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렁이 미끼를 사용하다 밤새 잡어 성화에 시달렸던 필자가 기어코 낚아낸 44cm 붕어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3월 하순경 수로권에서 시작된 붕어 산란 소식은 4월 초순을 지나자 저수지권과 둠벙권으로도 이어졌다. 4월 하순부터는 일부 이른 잉어 산란 소식도 들려왔다. 

매년 느끼지만 붕어 산란의 시기는 조금씩 빨라지는 듯하다. 이는 매년 기온상승으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물속 말풀, 마름 등 수초의 빠른 성장이 붕어 산란 여건을 촉진시킨 결과로 예측해본다. 5월 초를 넘긴 이 시기 물속은 붕어의 산란 이후 휴식기, 잉어 산란, 잡어들의 활발한 활동, 다양한 수초의 싹틈 등으로 복잡하면서 건강한 모습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일정 기간 안정기를 거친 붕어들의 지속적이고 차분한 먹이활동으로 일주일 이상 길게 이어지는 산란 후기 호황의 시작이다. 출조지 선택만 잘하면 월척급 붕어 마릿수와 대물급 붕어 손맛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산란을 마친 대물급 붕어들이 활발하게 연안으로 먹이사냥 나오기 때문에 기록갱신의 기회일 수 있다.

산란 후기 대물급 붕어를 만나기 위해 붕어 산란이 빠른 수로권 위주로 출조지 선정을 했다. 그리고 평소 친분이 두터운 대물무지개 조우회 조성흠 고문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마디로 ‘낚시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조력과 애착, 풍부한 현장 지식을 갖춘 그는 전문 낚시인으로서 필드스텝 등의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 왕곡수로 상류 들녘의 보리밭. 초여름으로 치닫는 계절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죽산보 인근의 타원형 수로 

▲ 왕곡수로 하류(사진의 왼쪽 수면이 왕곡수로의 하류, 오른쪽 앞쪽 수면이 상류다)와 영산강 합류 지점에 있는 죽산보.

조성흠 고문은 약 1주일 전인 4월 22일 대물무지개 회원들과 출조해 대물급 붕어를 비롯 씨알 굵은 붕어들로 손맛을 봤다고 말했는데, 산란 이후  휴식기가 끝나 붕어들이 활발히 먹이활동 중인 곳을 추천했다. 아직 입소문이 나지 않은 곳이라 서둘러 출조길에 나섰다. 

4월 네 번째 목요일 황금무지개 정성훈 고문과 장비를 챙겨 광주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떨어진 나주시 왕곡면의 왕곡수로에 도착했추천 낚시터다. 왕곡수로는 나주시 다시면에 있는 죽산보를 사이에 두고 형성된 타원형 형태의 수로이다. 행정구역상 서쪽은 나주시 다시면, 그 외 지역은 나주시 왕곡면에 속한다. 공식적인 수로 명칭은 없으나 편의상 낚시인들은 왕곡수로로 부르고 있다. 

왕곡수로의 둘레는 약 4.6km이고 폭은 100m~220m다. 영산강과 연결된 수로로 토종붕어를 비롯 외래어종인 배스, 블루길 등 다양한 강계 어종이 서식한다. 만수 시 상류권이 약 1m, 하류권이 약 2m의 수심을 유지하고 연안으로 갈대와 뗏장수초가 잘 형성돼있다.

▲ 필자는 연안에 뗏장수초가 밀생한 생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 바늘에 걸려 나온 마름 줄기.

조성흠 고문이 알려준 상류권(다시면 죽산리 89-1)은 이날 강한 바람에도 등바람이라 낚시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황금무지개 정성훈 고문과 그 주변을 돌아본 후 연안의 뗏장수초 군락 포인트에 각자 자리를 잡았다. 

포인트는 공히 약 1m의 수심을 유지하고 있고 수중에는 말풀과 마름이 자라고 있었다. 각자 뗏장수초 언저리와 수초권 안쪽 공략을 위해 수초구멍을 만들어 찌를 세웠다. 생미끼를 쓰면 잡어 성화가 심해 옥수수나 글루텐 계열 미끼를 사용했다.  

필자는 선발 미끼인 지렁이를 꿰어 찌를 세웠고 정성훈 고문은 옥수수글루텐과 지렁이를 병행해 사용했다. 강풍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찌에 집중하니 잡어의 입질도 없었다.

해가 저물어갈 즈음 늦게 출조한 낚시인이 필자와 정성훈 고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다가가 잠시 대화를 나눴다. 광주에서 온 이수형 씨로 2주일 전 이곳을 찾아 42cm, 44cm 붕어로 손맛을 본 후 다시 찾았다고 한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약 40cm 정도 오름수위이고 그때 사용한 미끼는 딸기글루텐이라고 말했다.

이수형 씨의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찌불을 밝히는 동안 미끼 사용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도 산란철인데... 오후 내내 잡어 입질도 없기에 고민 끝에 전 낚싯대에 지렁이 미끼를 꿰었다. 

