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호 씨가 수심이 얕아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골에서 벵에돔을 노리고 있다.

통영권 긴꼬리벵에돔 명당 좌사리도가 본격 시즌에 접어들었다.

좌사리도는 매년 5월 초부터 긴꼬리벵에돔 시즌에 접어들어 장마 전까지 호황을 보이는데 취재일이었던 지난 4월 28일에 첫 떼고기 조과가 터졌다.

▲ 좌사리도의 명 포인트 중 하나인 사이섬.

찌낚시 전문가 테크니션 김종호 씨와 함께 통영 비키라호를 타고 좌사리도로 들어갔다. 취재일이었던 4월 28일은 내만권 벵에돔 입질이 이미 터졌고 국도, 갈도 등지의 먼바다에서도 어신이 포착되던 시기였다.

원래 좌사리도는 5월 중순은 돼야 안정적 조황을 맞볼 수 있지만 김종호 씨는 ‘올해는 예상 외로 입질이 빠를지도 모른다’며 출조를 서둘렀다. 최근 몇 년간의 해수온 상승을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이른 출조를 확정하게 된 계기는 삼덕항 비키라호 이동진 선장의 제보 때문이었다. 마릿수는 많지 않지만 ‘1.5호 목줄을 터트리는 놈들이 입성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김종호 씨는 “어차피 지금은 마릿수보다는 큰 놈 몇 마리를 목표로 삼을 때입니다. 이삼십 센티짜리를 낚으려면 차라리 거제도 내만이 낫지요. 제가 작년 이맘때 도전했다가 다섯 번 연타로 목줄을 터트린 자리가 있어요. 오늘 그곳으로 들어갈 겁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등대섬 기차바위에 상륙

▲ 등대섬 기차바위 일대. 수심 얕은 여밭이라 대물 긴꼬리벵에돔의 회유가 활발한 구간이다.

오전 5시 무렵 삼덕항을 출항한 비키라호가 좌사리도에 도착한 건 오전 6시 무렵. 다른 손님들을 주요 포인트에 내려놓은 뒤 제일 마지막으로 우리가 내렸는데 그곳은 등대섬 기차바위였다. 이곳은 맞은편 넷째 섬 사이의 물골 지역으로, 간조 때 수심이 4~5m에 불과한 여밭 포인트다. 그래서 큰 배들은 좀처럼 배를 대기 힘든 자리지만 좌사리도 물속 지형에 ‘빠삭한’ 이동진 선장의 노련한 배질 덕에 간조임에도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었다.

▲ 통영 삼덕항에서 좌사리도를 출조하는 비키라호.

기차바위에 내리고 나니 높고 널찍해서 좋긴 했으나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걱정이 됐다. 수중여로 보였던 것은 알고 보니 몰이었고 어떤 몰은 줄기가 수면 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밑밥을 몇 주걱 던져주자 30cm에 육박하는 떡망상어들이 4짜 긴꼬리벵에돔처럼 유유히 헤엄치며 밑밥을 받아먹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벵에돔이 낚일까? 벵에돔은 시야가 밝고 경계심도 강한 녀석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입질 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김종호 씨의 견해는 달랐다. 김종호 씨는 “벵에돔 포인트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수심 깊은 직벽 지형을 떠올립니다. 그런 곳에 굵은 놈이 은신해 있다고 생각하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전에 생각해야 될 점이 시즌입니다. 지금은 좌사리도를 떠나있던 벵에돔이 들어오는 시기입니다. 약간 더 깊은 수심에 머물다 들어올 수도 있고 아예 먼바다로 빠졌다가 입성하는 녀석도 있을 겁니다. 아무튼 지금은 활발히 이동하며 자리를 잡는 벵에돔을 노려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곳처럼 얕고 조류 빠른 여밭은 반드시 지나치는 회유로가 됩니다. 제주도에서도 기록어급 대물 긴꼬리벵에돔이 낚이는 포인트는 직벽이 아니라 얕은 여밭입니다”라며 자신감을 비쳤다.

▲ 등대섬 기차바위에서 벵에돔을 노리고 있는 기자(왼쪽)와 김종호 씨. 김종호 씨는 유튜브 촬영을 병행했다.

▲ 등대섬 야영자리. 발판이 높고 평평해 인기를 끄는 포인트다.

요즘은 원도 벵에돔도 빵가루 밑밥, 미끼가 필수

▲ 김종호 씨가 빵가루 밑밥을 개고 있다.

