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 오산항 앞바다에서 낚은 30cm 오버 왕볼락의 위엄. 현재 25cm가 넘는 왕볼락이 주종으로 낚이고 있다.

동해는 2월이 되면 산란을 마친 볼락의 활성이 살아나 밤낚시가 시작된다. 그러다 3월에 접어들면 선상낚시에서 낮에 왕볼락이 낚인다. 선상에서는 틴셀이나 자연 어피를 부착한 카드채비에 마릿수 조과가 이뤄지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동해의 늦겨울~봄철 패턴이다. 하지만 올해는 3월 기온이 51년 만에 가장 더웠을 뿐 아니라 수온마저 기복이 심했다. 그래서 필자가 거주하는 포항을 중심으로 동해남부권 봄볼락 조황이 예년에 비해 아주 부진해 볼락 선상 출조가 뜸한 현상을 보였다. 

▲ 3월 31일 이프로2호를 타고 출조해 30cm급 왕볼락을 낚은 필자.

▲ 지난 3월 중순에 이프로2호를 타고 볼락 탐사를 나간 선장들의 조황. 씨알이 큰 갈볼락과 청볼락을 백여 마리 낚았다.

지그헤드+청갯지렁이 VS 메탈지그 라이트 지깅 

그런데 울진군 오산항 일대는 3월 중순부터 기상이 나쁜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볼락 선상낚시가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부회장이며 다이와 필드스탭으로 활동 중인 오산항의 명선장 이영수(닉네임 이프로) 프로 덕분이었다. 

이영수 선장은 지역의 여러 낚싯배 선장과 뜻을 모아 3월 중순부터 오산 앞바다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볼락 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루어 채비로 한낮은 물론 밤에도 혁혁한 성과를 거두게 되어 3월 하순부터 호황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었다.필자도 3월 31일 오후, 포항에서 도경태(닉네임 장산곶매) 회원과 함께 울진 오산항으로  출조를 나갔다. 오후 5시에 출항해 수심 9m 포인트에 앵커를 내렸다. 

▲ 이프로2호에 승선한 낚시인들이 해가 지기 전부터 볼락을 노리고 있다.

이영수 프로가 포인트 특성과 낚시 요령에 관해 설명한 후 5시30분부터 낚시를 시작했다. 필자는 소형 메탈지그와 지그헤드 채비를 준비했다. 올해 3월 중순에 바다루어클럽 회원들이 포항권 보트피싱에서 라이트 지깅으로 볼락을 낚은 정보가 있어서 먼저 라이트 지깅으로 볼락 공략에 들어갔다. 

낚시를 시작하자 지그헤드에 청개비를 끼운 채비에 볼락이 걸려들었다. 하지만 7g 메탈지그로 바닥층을 공략한 필자에게는 개볼락과 노래미 등 잡어만 걸릴 뿐 볼락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볼락이 중층에서 입질하길 기대하며 메탈지그를 3g~5g으로 교체해 투입했으나 입질이 없었다.

왕볼락이 수면에서 라이징을?그렇게 30~40분 라이트 지깅에 대한 미련 때문에 시간만 낭비하다가 아무래도 채비 투입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아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부터 5g 텅스텐 지그헤드에 1.5인치 웜을 체결한 지그헤드리그를 사용했다. 

▲ 필자가 사용한 웜. 1.5~2인치로 꼬리가 스트레이트 타입을 주로 사용했다.

‘볼락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선장의 조언에 따라 지그헤드와 웜은 무광 채비로 구성, 집어등 불빛 바깥까지 멀리 캐스팅한 뒤 바로 베일을 닫은 상태에서 카운트에 들어갔다. 5초 정도 카운트 후 ‘퍽’하는 폴링 바이트가 들어왔다. 아직 날이 밝은 상태에서 걸려든 녀석은 25cm 갈볼락! 첫 캐스팅에 바로 성과가 나옴에 따라 자신감이 생겨 첫 바이트 수심층을 감안해 같은 채비로 5초 폴링~리트리브~커브 폴링 액션으로 연속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그렇게 신발짝 볼락 몇 수를 건지고 나니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서 입질 패턴이 바뀌는 것 같았다. 볼락이 톡톡 치기만 하고 바이트가 안 되는 걸로 봐서 분명 볼락 입질층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급기야 어둠이 완전히 깔리자 볼락이 집어 되었는지 수면에서 라이징이 목격됐다. 긴 세월 동안 동해에서 선상낚시를 했음에도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광경이 눈앞에 전개되는 게 신기했다. 볼락 입질층이 얕아졌기에 지그헤드를 3.5g으로 교체하고 멀리 캐스팅한 후 채비 착수와 동시에 천천히 리트리브했다. 커브 폴링 액션을 구사하는 수심 2~3m에서 연속 입질이 들어왔다. 

