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비로 뻘물이 진 가산지 모습. 함께 낚시한 박인수 씨가 채비를 던져 넣고 있다.

영남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5월 4일 무렵, 집에서 가까운 밀양 가산지가 생각났다. 가산지는 지난해 가을부터 수위가 낮아져 올봄에는 만수위에서 2m 정도 빠져있어 이번 비로 인해 오름수위가 예상됐다.

연휴 첫날인 5월 5일 밀양 가산지로 출발하였는데 전날 들어간 김경운 씨가 비도 많이 오고 수위도 갑자기 너무 올라가 낚시가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결국 출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휴 내내 집에 있는 건 고역이라 다시 김경운 씨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생만 하고 조황도 좋지 않다는 소식이었다. 한동안 망설이다가 오후부터 비가 그친다는 예보에 무작정 가산지로 행했다.

5월 6일 정오경 가산지에 도착하니 정말 수위가 너무 올랐고 비바람까지 불었다. 도저히 낚시할 여건이 되지 않아 한참을 망설였다. 현장에서 만난 김경운 씨는 낚시장비 일체가 비에 젖은 채로 철수했다.

천천히 가산지를 돌아보면서 찻길에서 가깝고 수위 오름에도 좌대를 옮기지 않아도 될 만한 곳을 찾다가 우안 하류 주차장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모 아니면 도였다.

밤부터 새벽까지 걸면 죄다 4짜

가산지는 1931년에 준공한 저수지다. 1945년에 기존 제방을 높여 현재의 규모로 준공되었으며 만수면적은 20만6천평이다. 10여 년 전부터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이 서식하고 있다. 5년 전부터 매년 밀양시에서 치어방류를 해 몇 년간 낚시를 금지하기도 했다. 그 덕에 어자원이 풍부해졌다.

▲ 가산지 산책로에 있는 안내판.

필자는 7년 전 가산지 짬낚시로 월척 전후의 붕어를 낚은 기억이 있지만 낚시다운 낚시는 하지 않았다. 가산지는 산란 시기인 매년 4월과 5월 전후에 4짜급 붕어가 낚이지만 이후로는 조황이 신통치 않아 터 센 봄낚시터로 분류된다.

이번에 필자가 찾은 주차장 포인트는 차에서 짐을 내려 바로 낚시할 수 있어 이동 거리는 짧지만 연안으로 시멘트로 옹벽이 되어 있어 높이가 2m 정도 된다. 옹벽 아래에서 낚시하려면 옹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사다리가 필요한 자리다. 다행히 필자는 좌대 다리가 2.5m나 되는 제품을 갖고 있어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었다. 주차장 자리에는 몇몇 낚시인이 낚시 중이었지만 강한 비바람 탓에 연휴 내내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 가산지 주차장 포인트. 20여 대 이상 주차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차량 이동이 많아 소란스러운 게 단점이다.

먼저 긴 대를 이용해 정면, 좌측, 우측의 수심과 바닥을 찍어보니 2.8대 거리에서 지난해 자란 마른 육초가 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2대를 중앙으로 하여 좌측과 우측에는 3.8대까지 낚싯대를 폈다. 수위가 올라오면 수심이 깊어져 채비가 연안 쪽으로 당겨지기 때문에 수위가 올라가도 낚싯대를 바꾸지 않아도 되도록 낚싯대를 폈다. 정면 수심은 1.4m 전후로 적당했으며 유입된 흙탕물 영향으로 물색도 좋았다.

▲ 필자가 낚시한 가산지 제방 우측 주차장 포인트 일대. 

접근성은 좋지만 시멘트 옹벽이 있어 사다리나 다리가 긴 좌대를 사용해야만 했다.

오후 2시경 낚싯대 세팅이 끝났고 미끼는 옥수수를 사용하였다. 비는 오후부터 가랑비 정도로 잦아들었지만 바람은 풍속 4~5m로 강하게 불었다. 물결이 일어 입질 확인이 어렵던 상황에서 낚싯대에 총알이 걸리는 입질이 들어왔다. 황급히 챔질하니 낚싯줄에서 찡하는 소리를 나며 붕어의 저항이 시작됐다. 간신히 대가리를 돌려 세워 낚아낸 것은 45cm짜리 대물 붕어였다.

이후 날이 어두워지기까지 3마리의 대형 붕어를 낚은 뒤 밤낚시에 돌입했다. 초저녁에는 강준치 치어의 입질인지 찌를 살짝 들었다 놓는 입질이 가끔씩 들어 왔다.

초저녁에는 1마리도 낚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고 새벽 1시가 넘어서니 다시 입질이 들어와서 새벽 4시까지 3마리를 낚았다. 모두들 4짜를 넘기는 씨알이었다.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낚싯대 4대만 펴두고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총알이 걸리는 소리가 깨어보니 허리급 1마리가 ‘자동빵’으로 걸려있었다.

▲ 밤낚시로 올린 45cm짜리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낚시 인생 최고의 기억으로 남을 것

아침 6시에 일어나 다시 낚시를 시작하였다. 이날은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총 10마리를 낚았고 낚인 붕어의 대다수가 45cm 전후였다. 완전 대박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전국붕어낚시협회 경남지회 회원인 박인수 씨와 조형일 씨가 황급히 합류해 필자와 함께 1박2일간 낚시했다.

필자의 총 조과는 45cm 전후의 대형 붕어 18마리에 37cm 전후 2마리 포함 총 20마리였다. 예상 못한 대호황에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안 됐다. 이날 가산지에서 함께 낚시한 다른 낚시인도 비슷한 씨알을 10마리 정도씩 올렸고 늦게 합류한 일행들도 45cm 전후 씨알로 손맛을 봤다. 비가 그치고 날이 좋아지면서 가산지 물색은 맑아져 오름수위 호황도 끝물로 보였다.

이번 출조는 회복기 붕어의 왕성한 먹이활동 시기 그리고 오름수위의 절묘한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낚시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조행이었다.

▲ 필자가 가산지에서 올린 조과. 20여 마리 중 4짜 중반급만 18마리를 낚았다.

▲ 필자의 조황 소식을 듣고 합류한 전국붕어낚시인협회 경남지회 회원들과의 기념촬영. 

죄다 45cm에 육박하는 놈들이다. 왼쪽부터 박인수, 필자, 정경록 씨.

▲ 필자가 철수하는 날 들어온 전국붕어낚시협회 경남지회 회원 조형일 씨가 오후에 옥수수 미끼로 올린 4짜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내비 입력 경남 밀양시 부북면 월산리 214-10(제방 우측 주차장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