아무리 좋은 여밭 포인트라도 조류 흐름이 없으면 무용지물. 우리가 내린 시점은 끝썰물 무렵이라 초들물이 받칠 때까지 여유있게 기다렸다. 마침 비키라호가 오전 10시경 욕지도 본섬으로 기름을 넣으러 간다기에 장비만 놔두고 배에 올라탔다. 어차피 물이 차오르면 서너 시간은 걸릴 터라 그 유명한 욕지도 짬뽕을 맛보며 오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카페에 들러 커피까지 마시고 포인트로 돌아오니 어느덧 낮 12시. 중들물이 가까워 왔지만 물때가 조금이라 그런지 수위는 높지 않았다. 다행히 물색은 간조 때보다 약간 어두웠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면서 수면에 잔 파도를 일으켰다.

한편 우리는 출조 전 이동진 선장으로부터 빵가루 밑밥과 미끼를 준비하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마지막 취재를 갔던 5년 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내만도 아닌 먼바다 대표 벵에돔낚시터인 좌사리도에서, 그것도 꾼들의 선망의 대상어인 긴꼬리벵에돔이 빵가루 따위(?)에 현혹된다는 얘기는 충격에 가까웠다.

첫 입질을 받은 건 김종호 씨였다. 오후 3시경 조류가 들물 방향으로 제대로 흐름과 동시에 30cm급 벵에돔으로 첫수를, 이어 비슷한 씨알 3마리를 연타로 올렸다. 확실히 먼바다로 나오니 전날 거제 지심도에서 낚은 벵에돔보다는 평균 씨알이 굵었고 힘도 약간 더 센 것 같았다.

수위가 오를수록 입질은 잦아졌다. 4마리째부터는 기다리던 긴꼬리벵에돔이 섞여 낚이기 시작했다. 일반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 비율은 7대3. 긴꼬리벵에돔은 31~33cm급이 많았고 씨알은 비슷해도 째는 손맛에서 일반 벵에돔을 압도했다.

▲ 좌사리도 등대섬 기차바위에서 거둔 벵에돔 조과를 자랑하는 김종호 씨. 오후 2시간 30분 동안 폭발적인 입질을 받았다.

▲ 김종호 씨가 빵가루 미끼로 올린 35cm급 긴꼬리벵에돔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호 프로, 찌멈춤봉만 보고 20마리 이상 타작

이날 우리는 둘이서 30마리 가까운 벵에돔을 올렸는데 알고 보니 올해 좌사리도에서 올린 최고의 조황이었다. 우리가 낚시한 시간은 오후 2시 무렵부터 4시30분까지의 2시간30분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준수한 성적이었다. 반면 이날 다른 포인트에 내렸던 낚시인들은 많아야 대여섯 마리를 낚은 게 전부였다.

사실 이날은 우리가 채비 준비만 제대로 했다면 훨씬 많은 벵에돔을 낚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경우 불시에 들이닥칠 4짜, 5짜 긴꼬리벵에돔을 놓치지 않겠다는 과욕에 2호 목줄에 벵에돔바늘 7호를 사용했는데 그 바람에 더딘 입질이 들어온 것 같았다(커야 39cm 전후급들은 1.2~1.5호 목줄이면 충분하다). 김종호 씨는 아예 목줄찌를 준비 안 해 구멍찌 밑에 달린 찌멈춤봉을 보며 입질을 파악했다. 그럼에도 테크니션답게 혼자서만 20마리가 넘는 벵에돔을 올릴 수 있었다.

만약 이 기사를 보고 좌사리도로 벵에돔낚시를 떠난다면 기존의 원도 벵에돔낚시 패턴을 고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만의 빵가루낚시 패턴이 먼바다 섬들에서도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크릴은 잡어 성화를 견뎌내지 못한다. 단 잡어 성화가 덜한 밤에는 크릴에 반응이 빠르다고 하니 빵가루와 크릴은 반드시 함께 챙겨갈 것을 권하고 싶다.

▲ 연타로 긴꼬리벵에돔을 낚아낸 김종호 씨.

▲ 취재일 사용한 장비와 채비. 낚싯대는 출시 예정인 엔에스의 VSII 1.2-50, 구멍찌는 테크니션 토비 0C, 목줄찌는 G2를 사용했다.

▲ 유튜브 ‘야오야놀자’를 운영 중인 방성욱 씨는 사이섬 건너 야영자리에서 긴꼬리벵에돔으로 손맛을 봤다.

출조 문의 통영 삼덕항 비키라호 010-4420-9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