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지공업에서 판매하고 있는 각종 가이드 모델

릴을 사용하게 되면서 낚싯대에 필연적으로 설치된 것이 바로 가이드이다. 낚싯줄을 유도하기 위해 고안된 부품이므로 아마도 가이드는 릴의 탄생과 동시에 시작되었거나 릴보다 훨씬 먼저 낚싯대에 붙어 있었을 것이다. 현대의 가이드는 다양한 낚시 장르만큼이나 여러 모습을 하고 있지만, 릴에 감겨있는 낚싯줄을 통과시키고 인도해 준다는 기본적인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이 기본 역할에 더해, 캐스팅할 때 릴에서 방출되는 낚싯줄의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적절한 크기로 올바른 위치에 부착돼 낚싯대의 무게균형을 해치지 않으며, 반복되는 낚싯줄 방출과 감기에도 라인 꼬임과 손상을 방지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파인 세라믹스 가이드 등장

초창기의 가이드는 당연하지만, 철사를 구부려 만들었다. 이 철사 가이드는 최근까지도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플라이 낚싯대의 스네이크 가이드 정도에 철사 소재가 계속 사용되고 있다.

철사 가이드의 결정적인 단점은 모두 예상하는 바처럼 녹이 슬고 낚싯줄과의 마찰로 인해 홈이 파여 낚싯줄에 손상을 준다는 점이다. 초창기 낚싯대 가이드는 이런 결점을 극복하고자 철사에 크롬도금을 하거나 경도가 높은 텅스텐카바이드로 만든 링을 철사에 부착해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시도에서부터 가이드의 진화는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후, 유리로 만든 링을 사용한다거나 천연광물질인 마노(瑪瑙, Agate, Silicon dioxide), 도자기(Porcelain)를 사용한 가이드가 사용되기도 했다. 이들 새로운 가이드는 낚싯줄의 손상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무겁고 깨진다는 결점이 있었다.

▲ 철사로 만든 가이드는 낚싯줄과의 마찰로 표면이 파이고 낚싯줄의 손상을 불렀다.

현재의 가이드는 프레임을 금속으로 만들고 낚싯줄과 접촉하는 부분에는 파인 세라믹스 소재의 링을 부착한 형태가 주류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프레임을 금속이 아니라 합성수지나 카본섬유로 성형해 만든 가이드도 있지만, 역시 주류는 금속 프레임에 파인 세라믹스 링을 결합한 형태다.

이러한 가이드를 처음 개발한 것은 일본의 후지공업으로, 1960년대에 세라믹스 가이드 링이 부착된 가이드를 상품화해 전 세계 가이드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이드의 진화는 후지공업이 계속 발표하는 파인 세라믹스로 만든 링의 변천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며 소재 개발이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후지공업 이외에도 미국, 대만 등에도 가이드 제조회사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생산회사가 있다. 저마다 서로 다른 소재를 사용하거나 같은 소재라도 성능이 다른 가이드를 생산하고 있으며 품질과 가격도 다양하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가이드 진화의 선두에서 노력한 후지공업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 후지공업이 최초로 상품화한 가이드. 도자기 링이 깨지지 않도록 완충제를 사용했다.

가이드 링의 종류와 변천

▲ 개발연도는 각각 다르지만, 후지공업이 현재 발매하고 있는 가이드 링의 종류

현재까지 개발된 가이드 링의 소재는 10여 가지이다. 그중 신소재의 등장으로 폐기된 것이 있는가 하면 저렴한 가격 덕분에 오래전에 개발된 소재이지만 현재까지 생산 중인 제품도 있다. 대표적인 가이드 링 소재는 다음과 같다.

① 도자기(Porcelain)

세라믹스 가이드의 시초인 가이드 링이다. 후지공업이 1960년대에 금속 프레임과 도자기 링 사이에 완충제를 끼워 깨지기 쉬운 링을 보호할 수 있게 한 가이드를 처음 선보였다. 현대적인 가이드의 시발점이다.

② 산화알루미늄(Aluminum oxide)

1960년대 중반에 후지공업이 개발한 가이드 링으로 세라믹스에 금속 성분이 복합된 현대적 가이드 링이다.

③ 하드로이(Hardloy, High content Aluminum oxide)

1967년에 후지공업이 산화알루미늄 가이드 링의 발전형으로 발표한 가이드 링. 현재 더욱 개량시켜서 ‘O링’이란 이름으로 생산하고 있다.

④ SiC(탄화규소, Silicon carbide)

후지공업이 1981년에 개발한 이후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우수한 성능의 가이드 링 재료다. 표면의 매끄러움, 경도, 방열성능 등 가이드에 필요로 하는 모든 점이 우수한 가이드 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낚싯줄 손상의 우려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⑤ 알코나이트(Alconite)

SiC와 비슷한 성능을 갖는 파인 세라믹스 가이드 링이다. SiC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⑥ 골드서멧(Gold cermet)

1990년대에 후지공업에서 선보인 질산티타늄(TiN, Titanium nitrate)에 세라믹을 복합한 소재로 만든 가이드 링이다. 소재 자체가 금색으로 빛나고 깨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현재는 생산 중지되었다.

