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호, 정명기 씨가 콧구멍다리 하류 갈대밭에서 올린 푸짐한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천수만 A지구와 B지구로 불리는 간월호와 부남호는 충남을 대표하는 대형 간척호다. 

지난 2010년 무렵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해 올해로 10년 이상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4짜급 대물 붕어의 출현도 잦아 ‘천수만’에서 4짜 조사에 등극한 낚시인도 수두룩하다. 

일명 천수만 붕어낚시터는 A지구와 B지구로 나뉜다. 행정구역상 제방이 홍성과 서산에 걸쳐있는 A지구는 간월호, 제방이 서산과 태안에 걸쳐있는 B지구는 부남호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중 먼저 인기 낚시터로 뜬 곳은 B지구인 부남호다. 2000년대 중반 하류권 잉어낚시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해 2010년대 들어서는 굵은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는 곳으로 변모했다. 그 즈음 불어 닥친 배스의 확산도 붕어낚시 활성화(?)에 한 몫 했는데 그전까지는 잔챙이 마리수터였으나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월척급도 잘 낚이는 대물터로 급성장했다. 2013년 무렵에는 초짜도 4짜 붕어를 쉽게 낚을 수 있을 정도로 씨알이 일취월장 굵어져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반면 그때까지도 간월호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일단 씨알에서 부남호의 상대가 안됐고 부남호가 전성기를 맞기 시작한 2010년 중반에서야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간월호 붕어 씨알이 잔 것은 부남호보다 2년가량 늦게 만들어진 것이 이유로 보인다. 여기에 간월호는 유독 떡붕어 비율이 높아 토종붕어를 좋아하는 낚시인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부남호와 간월호의 인기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남호보다는 간월호의 샛수로와 본류권, 습지 포인트가 더 자주 낚시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 장박낚시인들의 캠핑 트레일러.

▲ 간월호 낚시의 훼방꾼 살치.

4월부터는 하류부터 상류까지 전 구간 호황

일단 붕어 씨알에서 변화가 생겼다. 지금은 간월호가 부남호보다 훨씬 굵은 붕어를 배출 중이며 마릿수에서도 앞선다. 두 곳 모두 5~6년 전처럼 4짜 붕어가 흔하게 낚이지는 않지만 월척 이상급 배출 비율은 간월호가 부남호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올해 봄에도 여실히 나타났다. 간월호에서는 4월 초순부터 중치급 붕어가 쏟아졌고 1차 산란을 마친 5월 초순까지도 출중한 조과가 이어졌다. 마침 이맘때 충남권 붕어 조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하다보니 방황하던(?) 중부권 낚시인 대다수가 간월호를 찾았다. 최하류 와룡천 줄기부터 최상류 일명 콧구멍다리 일대까지, 거의 전역에서 호황을 보이는 상황이었다(올해는 간월호도 산란 피크인 3월 한 달 조황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그래서인지 4월부터는 거의 전역에서 늦은 산란 피크가 진행됐다). 반면 같은 시기에 씨알이 훨씬 잘게 낚인 부남호는 올해도 한산했다.  

▲ 간월호 최상류 일명 콧구멍다리 전경. 봄에 호황을 보이는 구간이다.

내가 일행들과 취재를 들어간 4월 27일은 올봄 간월호 조황이 최고 피크를 맞고 있던 시기로 가장 핫했던 곳은 간월호 본류와 만나는 와룡천 최하류였다. 그러나 이곳은 너무 소문이 나 좋은 포인트는 이미 선점된 상태. 결국 서산 현지 낚시인 홍성근 씨의 추천으로 아예 최상류인, 일명 콧구멍다리 부근으로 이동했다.

▲ 콧구멍다리 상류 연 안의 아늑한 풍광. 농번기가 돼 배수가 이루어지면 바닥을 드러낸다.

이곳은 상류 서산시 양대동 남부교에서 약 3.5km 지점으로 수심은 1m 이하로 얕지만 봄에는 위력을 발휘하는 본류권 상류 연안이었다. 하류로 내려가다가 콧구멍다리를 건너 좌회전, 다시 상류로 약 250m 올라가니 커브길이 나왔고 그 밑이 포인트였다. 홍성근 씨의 말에 의하면 최근 며칠 새 허리급 붕어가 마릿수로 낚인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날 오후에는 폭풍주의보급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 낚시가 불가능했다. 결국 낚싯대만 펴놓은 채로 서산 시내의 모텔로 들어가 잠을 잔 뒤 이튿날 아침 홍성근 씨와 함께 다시 포인트로 들어가 낚시를 시작했다. 

▲ 콧구멍다리 상류 우안 포인트. 경사면을 내려가야 해 약간 위험하다.

본격적으로 입질이 온 것은 해가 완전히 뜬 오전 8시 무렵. 첫 입질에 9치급이 낚이더니 연달아 3마리가 올라왔다. 씨알은 평균 8~9치였다. 전날 너무 강한 바람이 불어서일까? 아니면 북풍에서 동풍으로 바뀐 이유일까? 아침에 소나기 입질이 쏟아진다던 소문과 달리 입질은 더뎠고 월척급도 없었다. 

