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 당시 호황을 보였던 2번수로.
서산 고북지 퇴수로부터 물길이 발원한 사기리수로는 간월호로 흘러든다. 갈대와 부들 그리고 말풀이 잘 형성되어 있어 사철 붕어가 잘 붙는 곳으로 얼려져 있다. 항공사진으로 봤을 때 중간제방 우안에서 하류 방면 첫 번째 수로가 사기리수로다.
지난 4월 26일 홍순진(연대장) 씨와 함께 2박 일정으로 사기리수로를 찾았다. 당시만 해도 충남권 붕어터들의 조황 기복이 심해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유독 간월호에서만 조황이 좋다는 소식에 사기리수로로 가게 됐다.
▲ 간월호 본류와 만나는 사기리수로. 규모가 커 많은 인원이 낚시하기 좋다.
간월호 사정을 잘 아는 전기훈(쩐프로) 씨 역시 사기리수로를 비롯 간월호의 2번수로, 와룡천 합류부 등에서 연일 대박의 조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전날 밤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낚시터를 추천해달라던 박경식(텐텐) 씨도 합류했다.
간월호에는 이번에 출조한 우안 사기리수로와 와룡천을 비롯 건너편 좌안에는 현지 낚시인들이 1~3번수로로 이름 붙여진 곳이 있다. 모두 수심이 일정하고 수초가 잘 발달돼 있어 붕어가 붙기 좋은 여건이다. 또한 주차와 접근도 쉬워 늘 많은 낚시인들이 찾는다. 5월 이후 여름으로 갈수록 모기와 깔따구가 많아 출조를 꺼리는 것이 흠이지만 언제나 마릿수 붕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간월호 하류에 있는 와룡천. 꾸준한 조황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 자리가 아니에요, 하류로 옮기세요
▲ 사기리수로 하류권. 갈대밭에 생자리를 개척하면 좋을 것 같았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 사기리수로에 도착하니 박경식 씨가 하류에서 두 번째 다리 부근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박경식 씨는 전날 밤 늦게 도착해 잠깐 밤낚시 했고 그때 3마리의 붕어를 낚았다고 말했다.
나와 홍순진 씨는 박경식 씨 주변 갈대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앞쪽에 갈대가 듬성듬성 있고 물 안쪽으로 말풀이 자라 있는 포인트. 3칸 이하의 짧은 대 위주로 대편성을 끝냈다.
하지만 점심 무렵 도착한 전기훈 씨가 ‘이곳이 포인트가 아니다’라며 옮길 것을 권해 그 바람에 다시 짐을 싸 하류권으로 이동했다. 좌대와 텐트 세팅을 완벽하게 마쳐놓았던 필자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지만 붕어가 안 낚이는 자리라고 하니 방법이 없었다.이동한 곳은 하류로 300m 가량 내려간 곳으로 장박낚시인들이 많은 곳이었다. 약 5m 높이의 둑을 내려가니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그곳에 본부석 텐트와 낚시 좌대를 설치하였다. 옆으로는 며칠 째 장박 중인 낚시인들이 있었다.
포인트 앞쪽에 부들이나 갈대는 없었지만 수로 중간에 듬성듬성 말풀 군락이 있었고 그 말풀 주변에 찌를 세우면 입질을 받을 수 있는 여건. 수로 폭은 50m가량 되었다. 2.6칸부터 3.8칸까지 짧은 대 위주로 모두 10대를 편성하였다. 미끼는 토코에서 나온 신제품인 뽕어분글루텐을 사용하였다.
낚시를 시작한 첫날 오후가 되자 이따금씩 옆에서 붕어를 잡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우리 일행에게는 전혀 입질이 없었다.
▲ 취재일 사용한 토코사의 뽕어분글루텐
▲ 필자의 지렁이통.
하필 대호황의 끝물에 찾은 사기리수로
밤이 되자 수로에는 양어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케미 불빛이 빛났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붕어를 잡아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홍순직 씨만 9치 붕어 한 마리를 낚았을 뿐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한 전기훈 씨 역시 감감무소식이었다.
이때 필자의 오른쪽에 앉으신 어르신이 지난 월요일, 즉 4월 24일에 느닷없이 대박이 터졌다며 조행담을 늘어놓으셨다. 낚시 인생 40년 만에 3시간 동안 17kg의 붕어를 낚아 어깨가 뻐근할 정도였다는 것. 그것도 펼쳐 놓은 낚싯대를 모두 걷고 짧은 대 2대만으로 호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얘기를 듣고 보니 그 어르신 뿐 아니라 같은 날 사기리수로에 자리 잡았던 대다수 낚시인들이 대호황을 맞았고 그 다음날까지 입질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하필 우리가 들어오기 전날부터 입질이 딱 끊어졌다는 것이다.
이 거짓말 같은 사실은 상류에 계신 분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필자에게 청평에서 오셨다고 말한 유재욱 씨의 살림망에는 붕어가 가득 들어 있었다. 살림망이 두 개였는데 이미 또 다른 살림망은 다른 분이 약을 닳인다고 가져갔다는 것이다. 다만 씨알이 8~9급이 주종이었고 월척 이상의 붕어는 그리 많지 않았다.
▲ 사기리수로에서 올린 굵은 붕어를 보여주는 유재욱 씨.
▲ 유재욱 씨가 4월 24일에 올린 엄청난 조과
요즘 붕어를 닳여 먹는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간월호 붕어는 중금속에 오염돼 있어 보약이 아니라 독약을 먹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저 손맛만 보고 방생했으면 좋으련만 붕어가 몸에 좋다고 소문이 난 탓에 붕어의 개체수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듯해 안타깝기만 하다. 이날 한밤중에 잉어만 2마리를 잡는 등 붕어는 얼굴도 못 보고 날이 밝았다.
3일 만에 다시 몰려온 붕어들
둘째 날은 해가 뜨고 나서야 첫 입질을 받아 붕어를 만날 수 있었다. 멀리 말풀 사이의 빈 공간에 세워 놓았던 3.6칸 대의 찌가 처음으로 솟아올랐다. 첫 입질에 흥분돼 강하게 챔질하니 말풀을 뒤집어쓴 붕어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출조 한 지 거의 24시간 만에 나온 이 첫 붕어는 32cm의 월척이었다.
그사이 홍순진 씨가 3수의 9치급 붕어를 잡았고 전기훈 씨도 턱걸이 월척 한 수를 낚아 겨우 꽝을 면하며 1박 일정을 마무리 했다. 바람이 약한 낮 시간에 기대를 했지만 좀처럼 입질은 찾아오지 않았다.
두 번째 붕어는 두 번째 밤을 맞이하고서야 올라왔다. 전날과 다르게 간간이 입질이 이어지더니 다음날 아침 동이 트자 뜸했던 입질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3일 전 산란을 끝내고 깊은 곳으로 빠졌던 붕어들이 몸을 추스르고 다시 수로로 들어오는 듯 했다. 아침 10시까지 20여 수의 붕어를 만난 뒤 철수를 했다.
한편 필자가 출조하던 날 2번수로에서 낚시한 이정화(어우) 씨 일행은 2박3일에 70여수의 붕어를 낚았고 최대어는 44cm의 대물붕어였다고 알려왔다. 같은 간월호라도 수로마다 조황의 차이가 많이 났던 4월의 모습이었다.
▲ 2번수로에서 올라온 44cm 붕어.
▲ 취재일 동행한 홍순진 씨도 마릿수 손맛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