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야라웡가 지역 머리강 하류 멀왈라 호수에서 119cm 머레이코드를 낚아 올리고 있는 필자. 너무 커서 녹색 돼지인 줄 알았다.

머레이코드(Murray Cod)는 수많은 앵글러의 동경 대상이다. 호주 고유종이라 오직 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으며 호주에 사는 민물 어종 중 가장 크다. 길이는 1.8m까지 자라며 무게도 30kg을 넘기 때문에 전 세계 낚시인들이 머레이코드를 노리고 호주를 찾는다. 왕성한 식욕과 매서운 공격성을 가지고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것은 닥치는대로 잡아먹고 심지어 동족까지 잡아먹는 포악한 녀석으로 유명하다. 그로 인해 많은 낚시인의 표적이 되어 한때 멸종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어종을 보호한 끝에 지금은 다시 낚시 대상어로 사랑을 받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12월 28일이 출국 날이었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기 때문에 한국이 겨울일 때 호주로 가야 여름 시즌을 즐길 수 있다. 머레이코드는 여름에 상층에서 높은 활성을 보이는 어종이라 낚시 적기 또한 여름이다. 하지만 일정이 미뤄져 4월 초에 가게 되었다. 호주의 4월은 가을. 그래서 아쉽지만 기대한 여름 시즌을 놓치고 말았다.

호주로 가기 위해 호주 남동부 지역 멜버른에 살고 있는 조슈아 네스터(Joshua Nester) 씨와 연락했다. 조슈아 씨는 국내 루어낚시동호회 블랙핀스튜디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알게 되었고 지난해 여름 한국을 방문해 나와 함께 추자도로 부시리낚시를 갔다가 친해졌다. 

4월 5일에 호주에 도착한 나는 멜버른에 있는 조슈아 씨의 집에서 그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앞으로 만날 다양한 어종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아침 6시에 차로 보트를 견인 후 출발해 멜버른 시내를 벗어나자 들판에 앵무새와 캥거루가 보였다. 이런 곳에서 내가 낚시한다니 엄청난 설렘과 긴장이 가슴을 뛰게 하였다.

3시간 넘게 운전해 야라웡가(Yarrawonga)라는 지역에 다다랐다. 머레이코드는 호주 남동부를 잇는 길이 2375km의 머리강(Murray River)에 서식하는 어종으로 그 물줄기와 이어진 수로나 호수 같은 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야라웡가에 있는 멀왈라(Mulwala) 호수에서 낚시를 할 계획이었다. 이곳 또한 머리강으로부터 내려온 물줄기가 만든 호수다.

▲ 낚시를 하기 위해 찾아간 야라강에서 본 멜버른 시내.

▲ 멀왈라 호수에 설치되어 있는 어종 안내판.

야라웡가 머리강 하류에 있는 멀왈라 호수로

▲ 멀왈라 호수에 도착한 필자와 조슈아 씨가 보트를 내리고 있다.

우리는 먼저 이틀간 머물 텐트를 쳤다. 그리고 곧바로 낚시점에 들러 다음날부터 시작할 낚시를 준비했다. 현지 낚시점 직원의 말로는 ‘요즘 일교차가 커지고 수온이 많이 차가워져 머레이코드를 많이 볼 수 없지만 바닥을 노리면 종종 큰 녀석이 나온다’고 했다. 

태클은 7ft 전후 패스트 로드에 강한 드랙력을 가진 베이트릴을 썼고 원줄은 PE라인 3호에 쇼크리더 60LB를 사용했다. 루어는 손바닥보다 큰 빅베이트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작은 바이브레이션도 먹힌다고 한다. 작은 사이즈의 머레이코드도 빅베이트를 쫓아와서 우악스럽게 바이트를 하므로 다양한 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머레이코드가 낚이는 포인트는 나무 그루터기가 밀집되어있는 곳 혹은 나무 밑에 그림자가 지는 스트럭처다. 스트럭처 사이사이가 머레이코드의 은신처며 나무에 붙여 캐스팅하기보다는 나무를 살짝 넘겨 캐스팅한 뒤 리트리브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머레이코드를 공략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빅베이트나 스윔베이트를 사용할 경우 리트리브액션이 주가 된다. 

