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섬 서코지 직벽 안통에서 벵에돔을 올리고 있는 한상혁 씨.

제주도에 고사리장마가 내렸다. 보통 장마는 7~8월에 걸쳐 15일에서 한 달간 이어진다. 하지만 고사리장마는 고사리가 올라오는 봄에 3~4일 짧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봄비는 고사리만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시즌 오픈라 벵에돔의 활성도 올려준다. 영등철을 지나 수온이 상승하는 시기와 맞물려 비가 내리면 벵에돔의 활성이 크게 증가한다. 그래서 고사리 장마를 벵에돔 찬스로 꼽는 낚시인들이 많다. 특히 긴꼬리벵에돔이 주 타깃이며 낚이는 씨알이 40cm에 육박하기 때문에 충분히 출조할 가치가 있다. 

▲ 서귀포 법환포구에서 범섬으로 출조하는 오현호.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 출조한다.

봄에는 본류보다 지류 흐르는 얕은 곳 선택  

지난 4월 30일, 본격적인 벵에돔 시즌을 시작하러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범섬으로 출조했다. 범섬에는 대정질을 시작으로 웃십자, 알십자, 동모, 동코지, 굴앞, 직벽, 서코지, 홍합여, 새끼섬 등 좋은 벵에돔 포인트가 많다. 출조한 당일에는 범섬 서코지에 내렸다.

서코지는 범섬 남쪽에 있으며 남풍이 바로 들이치는 자리라 기상이 좋은 날만 하선할 수 있다. 서코지 주변으로 동코지, 직벽 등은 이맘때 조황이 좋기 때문에 오전오후로 나누어 2번 출조하며 나머지 포인트는 종일낚시를 할 수 있다.  

서코지에는 현지 낚시인 한상혁 씨와 함께 내렸다. 서코지는 직벽 포인트와 맞닿아 있으며 서코지 콧부리가 1번 포인트이고 직벽과 연결된 안통에서 낚시할 수 있다. 콧부리가 1번 자리인 이유는 새끼섬 쪽에서 썰물 본류가 부딪쳐 뻗어나가고, 그 본류에 합수되는 지류도 포인트가 되어 입질 받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1번 자리에는 한상혁 씨가 내렸는데 강한 북서풍으로 인한 너울파도 때문에 곧 포기하고 말았다.

나는 본류보다 지류가 더 좋은 포인트라 생각해 직벽 안통에 자리를 잡았다. 봄에는 깊은 곳 보다 얕은 곳이 좋고 특히 수중에 은신처나 해초가 발달한 지역이면 더 좋다. 만일 깊은 수심의 직벽이라면 갯바위 앞 30m 이내를 넘어가지 않도록 가까운 곳을 공략해야 한다. 

▲ 범섬 남쪽 전경. 좌측에 작은 섬이 새끼섬이며 남쪽 좌측에 서코지가 있다.

수심 10m까지 내려가자 입질 

포인트에 내린 시각엔 중썰물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류는 콧부리 우측에서 좌측으로 빠르게 흘러 지류를 공략했다. 채비와 밑밥을 발밑에 넣고 본류로 합류하는 지점까지 채비를 흘렸다. 낚싯대는 1호-530, 릴은 3000번에 원줄 합사 0.6호에 나일론 1.75호 5m를 매고 다시 목줄을 1.75호 8m를 맸다. 스토퍼를 바늘로부터 3.5m 지점에 장착해 찌 밑 수심은 3.5m다. 스토퍼에서 위로 한 뼘 지점에 나비매듭을 매고 바늘은 긴꼬리벵에돔 4호에 미끼는 크릴을 썼다. 

출조하기 전에 범섬에서 벵에돔이 표층까지 부상했고 좋은 조황이 있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기에 이날도 기대가 컸다. 하지만 출발 전에는 바람이 강하지 않았는데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풍이 불어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낚시를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도 자리돔이 보이지 않았고 크릴은 냉기를 가득 품은 그대로 올라왔다. 바람 또한 강하게 원줄을 전방으로 밀고 있고 속 조류는 안쪽으로 밀려와 원줄 관리와 입질 받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000호 구멍찌에 목줄에 G5 봉돌을 한 개 물려 수심 6~8m 지점을 공략했지만 미끼가 그대로 살아왔다. G5 봉돌을 바늘 가까이 내리고 G4 봉돌을 스토퍼 아래에 하나 더 부착해 바늘이 수심 10m 이상 내려가자 그제야 원줄을 짧게 가져가는 어신이 왔다. 올라온 녀석은 30cm정도 되는 작은 벵에돔. 몸통을 만져보니 냉기가 느껴졌다. 

▲ 긴꼬리벵에돔 채비에 사용한 쓰리제로 구멍찌와 1.5호 목줄.

▲ 하선 직후 사용한 투제로 구멍찌 채비.

카운트낚시로 깊은 곳 집중 공략

▲ 필자가 카운트낚시로 깊은 곳을 공략해 낚아낸 긴꼬리벵에돔 두 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곧이어 홈통 안쪽 자리에서 낚시한 한상혁 씨도 30cm급 긴꼬리벵에돔을 낚았다. 하지만 썰물이 끝나고 초들물이 시작되자 좌측으로 뻗던 조류가 멈추고 우측 새끼섬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들물에는 수온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낚시에 집중했다.

채비를 내리니 미끼가 사라지는 상황이 생겼다. 채비가 벵에돔 입질층보다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고 판단해 ‘카운트낚시’를 시작했다. 카운트낚시는 벵에돔의 활성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잠길찌 채비를 사용해 깊은 수심대를 노리는 방법이다. 숫자는 2초 간격으로 천천히 세고 60, 80, 100, 120에 뒷줄을 한 번 잡아서 견제를 해준다. 예를 들어 60초를 세면 실제로 120초 정도 채비를 내린 것이고 채비를 내리면서 입질이 들어오는 자리를 찾는다. 채비를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숫자를 빨리 세면 불편하므로 나만의 타이밍을 잡아 천천히 숫자를 세는 것이 요령이다. 

나는 120에서 뒷줄을 잡으니 짧게 들어오는 어신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끼만 사라지고 바늘만 올라와 110에서 베일을 닫고 초리를 뒤로 당기자 낚싯대를 가져가는 본신으로 이어졌다. 올려보니 34cm 긴꼬리벵에돔이 나왔다. 

이제 마릿수로 연결되겠다 싶었는데 조류가 갑자기 바뀌어 썰물 방향으로 흘렀다. 또다시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렀고 이날 낚시는 아쉽게도 긴꼬리벵에돔 두 마리로 끝나고 말았다. 출조한 날에 기상이 좋지 않았지만 제주도 벵에돔낚시의 시작을 알리게 되어 만족했다. 

지금부터는 제주도 북쪽을 제외한 서쪽의 차귀도, 서귀포 범섬, 섶섬, 문섬, 지귀도, 모슬포의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 등 많은 섬에서 긴꼬리벵에돔이 출현한다. 

▲ 30cm 벵에돔을 보여주는 한상혁 씨.

출조 문의 오현호 010-3692-1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