 한치는 총 4마리. 바람만 쐬고 온 격이었다.

초반에는 오모리그＋학꽁치포 감은 삼봉에기 필수 

그 뒤로도 탐사낚시를 계속 나가고 싶었지만 기상이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2일에 다시 기회가 왔다. 이번에도 은하호를 타고 대마도 인근 해역으로 나갔는데 뭔가 느낌이 좋았다.

4시간을 달려 포인트에 도착. 4월 27일엔 수온이 16°C였지만 이번에는 19.0°C가 찍혔다. 물돛을 놓고 배가 자리를 잡으니 18.0°C가 찍혔고 그 뒤로 0.2°C가 내려가 최종 수온은 17.8°C였다. 시즌 초반 치고는 수온이 나쁘지 않았다. 어스름이 깔리니 멀리 대마도가 보였다. 

한치낚시도 물때를 봐야 한다. 수심 깊은 먼바다는 속조류가 셀 수도 있고 너무 약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낚시 시간에 맞춰 약간이라도 흐름이 있을 때가 좋다. 따라서 밝은 낮에는 체력을 아꼈다가 어두워진 후 조류 흐름이 좋아질 때에 맞춰 낚시를 시작하는 게 좋다. 액선도 낮에는 천천히 연습하듯 주는 것이 본격 밤낚시 때 지치지 않는 비결이다.  

에기의 경우 초반 시즌에는 삼봉에기를 많이 사용한다. 개체수가 많은 본 시즌과 달리 초반 한치는 어군이 작아 루어만으로는 유혹이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는 쥐포나 학꽁치포를 감은 삼봉에기가 잘 먹힌다. 

채비는 넓은 범위를 탐색할 수 있는 오모리그가 유리하다. 캐스팅이 원활한 오모리그는 멀리 있는 대상어를 배 쪽으로 끌어당기는 역할도 하며 오모리그 사용자가 많을수록 배 전체 조과가 좋아진다. 오모리그에 쓰는 에기는 보편적으로 2.2호~2.5호지만 의외로 작은 에기에 반응을 할 때가 있기에 가능하면 1.5호~1.8호도 챙기는 것이 좋다.

▲ 필자의 한치낚시 장비. 좌측은 이카메탈, 우측은 오모리그를 사용했다.

▲ 오모리그에 사용하는 1.8호 에기.

▲ 금호조침이 출시한 이카킬러 삼봉에기II.

▲ 오모리그에 에기를 달아 한치를 올린 김연철 씨.

▲ 학꽁치포를 감은 삼봉에기로 한치를 낚은 이승호 씨.

베이트피시 어군 아래를 공략해야 

은하호에는 낚싯배 앞뒤에 어탐기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낚시인이 직접 어군을 보고 포인트를 공략하며 어탐기를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낚시인들을 위해 선장님이 방송으로 설명을 해준다. 출조한 날은 수심 20m~30m에 어군이 형성되었고 20m 언저리에서 잦은 입질이 이어졌다. 

참고로 어군탐지기에는 두족류가 표시되지 않는다. 대신 두족류가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베이트피시 무리가 찍히는데 어느 층에 무리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 베이트피시 아래를 탐색해 입질층을 빨리 찾는 게 좋은 조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필자는 삼봉에기로 오모리그를 만들어 베이트피시 아래쪽을 꾸준히 겨냥했다. 천천히 수심을 올리며 액션을 주고 초리 끝에 집중하니 초리에 꿀렁거림이 살짝 생겼고 챔질하니 살오징어가 올라왔다. 첫 수는 살오징어였지만 분명 한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다시 캐스팅했고 예상대로 한치를 올릴 수 있었다. 

▲ GPS로 확인한 은하호 위치. 거제도와 대마도 중간 지점을 포인트로 잡았다.

▲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

▲ 오모리그에 올라온 한치.

생전 처음 보는 조개낙지까지 덜컥

살오징어와 한치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땐 액션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 살오징어는 빠르고 폭이 큰 동작에 반응이 좋다. 그래서 로드를 위로 빠르게 들어 올려서 루어를 띄웠다가 프리폴링 시키는 액션이 잘 먹힌다. 반면 한치는 루어 상승 폭을 적게 해 비슷한 수심에서 짧게 움직이는 액션에 잘 반응한다. 

만약 같은 수심층에서 한치에게 강한 어필을 하기 위해 로드를 높게 들어 올렸어도 살오징어의 입질을 피하고 싶다면 에기가 천천히 내려갈 수 있도록 라인에 텐션을 주는 것이 좋다. 이때 만약 살오징어나 한치가 입질하면 초리끝이 살짝 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번 출조에서는 다양한 잡어를 낚는 것도 재미있었다. 멸치떼가 들어와서 수면에 무리 지어 돌아다녔고 그 멸치를 먹으려고 고등어 떼가 들어왔다. 이카메탈을 고등어가 사정없이 물었고 그로 인해 옆 사람과 채비가 엉키는 일도 잦았다. 

잠시 후엔 고등어를 노리고 대삼치가 접근해 혼쭐이 났는가 하면 양은 적었지만 갈치도 몰려와서 입질했다. 잡어 중 가장 신기한 것은 열대해역에 사는 조개낙지였다. 암모나이트 화석 같은 모양의 두족류가 살고 있는 것이 신기해 한참 동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번 한치 탐사는 성공적이었다. 20마리 내외지만 한치를 낚을 수 있었고 다른 손맛도 충분히 봤기 때문이다. 5월 중순 이후면 본격적인 한치 시즌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그때는 조금 더 가까운 남해나 동해권에 포인트가 형성될 것이다. 

▲ 에기 2단 채비로 한치를 낚은 필자.

▲ 열대해역에 사는 조개낙지가 에기에 걸려 나왔다.

▲ 이카메탈을 물고 나온 고등어.

▲ 고등어를 쫓아온 삼치가 이카메탈에 걸려 나왔다.

▲ 배 앞으로 몰려온 멸치떼

▲ 한치회

▲ 필자가 거둔 한치 조과. 이것 외에 살오징어도 잘 낚였다.

▲ 한치구이

출조문의 진해 은하호 010-2209-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