▲ 조슈아 씨와 필자가 텐트를 치고 출조를 준비하고 있다.

▲ 머레이코드를 낚을 때 사용한 메가배스사의 스윔베이트.

▲ 머레이코드가 좋아하는 수몰나무 그루터기 자리.

첫 입질에 녹색 돼지가 덜컥 

다음 날 오전 6시. 우리는 보트를 타고 나무가 밀집해 있는 곳으로 가서 캐스팅했다. 나는 스윔베이트를 던진 뒤 잠깐 카운트를 하고 슬로우 리트리브를 했다. ‘떠엉’하고 로드가 울렸다. 잠깐의 여유를 준 뒤 훅셋! 멀왈라 호수로 나와 처음 받은 입질인데 낚싯대 휨새와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으로 봐서 사이즈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머레이코드는 초반에 제압 못하면 못 먹는다는 조언이 떠올라 강제 펌핑을 시도했다. 바늘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강제로 펌핑해도 될까? 짧은 순간 마음속에 내적갈등이 생겼지만 일단 뽑아내야 놓치더라도 아쉬움이 없겠다는 생각에 지속적으로 낚싯대를 당겨 올렸다. 

다행히 후킹이 잘 되어있었고 어느 정도 힘이 빠진 녀석은 옆으로 누워 물 위로 떠올랐다. 그 육중한 몸을 보니 과장을 보태어 돼지인지 생선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거대했다. 정말 녹색 돼지인 줄 알았다. 서둘러 뜰채에 담았고 두 명이 보트 위로 올렸다.

“와아!”

나는 소리 지르며 기뻐했다. 그렇게나 만나고 싶어 했던 머레이코드를 잡은 것이다. 심지어 첫 고기치곤 사이즈가 너무나도 컸다. 흥분하며 길이와 무게를 재보니 119cm에 26kg! 엄청난 사이즈의 머레이코드가 나와서 함께 간 조슈아 씨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낑낑대며 녀석을 안고 사진을 찍었다. 그 후 뜰채에 담아 호흡을 안정시킨 뒤 원래 살고 있던 호수로 놓아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소리를 지르고 축하해 주었다.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다.

첫 머레이코드를 낚은 후 과감하게 톱워터를 사용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방법을 바꾸어 바이브레이션을 사용하니 또 입질. 이번에는 씨알이 작은 머레이코드가 올라왔다. 그렇게 머레이코드 두 마리를 낚은 후 이번 여정은 끝이 났다.

▲ 119cm 머레이코드를 들고 촬영한 필자.

▲ 낚은 직후 줄자로 재니 119cm가 나왔다.

▲ 바이브레이션으로 낚은 작은 머레이코드.

너무 기뻤다. 호주 현지인도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사이즈가 나에게 찾아왔으니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우리는 아쉽지만 뜨거운 작별을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떼야 했다.

앞으로 호주에 종종 방문할 것 같다.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고 아름다운 대륙이기 때문이다. 내 메인 장르는 바다낚시지만 민물낚시도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강, 호수, 바다 등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니고 싶다.

▲ 출조 이튿날에 머레이코드를 낚은 조슈아 씨.

▲ 길에서 주운 도마뱀. 보기보다 온순하다.

▲ 밤에 텐트 주변으로 접근한 왈라비.

▲ 비행기에서 촬영한 타즈매니아 주. 맬버른 남쪽 100km 지점에 떨어져 있는 섬이다.

▲ 나무 위에서 우리를 노려보는 포섬.

▲ 대구낚시에 관한 서적.

▲ 출조하며 들른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있다.

▲ 호주 여행 이튿날에 출조한 야라강에서 볼락 같은 물고기(estuary perch)를 낚았다.

▲ 호주에 도착한 다음날 멜버른 인근 우드 레이크로 출조해 낚은 브라운 송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