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급 붕어들로 손맛 좀 봤습니다.” 함께 고북지로 출조한 박경식(왼쪽) 씨와 필자가 

월척이 훨씬 넘는 붕어들만 들고 사진을 찍었다.

지난 4월 26일 서산시 고북면 신송리에 있는 고북지(신송지)를 찾았다. 고북지는 15만평의 준계곡지로 긴 제방과 2개의 골을 가지고 있으며 1984년에 준공하였다. 몇 년 전까지 관리형 저수지였으나 농어촌공사와 계약 연장을 못해 현재는 무료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좌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철거되고 자연 상태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양쪽 골자리 부근으로 수몰나무와 갈대 등의 수초가 잘 형성되어 있어 붕어 자원이 많은 곳이었지만 블루길과 배스, 황소개구리까지 유입되면서 지금은 작은 붕어는 보기 어려워졌다.

5월이 지나면 마름이 피어오르는데, 마름은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붕어의 은신처와 먹이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붕어 자호황현장원이 그나마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상류권은 야산이 둘러싸고 있고 민가가 많은 편이지만 그런대로 수질은 좋은 편에 속한다. 

▲ 포인트 경쟁이 치열한 논둑 앞 포인트.

▲ 최고의 명당인 상류 하우스 앞 포인트.

▲ 비닐하우스 앞 포인트에서 낮에 배스를 노리는 낚시인들.

어둑해지면서 올라온 첫수가 36.5cm

다리를 건너 우회전해서 50m 가량 내려오면 작은 논이 하나 있고 그 주변으로 몇 자리의 특급 포인트가 있는데 그중 한 곳에 필자가 자리 잡았다. 정면으로는 갈대가 밀생해 있고 앞쪽에는 잘린 수몰나무가 살짝살짝 보이는 포인트였다.

좌대를 펴고 3.4칸 대를 던지니 갈대 바로 앞에 채비가 떨어졌고 수심은 1.4m가량 나왔다. 왼쪽 한켠으로 수몰나무 등걸이 보여 그곳을 피해 앞쪽에 3.2칸 대의 찌를 세웠으며 양쪽 옆으로는 3.8칸 대를 펼쳤다. 수심을 맞추는 사이 청태가 걸려나왔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은 듯해 그대로 낚시를 진행했다. 

이곳에 자리 잡기 전에 여러 곳을 다니며 답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되었다. 마침 도착한 박경식(텐텐) 후배와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밤낚시를 준비했다.

어둠이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 3.4칸 대의 찌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챔질에 성공하니 손끝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며 예사롭지 않은 대물이 잡힌 듯했다. 갈대를 파고드는 녀석을 강제 제압하여 뜰채에 담고 보니 한눈에 봐도 허리급 대물 붕어였다. 계측자 위에 올려진 붕어는 36.5cm를 살짝 넘겼다.

첫 붕어가 너무 쉽게 나왔기에 밤낚시가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후 비가 내리면서 낚시가 어려워졌고 날이 밝도록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이날 늦은 밤에 일행들이 옆자리로 들어오면서 소란스러웠는데 그래서 입질이 끊어진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 필자의 대편성.

▲ 삼겹살을 구워 이른 저녁식사를 해결한 촬영팀.

새벽 3시30분에 39, 35.5cm 연타 

아침 7시경 아침식사를 위해 본부석으로 갔더니 늦은 밤에 도착해 접근이 편한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송기현(송장군) 씨가 대물 붕어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2.2칸의 짧은 대에 걸려 나온 붕어는 44cm의 떡붕어였고 산란을 하지 못해 금방이라도 배가 터질 듯 빵빵했다. 상태가 심각해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방생하였다.

현지 낚시인들의 말에 의하면 입질이 활발한 오전 10시까지는 낚시하고 이후로는 편히 쉬다가 초저녁부터 다시 낚시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텐트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밤이 깊어가도 바람은 그치지 않았고 새벽 3시가 지나서야 약해지기 시작하였다. 새벽 3시30분이 지날 즈음 왼쪽 수몰나무 앞의 찌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절정에 이를 때 챔질하니 강하게 저항하며 수몰나무를 감아버렸다. 어르고 달래 뜰채에 담아보니 이번에도 허리급. 39cm에 육박하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10여 분 뒤, 첫 입질을 받았던 3.4칸 대의 찌가 솟아올랐고 35.5cm의 허리급 붕어가 올라왔다. 

해프닝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자리의 현규연(하마) 씨가 4짜를 걸었다며 뜰채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즉시 달려가 보니 아쉽게도 60cm급의 잉어였다. 이후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고 그대로 날이 밝았다.

오전 7시가 지나 아침식사를 준비하려고 본부석으로 가는데 옆자리의 송기현 씨가 또 다시 힘쓰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나가보니 이번에도 대물붕어를 걸었고 마침 뜰채가 없어 앞으로 살살 끌어내어 좌대위로 올리는데 성공하였다. 이렇게 나온 붕어는 정확히 39cm. 이번 출조의 최대어였다. 너무 쉽게 대물 붕어 2수를 낚은 송기현 씨와 붕어를 낚지 못한 일행 2명은 철수했고 필자는 하루를 더 머물기로 했다. 

▲ 박경식 씨가 올린 월척. 이놈들도 허리급들이었다.

▲ 송기현 씨가 2.2칸 대로 올린 대물 떡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무매너 보트꾼 탓에 밤낚시 포기 

다시 밤이 되고 마지막 밤낚시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이날은 밤낚시를 망쳤다. 새벽 1시쯤이 되자 정면의 갈대 너머로 보트 한 대가 들어왔다. 필자와는 20~30m의 가까운 거리였고 서로 마주 보는 형국이었다. 이때부터 그 낚시인은 밝은 서치를 켜 놓고 1시간가량을 대편성 중이었다. 정면에서 강한 불빛이 비추니 찌 보기가 어려워 낚시를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보트를 타면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들어가기가 쉬운데 굳이 노지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연안까지 접근해서, 그것도 한밤중에 서치를 켜 피해를 주는 것은 기본적인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됐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낚시를 시작하였다. 정면에 있던 보트도 입질을 보지 못했는지 철수하고 있었다. 동이 훤하게 터 올 때쯤인 새벽 5시30분. 왼쪽 끝에 덤으로 던져 놓았던 3.0칸 대 찌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정점에서 챔질했다. 손끝에 느껴지는 저항으로 보아 대물 붕어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에 나온 붕어는 36.3cm짜리였다. 3박4일 낚시의 마지막 축포를 쏜 셈이었다. 

▲ 필자가 올린 4마리의 허리급 월척. 가장 큰 놈은 39cm에 달했다.

내비 입력 서산시 고북면 장요리 8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