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94]

환영받지 못하는 팅커벨

동양하루살이의 공습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매년 여름이면 동양하루살이의 출현으로 남한강 하류 여주와 남양주의 강변 주민들이 불편하다는 보도를 접한다. 밤에 빛을 좇는 습성 때문에 가로등 밑에 구름 같은 무리를 이루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 몸에 앉기도 하고, 상가 불빛을 따라 유리창에 떼로 붙어 창을 열지도 못하는 불편이 있다. 덩치도 제법 커서 3cm 정도 되며 손으로 잡아도 잘 도망가지 않으니 몸에 여러 마리가 붙으면 섬뜩하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 녀석들 제법 예쁘게 생겼다. 늘씬한 몸매에 멋진 큰 날개를 접고 앉으며 길쭉한 꼬리도 멋을 더해 준다. 누군가 만화 캐릭터 팅커벨을 닮았다고 해서 ‘덕소 팅커벨’이라는 예쁜 별명을 붙였는데, 정말로 날개 모양이 팅커벨 날개를 꼭 빼닮았다. 게다가 모기와 달리 사람을 물지도 않으니 착한 곤충이다. 

생활사 비슷한 하루살이와 깔따구 

▲ 동양 하루살이 유충. 모래 저질 속에 산다(사진 : 이재용).

하루살이 성체는 입이 퇴화되어 먹이 자체를 거의 먹지 않는다. 단지 교미를 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죽는 생애의 마지막 단계이므로 입이 필요치 않아 퇴화되었다. 곤충에 대한 본능적 공포심만 극복한다면 몇 마리쯤 몸에 붙어도 겁내지 않을 수 있다.

해충이 대량 발생하면 관심 대상이 되는데 이를 돌발해충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메뚜기 떼가 가장 공포스러운 곤충일 것이다.

근래에는 꽃매미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대발생하기도 하며, 매미나방도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매우 혐오스럽다. 

북부의 추운 나라에 가면 여름에 모기가 대량 발생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미국에서 습지 조사를 나가면 사람 주변에 모기의 구름이 만들어진다. 겁에 질린 나는 모기 기피제를 흠뻑 바르고 다녔지만 그래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모기떼는 무섭다. 

곤충의 구름 떼는 깔따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호숫가에서 깔따구 떼를 볼 수 있다. 사람을 물지는 않지만 엄청난 무리로 인해 혐오스럽다. 서울의 탄천 주변에서는 ‘깔다구 때문에 창문을 열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은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하루살이와 깔따구는 몸의 크기는 차이가 있지만 생활사는 유사하다. 물에 알을 낳고, 유생은 생애 대부분을 물속에서 지낸다. 하천바닥의 뻘과 모래를 파고 들어가 살다가 마지막에 생식할 시기가 되면 날개를 가진 성충으로 우화하는데, 일시에 대량 발생하여 날아다니며 짝짓기를 한다. 일종의 집단 맞선보기인 셈이다. 이름처럼 며칠만 살다가 산란을 마치면 죽는다. 하루살이는 봄부터 가을까지 우화하지만 초여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영어 이름이 mayfly인 것을 보면 아마 5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우화한 후 혼인비행을 하는 것은 물속에서 근처에 살고 있는 동족과의 생식보다 더 넓은 지역의 개체들과 유전자 교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진화의 과정에서 유전자의 다양성은 생존의 큰 무기이다. 유전자가 단순화하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기 쉽다. 

혼인비행을 하면서 이들은 하천의 상류로 이동한다. 알과 유생은 늘 물에 떠내려가는 압력을 받기 때문에 상류에 알을 낳아야 하류로 퍼지면서 생존이 가능하다. 특히 폭우 시 유속이 빠른 상류 하천에서는 멀찌감치 상류에 알을 낳아야 유리하다.

깔따구 유생 많으면 오염된 곳일 가능성 높아  

깔따구와 하루살이는 환경생태학적 특성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깔따구는 주로 뻘흙을 파고 들어가 살며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도 내성을 가진 종류가 많다. 유기물이 많은 곳에서 번성하므로 대체로 깔따구 유생이 많으면 하수의 유입이 많은 오염된 곳이다. 

반면 하루살이는 산소부족에 내성이 약하므로 유기물 오염이 없고 바닥에 모래와 잔자갈이 많은 곳을 좋아한다. 모래 속에 파고들었다가 밤이면 바닥의 부착조류나 유기물 부스러기, 수초 등을 먹는다. 

수질오염이 심해지면 하상의 산소가 고갈되므로 하루살이는 저질 속에서 살기 어렵다. 하루살이류의 종수는 2천 종이 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특성을 가질 수 있지만 비교적 수질이 좋은 곳에 살기 때문에 깔따구보다는 훨씬 반가운 손님이다. 실제로 많은 생태학 연구논문을 보면 하루살이의 증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소를 걱정하는 사례가 많다.

어쨌든 하루살이의 발생이 생활에 불편을 주기 때문에 제거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남한강은 수도권 상수원 지역이므로 살충제를 뿌리지는 못하고, 물을 뿌리거나 대형 끈끈이를 이용하는 등의 친환경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남양주시에서 미꾸라지, 붕어, 대농갱이 등 하루살이 유생을 잡아먹을 어류 치어를 방류하기도 하였는데, 여러 제거 방법이 아직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한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바닥을 파내어 먹이를 찾는 누치와 잉어가 저질 속의 유생을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들 어류가 감소하지 않았는지 우려된다.

한편 남한강의 하루살이가 과거보다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는 것이 수서곤충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질 개선을 보여주는 좋은 변화라는 평가와 부착조류와 수생식물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큰 홍수가 없어 하상의 유생이 떠내려가지 않아 생존율이 높아졌다는 견해도 있다. 하루살이 유생을 잡아먹는 어류가 감소하였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도 있는 반면에, 하상을 파고 들어가는 유생은 어류가 잡아먹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낚시와도 밀접한 관련 있는 하루살이

▲ 우화한 동양하루살이의 성체. 입이 퇴화되어 먹이를 먹지 않고 생식에만 집중한다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하루살이의 발생은 낚시에서도 중요하다. 유생기에는 호수 바닥에 파고들어가므로 어류의 포식을 피할 수 있지만 우화하면 물고기, 개구리, 새 등에게 쉽게 잡아먹힌다. 수면에서 알을 낳을 때도 물고기에게 먹히고 산란을 마치고 죽으면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송어가 수면의 곤충을 잡아먹는 대표적인 어류인데 우리나라에는 송어가 거의 없으므로 블루길이나 강준치가 대신할 것 같다. 

소양호에서 날도래 우화 시기에 송어의 위 속 내용물을 조사해 보니 우화한 날도래가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송어를 낚기 위해 하루살이 모양의 플라이 루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이 낚시 인구가 적지만 미국에서는 최고 품격의 낚시이며 플라이를 만드는 노력도 대단하여 날개까지 만들어 붙인 플라이는 실제 하루살이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플라이 낚시의 기본원칙은 ‘match the hatch’인데 그 계절에 우화(hatch)하는 곤충의 종류에 맞추어(match) 유사한 플라이를 선택하라는 뜻이다. -ch로 끝나는 두 단어의 음률까지 맞추어 만든 용어이다.하루살이의 발생으로 생활이 불편하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할 자연의 일부로 본다면 좀 더 아량이 생길 것 같다. 한편 유생을 잡아먹을 물고기의 증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