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일 윤규현 씨가 올린 마전지 붕어들. 월척은 없었지만 죄다 8~9치급의 때글때글한 녀석들이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의성IC를 나와 불과 5분 거리에 알짜 낚시터가 있다. 8치부터 월척에 이르는 토종붕어를 하룻밤에 20마리 이상도 낚을 수 있는 곳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이름값을 해냈다. 의성군 봉양면 마전리에 있는 마전지가 그 주인공이다. 

의성IC낚시 한갑수 사장이 “요즘 이상하게 고기가 안 낚여 추천드릴만한 곳이 없다”며 전화를 끊은 지 불과 5분 만에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생각해보니 씨알은 아주 크지 않지만 하룻밤에 20마리는 거뜬한 곳이 있으니 그곳을 한번 소개해보자’는 것이다. 낚시점에서 신호만 잘 받으면 고작 5분 만에도 갈 수 있는 곳이란다. 

아니, 그런 곳을 왜 이제야 소개하느냐고 묻자 “요즘 낚시인들은요 4짜, 5짜터 아니면 관심도 없어요. 또 가게에서 5분 거리라면 미끼나 팔아먹으려 줄 알고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봅니다. 그래서 그동안 아예 말도 안 꺼낸 겁니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지난 4월 20일에 찾아간 경북 의성군 봉양면 마전리에 있는 마전지는 2만평 규모의 준계곡지다. 불과 6~7년 전만해도 경북의 여느 배스터와 마찬가지로 4짜 붕어가 종종 낚이던 대물터였으나 한차례 극심한 가뭄을 겪은 후 4짜는 귀해진 곳. 바닥이 완전히 마른 건 아니나 불법 그물질에 큰 붕어들이 대거 빠져나간 게 원인이었다.

4짜가 귀해진 원인으로 그 즈음 들어선 골프장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현재 마전시 상류에는 파라지오 컨트리클럽이라는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저수지 좌안 도로로 올라가는 차들은 전부 골퍼들의 차량이다. 골프장은 야간 개장 시 조명을 환하게 켜는데 이 조명 탓에 대물들이 경계심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실제로 가보니 조명이 엄청나게 밝은 것은 아니었고 밤 10시면 소등됐다). 

▲ 마전지 초입에 있는 파라지오 골프장 안내판.

▲ 골프장으로 올락가는 도로에서 바라본 마전지. 

왼쪽 건물은 골프장 직원들이 사용하는 자재창고 겸 숙소다.

▲ 골프장 입구 도로에서 내려다 본 모습. 

왼쪽 잔디밭이 골프장 그린, 그 우측으로 마전지 수면이 보인다.

상류 건너편 옹벽 밑이 최고의 명당

낚시점에 오후 1시경 도착해 한갑수 씨의 안내로 마전지로 들어갔다. 정말 봉양농공단지를 가로질러 5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였다. 

저수지 초입에 들어서자 퍽!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골퍼들이 드라이버로 공을 날려 보내는 소리였다. 그러나 골프장은 차를 타고 몇 백미터는 더 올라간 산 중턱에 있어 소리만 날 뿐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대구와 예천에서 온 낚시인들이 상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 3박 이상 낚시를 한 상태였다. 조황은 물으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룻밤에 20마리 이상씩 낚았는데 하필 어젯밤부터 조황이 확 꺾였다고 한다. 바람이 세지고 풍향도 수시로 바뀐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마전지는 위, 아래로 길쭉한 형태였는데 포인트는 크게 세 군데였다. 최고의 명당은 상류 우안의 대나무밭 일대. 뒤쪽으로 옹벽이 쳐진 곳으로 세 자리 정도가 나왔다. 그중 대나무밭과 가까운 제일 안쪽이 명당이었다. 

두 번째는 우안 최하류로 제방 위로 걸어가야 되는 곳이다. 거리는 있지만 평평하기 때문에 50m 정도만 수고하면 될 자리였다. 세 번째는 좌안 도로변 중 가운데 지점이다. 밋밋해 보이고 도로변이지만 의외로 씨알과 마릿수가 굵게 나오는 자리다. 그 외의 포인트는 의외로 조황이 떨어진다.  

▲ 마전지 상류 도로. 주차 후 장박낚시하기 좋은 장소다.

▲ 도로변에서 바라본 상류. 맞은편 옹벽 밑이 최고의 명당이다.

▲ 옹벽 밑에 자리를 잡은 윤규현 씨가 아침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 마전지 하류권. 도로와 제방이 붙어있어 이곳에 주차 후 걸어서 산 밑 포인트로 이동할 수 있다.

주변에 논 적어 배수기 때도 수위 안정적 

내가 도착한 4월 26일 오후는 강풍 때문에 낚시가 불가능했다. 이 바람은 초저녁까지 지속됐고 이튿날에는 더욱 강해진다는 예보였다. 결국 이날밤은 대나무밭 라인에서만 1인당 5~7마리를 낚는 데 그쳤다. 씨알은 자로 잰 듯 8치 전후가 많았다.  

대구에서 온 윤규현 씨의 살림망에는 이틀간 올린 30마리 정도의 붕어가 들어있었다. 가장 큰 놈은 32cm. 윤규현 씨는 “분명 지금도 4짜에 가까운 놈들이 있을 겁니다. 골프장이 들어선 영향 때문인지 요즘은 얼굴 보기가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라며 근황을 설명했다. 

한갑수 씨는 최근들어 줄고 있는 배스 영향을 언급했다. 여느 배스터와 마찬가지로 배스 자원이 줄면서 6~8치급 붕어 자원이 늘고 있는데 마전지도 그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 지난 4월 중순 마전지로 출조해 월척을 올린 대구 낚시인.

아무튼 취재일은 강풍과 큰 일교차 탓에 입질이 부진했지만 일기 조건이 안정되면 정상적인 마릿수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갑수 씨의 설명이다. 

5월 중순 현재 마전지 붕어는 2차 산란까지 모두 끝난 상황이다. 아울러 5월 중순이면 곧 배수가 시작될 시점이지만 현재 마전지 하류에는 논이 적고 대부부 과수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배수량이 매우 적으며 제방에서는 쌍계천 물을 수시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수위변화가 적은 게 장점. 이 말은 곧 다른 저수지들이 배수에 허덕일 때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마전지에서 잘 먹히는 미끼는 글루텐 떡밥이며 종류는 크게 가리지 않고 있다. 옥수수는 의외로 잘 먹히지 않는다. 평균 수심은 1.8~2m이며 낚싯대는 3칸~4.2칸 사이에서 잦은 입질이 들어온다. 더 긴 낚싯대를 펴봤자 입질 빈도는 별 차이가 없어 힘만 든다. 

입질 시간대는 새벽 4시부터 오전 10시 무렵이 최고 피크이며 의외로 한밤중 낚시는 잘 안된다. 그래서 단골 낚시인들은 밤 10시까지만 낚시하고 쉬었다가 새벽 4시 이후를 주로 노리고 있다. 

▲ 취재일 마전지 옹벽 밑에서 올린 조과를 자랑하는 윤규현, 정영진 씨.

문의 의성IC낚시 010-5297-8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