▲ 필자가 사용한 지그헤드와 웜. 지그헤드는 1g부터 5g까지 사용하며 프리폴링 액션이 효과적이다.

리트리브에서도 바이트가 되었지만 대부분 폴링 바이트였다 채비를 발앞까지 끌고 오는 과정에서 입질이 없으면 배 밑 집어등 불빛 경계 지점에 왔을 때 5~7초 폴링으로 볼락을 유인하는 기법으로 히트 확률을 높이기도 했다. 이렇게 중상층 공략에서 낚이는 씨알은 대부분 신발짝 크기라는 데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볼락의 라이징이 계속되고 같은 패턴이 이어지면서 3시간 가까이 꾸준하게 성과를 냈다. 밤 9시가 조금 넘는 시점부터 어느 순간 볼락이 채비를 완전히 삼키지 않고 그냥 물고 있을 정도의 예민한 반응을 보일 경우가 잦아졌고 급기야 랜딩 중 빠지기도 했다. 로드 휨새 및 파워로 봐서 30cm가 훌쩍 넘는 왕사미급을 놓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웜을 1인치까지 작게 사용하며 입질이 들어왔을 때 감성돔낚시 테크닉과 같이 로드를 밀어주는 액션을 구사하거나, 리트리브에 변화를 주는 식으로 숏바이트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는 어느 순간  볼락이 수면으로 피는 현상이 보였다. 곧바로 지그헤드를 1.5g으로 교체 투입하자 수면 가까이에서도 신발짝 크기의 볼락이 간혹 낚였다. 그러나 철수 시간인 밤 11시가 가까워지자 점점 씨알이 잘아지고 청볼락 비중이 점차 높아졌다. 

▲ 이프로2호를 타고 출조한 낚시인이 30cm급 볼락을 낚았다.

4월 중순에도 왕볼락이 ‘퍽퍽’

필자는 6시간 동안 낚시하는 사이 단 몇 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저녁밥도 거른 채 낚시에 전념한 결과 24~25cm 씨알로 서른 마리가 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포인트를 자주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 앵커를 놓은 상태에서 이 정도 조과라면 가히 대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도경태 씨와 필자를 제외하고는 다른 낚시인들은 대부분 청갯지렁이를 미끼로 사용했다. 순수 루어 캐스팅게임이 마릿수 면에서 결코 생미끼에 못지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터라 루어낚시를 즐기는 앵글러로서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필자가 다녀온 이튿날에는 볼락 활성이 더욱 높아져 지그헤드 1g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수온이 약간 더 떨어진 4월 6일에는 왕사미급에 준하는 씨알이 ‘퍽퍽’하는 환상적인 반응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4월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일몰 전 날이 훤하게 밝은 상태에서도 웜 채비에 강력한 반응이 이어졌다는 전언도 있다. 동해안에서는 4월 중순에 이르면 연안 갯바위는 물론 선상낚시에서도 볼락 활성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필자가 수년에 걸쳐 오산항을 중심으로 한 울진 근해 보트피싱을 통해 한여름 대낮에도 루어로 마릿수 볼락을 낚아온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울진 오산항의 볼락 선상낚시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취재 당일 최대어인 34cm 볼락.

▲ 필자와 함께 출조한 도경태 님도 28cm 볼락을 낚았다.

▲ 철수 후 오산항에 도착해 확인한 이프로2호 볼락 조과. 평균 씨알이 25cm가 넘으며 1인당 30마리 정도 낚았다.

출조문의 울산 오상항 이프로2호 010-4728-6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