아침 10시경 콧구멍다리 부근에 자리한 군산의 이상오 씨 일행 자리로 가보니 벌써 철수를 준비 중이었다. 2박3일간 낚시한 그들의 살림망에는 1인당 30마리 이상의 붕어가 들어있었다. 평균 씨알은 8~9치였고 허리급은 서너 마리 수준. 월척 이상급이 많지 않은 것을 보니 소문대로 1차 산란이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취재를 통해 또 한 번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미끼였다. 올해 봄은 간월호 뿐 아니라 대호, 부사호 등에서도 잘 먹히는 미끼가 수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옆자리인데도 그런 현상이 생겼고, 심지어 같은 자리에서도 시간대에 따라 잘 먹히는 미끼가 달라지는 기현상이 잦았다. 수시로 바뀌는 바람 방향이 원인이라는 설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쉽게 결론은 낼 수 없었다. 

▲ 취재일 올라온 월척과 준척 붕어들. 경원 F&B의 신제품 오레오글루텐을 사용했다.

▲ 상황에 따라 글루텐 외에 지렁이가 잘 먹힐 때가 있어 지렁이 준비는 필수다.

본격 배수 시작되면 하류권 씨알 좋아질 듯  

콧구멍다리 일대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보니 마침 홍성근 씨가 내 자리에서 채비를 정리 중이었다. 무슨일인가 했더니 자리를 비운 새 허리급 붕어가 내 낚싯대를 차고 나갔고 그 바람에 다른 낚싯대의 채비까지 몽땅 엉켜 놓은 상태였다. 대신 손맛을 즐긴 홍성근 씨가 붕어를 계측하자 35cm가 나왔다. 이날 올라온 최대어였다.

▲ 서산 낚시인 홍성근 씨가 콧구멍다리 우안 상류에서 올린 35cm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비록 이날은 오전 12시까지 총 5마리를 낚았지만 35cm 1마리와 8~9치급 4마리라는 준수한 조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함께 옆에서 낚시한 서산 현지 낚시인들도 나와 비슷한 조과를 올릴 수 있었다. 지난 4월 29~30일 사이에는 군계일학 월척원정대의 시조회가 간월호에서 열렸다. 주말이었던 이날은 전국적으로 강풍이 부는 통에 내가 촬영을 간 날보다 더 낚시 여건이 나빴다. 밤이 지나면 잘 줄 알았던 바람은 이튿날 아침까지도 불었고 결국 오전 9시경이 돼서야 잠잠해졌다. 그 결과 32.5cm 붕어가 이날 시조회의 1등 고기가 되었다.  

▲ 지난 4월 말 간월호에서 시조회를 연 군계일학 월정원정대.

▲ 4월 말에 올라온 간월호 붕어의 평균 씨알. 월척에 약간 못 미치는 9치급이 주종이었다.

참고로 최근 부남호에서는 동편 중간제방 인근 습지 조황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이날도 많은 붕어가 습지에서 올라왔다. 습지도 바람을 타지만 본류보다는 약하고 길에서 약간 내려가 낚시하기 때문에 풍향만 잘 맞추면 낚시 여건이 좋은 곳이다. 습지의 규모는 약 4만평으로 포인트도 많고 씨알도 간월호 본류에 못지않은 곳이다. 특히 5월 중순이 되면 부남호 곳곳에 있는 양수장에서 본류권 물을 퍼 올려 농사에 대비하는데 이때도 습지는 배수 영향을 덜 받는다. 

5월 중순경 배수가 시작되면 붕어들이 수심 깊은 최하류로 몰리고 또 한 번 굵은 씨알이 낚이는 호기가 찾아오게 된다. 봄에 큰 손맛을 못 본 낚시인이라면 이때를 노려볼만할 것이다. 

.

▲ 콧구멍다리 상류 우안에서 월척급 붕어로 손 맛을 본 서산의 국응복 씨.

▲ 군계일학 월척원정대 시조회에 참가한 이영호 부회장이 중간제방 인근 연안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다.

▲ 군계일학 월척원정 회원들이 고사를 지내는 모습.

▲ 시조회에서 굵은 붕어를 낚아 입상한 회원들. 왼쪽부터 2등 장민영, 1등 김수석, 3등 김윤식 회원이다.

부남호 붕어 씨알이 잘아진 이유

배스 개체수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돼

부남호 붕어 씨알이 과거보다 크게 잘아진 것에 대해 배스 개체수 격감이 주요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만큼 산란기 때 태어난 붕어들이 배스에게 잡혀먹는 비율이 낮아졌다는 추측이다. 배스 개체가 줄어든 것은 간월호도 마찬가지다. 다만 부남호가 간월호보다 먼저 만들어졌고 배스 유입도 빨랐기 때문에 그 시차만큼의 씨알 차이가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간월호 붕어 씨알도 몇 년 뒤에는 부남호 만큼 잘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가는 길 내비에 ‘남부교(서산시 양대동)’을 입력 후 찾아간 뒤 다리를 건너거나 건너기 전에 좌회전한다. 곧바로 만다는 둑방길에서 우회전해 2.5km가량 하류로 내려가면 콧구멍다리가 나온다. 콧구멍다리 일대 전역이 상류권 포인트이며 바람 방향에 맞춰 포인트를 잡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