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4일, 부산 영도 절영해안산책로에 있는 모자반 군락 주변을 노려 70cm 농어를 낚은 필자.

필자는 매년 3월 말부터 동해남부권 갯바위 농어 루어낚시를 시작한다. 첫 농어는 매우 높은 확률로 매년 잡아왔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올해 첫 농어 루어낚시는 부산 영도권으로 나가서 실패했다. 

그 이유는 최근 3년간 모자반이라고 불리는 해초가 부산 영도뿐 아니라 부산 전역 갯바위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에 찾아간 부산 영도 감지해수욕장 일대 갯바위에는 농어에게 적당한 은신처를 제공할 정도의 모자반이 자라있었지만 결국 농어의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모자반 주변을 노릴 땐 잔잔한 날이 좋아 

첫 출조는 실패했지만 농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주변 낚시인들에게 수소문해 모자반이 자라 있는 자리를 물색했고 마침내 모자반이 자란 영도 절영해안산책로 일대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모자반이 자라다 못해 수면을 가득 뒤덮어 낚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 2주를 더 기다렸다가 다시 출조했다. 

2주 후 출조하니 해수욕장에 떠밀려 나와 있는 모자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다시 도전해도 될 때라는 생각이 들어 지난 4월 4일 퇴근 후 곧바로 저녁 출조를 나갔다. 실루엣이 크게 보이는 싱킹 펜슬 위주로 태클을 구성, 모자반에 루어가 걸려도 쉽게 빠질 수 있는 싱글훅을 튜닝한 미노우를 선택했다.  

장비는 9.7ft ML 파워의 농어 전용 로드에 4000번 엑스트라 하이기어릴, 원줄은 서픽스 X8 0.6호 합사에 SUPER 21Fc 4호 카본 쇼크리더를 세팅했다. 원줄이 0.6호지만 1m가 넘는 농어나 모자반 줄기를 당겨내기에 충분한 강도를 가지고 있어서 예전같이 합사 1호나 1.2호를 쓰지 않는다. 

▲ 필자가 사용한 0.6호 합사와 워킹낚시에 편리하게 제작된 백팩.

만조가 저녁 9시라 초날물을 노리기 위해 8시30분에 해안산책로 입구에 도착했다. 동풍이 6~8m/s, 너울이 0.6m로 예보되었는데 예상외로 파도가 너무 잔잔했다. 하지만 봄에 모자반이 뒤덮고 있는 곳이라면 오히려 잔잔한 편이 더 좋은 조과를 보여줄 때가 많아 기대감이 높아졌다. 모자반은 2주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보였다.

▲ 절영해안산책로의 유명 포인트인 큰 바위. 주변 수심이 1m 내외로 얕기 때문에 밑걸림에 주의해야 한다.

▲ 자갈과 모자반이 어우러져 있는 해안산책로 연안에서 농어를 노리고 있는 필자.

농어를 노린다면 4월 중순 이후가 최적기

산책로 입구 자갈마당부터 공략했다. 초날물이 시작되자 조류가 산책로를 따라 좌측으로 흘러 산책로 앞에 있는 방파제 부근으로 최대한 캐스팅했다. 입질이 없어 빨리 포인트를 이동하며 같은 방식으로 주변을 노렸다. 모자반 사이의 포켓을 찾으면 좋지만 모자반 군락이 연안에서 50m 지점에 떨어져 있어서 순전히 감으로 찾아야 했다. 

낚시를 시작한 초반에는 모자반을 뜯어내는 것이 고역이었으나 여러 번 캐스팅과 회수를 반복하니 포켓 위치를 대략 알 수 있었다. 사용한 미노우는 95mm 싱킹 펜슬. 로드를 들어 톱워터 루어처럼 사용했다. 

모자반이 듬성한 곳으로 미노우가 들어가고 천천히 미노우를 감아 들이니 로드가 ‘덜커덕’하는 입질이 왔다. 곧바로 수면 위로 물보라가 튀며 화려한 테일워크가 달빛에 비치더니 이내 모자반 아래로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갑자기 로드가 무거워지며 흔들림만 전해진다. 농어가 모자반을 감아 버린 것이다. 이에 강제로 당기지 않고 라인 텐션을 계속 유지한 채 농어 스스로가 탈출할 수 있도록 힘을 천천히 뺐다. 그리고 나서 다시 당기니 힘이 빠진 농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록 이번 출조에서는 한 마리뿐이었지만 70cm로 만족하고 모자반이 조금 더 녹아내리는 4월 중순 이후를 노려볼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농어의 활성이 올라갈 뿐 아니라 자잘한 샛멸이 많이 들어와 호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만약 부산 영도에서 씨알 좋은 농어를 만나고 싶다면 그때가 최적기라고 할 수 있다. 

▲ 계측자에 올린 70cm 농어.

▲ 미노우 바늘에 걸려나온 샛멸.

내비 주소 영도구 해안산책길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