⑦ 토르자이트(TORZITE)

2013년에 후지공업이 새롭게 개발한 소재이다. 세라믹스 합성소재로 SiC보다 얇고 편평하게 만들 수 있어 가이드 무게를 더욱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밖에도 산화지르코늄(ZrO2, Zirconia), 질화규소(Si3N4) 등이 가이드 링 소재로 사용되며 한정적이지만 인공 루비나 인공 사파이어와 같은 보석을 사용해 장식적인 효과를 높인 제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 필자가 보유 중인 후지공업의 가이드들.

가이드가 원인인 트러블

가이드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트러블은 무엇이 있을까? 물론 과거의 가이드처럼 낚싯줄과의 마찰 탓에 링이 파이고 낚싯줄이 끊어지는 일은 없어졌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가장 흔한 트러블은 캐스팅 중 실수로 가이드가 단단한 바위에 부딪히는 등 순간적인 충격으로 가이드 링이 깨지는 경우다. 파인 세라믹스 링은 광물질이므로 상처가 나거나 구부러지지는 않지만 깨질 수는 있다. 그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트러블은 가이드 링과 낚싯줄의 마찰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너무 심하게 마찰하면 낚싯줄이 손상을 입고 결국에 끊어질 수도 있다.

낚싯줄을 가이드에 통과시킨 후 양손으로 잡고 강하게 왕복해 마찰하다 보면 결국 낚싯줄이 끊어진다. 낚싯줄이 마모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이때 가이드 링 표면이 얼마나 매끄러운가가 마모 정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이렇게 심한 마찰이 벌어질 일은 거의 없지만 낚싯줄 보호 차원에서 이런 방식의 품질 테스트도 진행한다.

혹시, 첫 번째 트러블의 예처럼 어딘가 부딪친 후 눈에 보이지 않는 실금이 가이드 링에 나 있었다면 낚싯줄은 쉽게 끊어진다. 따라서 가이드에 충격이 있었다면 커터 칼날을 이용해 가이드 링 표면을 한번 문질러 보는 것도 좋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금이라도 칼날에는 쉽게 걸리므로 바로 알아낼 수 있다.

낚싯줄의 손상 여부는 가이드의 방열성능(열전도율)과도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고속으로 드랙을 차고 나가는 물고기를 만난다면 가이드와 낚싯줄 간에는 매우 뜨거운 마찰열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 가이드 링 소재에 따라 방열성능에 차이가 벌어진다.

위에 언급한 가이드 품질 시험 중 낚싯줄을 양손에 잡고 가이드에 마찰시킨 직후 만져보면 어느 정도 열이 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PE 낚싯줄은 특히 열에 매우 약하므로 손상을 쉽게 입는다. 이때 가이드 링의 방열성능(열전도율)이 좋다면 마찰열이 바로 발산돼 열이 나지 않으므로 안심할 수 있다.

▲ 커터 칼날을 사용해 문질러보면 가이드 링에 실금이 생겼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낚싯줄을 양손에 잡고 강하게 왕복 마찰하면 가이드 링의 마찰계수, 열전도율을 시험해 볼 수 있다.

PE 낚싯줄 등장 이전과 이후

1990년대 중반 이후 PE 낚싯줄이 상용화되면서 가이드 품질 향상에 대한 소비자(낚시인)의 요구가 커졌다. 그 이전에는 가이드 링 재질에 별다른 구애받을 필요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1980년대 당시 가장 좋은 가이드는 SiC 소재의 링이 부착된 가이드로 이 가이드는 최고급 낚싯대에만 부착되는 정도였다. 일반적인 나일론이나 플로로카본 낚싯줄을 사용하면서 최고급 SiC가 아닌 다른 소재로 만든 저렴한 가이드라고 해서 낚싯줄이 손상을 입는 일도 웬만해서는 없었다.

그런데 PE 낚싯줄을 사용하게 되면서 마치 옛날 철사 가이드에 홈이 파지는 것과 같은 가이드 손상이 나타났다. 합사인 PE 낚싯줄은 물에 젖는다. 민물과 바다를 막론하고 낚시터 현장의 물은 순수하게 맑은 물이 아니라서 함유된 진흙이나 결정화된 염분이 PE 낚싯줄에 묻는다. 그 결과 마치 줄톱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가이드 링을 갉아 먹는 현상이 생겨났다. 결국, 가이드 링 소재로 살아남는 것은 PE 낚싯줄과의 마찰에도 견딜 수 있는 제품뿐이었다. 그런 소재라면 대표적으로 최고급인 SiC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가이드는 경도, 표면의 매끄러움, 열전도율 등에 있어 고성능화를 계속해 왔다. 소재가 계속 진화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 낚시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과거에는 낚싯줄의 손상을 막아 낚시 도중에 끊어짐을 방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런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도 가이드의 진화는 멈추고 있지 않은데, 최근에는 더 가볍게 더 멀리 더 예민하게 낚시를 즐기기 위한 목적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