초저녁에 황금무지개 정성훈 고문이 지렁이 미끼로 첫 입질을 받아 36cm 월척 붕어를 낚았다. 반가운 소식에 긴장감과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찌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리고 드디어 첫 입질이 들어왔다. 그런데 아뿔사 이게 뭐람? 올라온 녀석은 40cm급 누치였다. 이후 연달아 누치의 입질이 이어졌고 간헐적으로 동자개 입질이 뒤를 이었다.

밤이 되자 장어 입질까지 받은 필자는 다시 한 번 미끼 변화에 고민을 했다. 그러나 붕어 한 마리를 낚기 위해 블루길 백 마리도 낚아낸 내가 아닌가! 그래 그대로 가자라는 생각으로 지렁이를 고수했다. 그 결과 새벽녘까지 팔이 아플 정도로 누치와 동자개 입질만 받았다.

▲ 황금무지개 정성흠 고문이 뗏장수초 언저리에서 첫 입질을 받아내고 있다.

▲ 초저녁에 첫 월척을 올린 황금무지개 정성흠 고문.

▲ 광주에서 온 이수형 씨가 딸기글루텐으로 올린 42.5cm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 함께 출조한 일행이 올린 글루텐 떡밥. 글루텐, 옥수수, 지렁이 등이 모두 먹혔다.

▲ 지렁이 미끼에 올라온 동자개(위)와 누치.

집요한 고집으로 낚아낸 44cm 붕어 

짙은 안개가 덮인 아침 시간에 정신을 가다듬고 새로이 미끼를 꿰어 찌를 세웠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자 블루길의 소나기 입질이 이어졌다. 어리석고 둔한 건가? 스스로 자책을 하면서도 굽히지 않고 지렁이 미끼를 꿰었다.

안개가 걷히고 해가 떠오르던 오전 8시경 광주에서 온 이수형씨가 42.5cm 대물붕어를 낚았다. 시간차를 두고 정성훈 고문의 34cm 월척붕어 소식까지 접한 필자는 오전 시간 단 한 번의 대물급 붕어 입질을 바라며 집중했다.

그리고 드디어 첫 붕어를 낚았는데... 올라온 녀석은 의외의 25cm 붕어였다. 이럴 수가! 헛웃음마저 나왔다. 이수형 씨도 놀라워했다. 이곳에서 낚기 힘든 씨알이기 때문이다. 낚시를 거의 포기하고 허탈함에 찌를 바라보는데 이번에는 5.0칸 대의 찌가 한 마디 솟더니 잠시 서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챔질 할까? 아니 한 번 더 기다려보자’라는 갈등이 시작됐다. 그리고 잠시 뒤 찌가 물속으로 사라짐과 동시에 강하게 챔질했다.

기선 제압을 하며 뗏장수초 위로 뽑아낸 붕어는 무려 44cm 대물 붕어였다. 얼마나 기다렸던 붕어인가? 밤 동안의 고뇌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기쁨이 채 가시기 전 또 한 번의 입질을 받아 이번에는 34cm 월척붕어를 추가했다. 황금무지개 정성훈 고문과 이수형 씨도 오전시간에 월척급 붕어로 손맛을 추가했다.

▲ 필자가 아침에 올린 44cm 붕어와 34cm 월척.

수초 안쪽보다는 언저리 노리는 게 유리해 

햇볕이 강해지자 연안 곳곳에서 잉어의 산란이 시작됐고 시끄러운 물파장이 일었다. 그러자 잡어 입질마저도 소강상태를 보여 철수를 준비했다. 

이번 결과는 붕어 산란 후기 찬스와 더불어 낮아진 수위가 잠시 오르는 오름수위 특수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예상됐다.

이날 나는 지렁이로 4짜를 낚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일행들은 주로 글루텐 떡밥(옥수수, 딸기)으로 무난한 입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극성스러운 잡어 성화를 지렁이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욕심을 내 수초 속을 노리는 것보다 수초 언저리나 조금 떨어진 곳에 찌를 세우는 게 유리했고 대부분 입질이 초저녁과 아침 시간에 들어왔다.

산란 후기의 호황 기간은 짧지 않으므로 4짜급 대물붕어를 비롯 월척급 붕어 조과는 당분간 이어지리라 확신한다. 단 수로의 단점인 잦은 배수가 이루어지므로 배수 여부를 잘 살피고 출조 계획을 세워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이곳 둑방길은 잘 포장돼 있으나 폭이 좁아 교행이 어렵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을 숙지하길 바란다. 만족스런 붕어 조과와 활짝 핀 아카시아꽃 향기를 맡으며 철수 길에 올랐다. 

▲ 왕곡수로 둑방길은 시멘트 포장이 잘 돼 있으나 폭이 좁아 교행이 어렵고 주차공간도 좁은 게 단점이다.

▲ 철수 직전 둑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촬영팀.

내비 입력 나주시 다시면 죽산 89-1(필자 일행이 낚시한 상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