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6일, 통영 욕지도로 낙지 선상낚시를 나간 송석민(좌)씨와 필자가 루어로 큼직한 낙지를 낚았다.

‘낙지를 낚시로 잡는다고?’라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낙지낚시는 아직 생소한 장르다. 낙지는 보통 해루질로 잡거나 갑오징어, 주꾸미 등을 낚을 때 운 좋게 올라오는 녀석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경남 고성과 통영에는 낙지만을 대상으로 출조하는 배들이 늘고 있다. 낙지 루어낚시는 3월부터 5월까지 시즌이 이어지며 지금 낚이는 낙지가 씨알이 굵고 마릿수도 좋은 것이 특징이다.

갑오징어 장비에 야광 스테 사용

▲ 필자의 낙지 채비. 16호 봉돌에 삼봉과 스테 두 개를 달았다.

고성과 통영에는 낙지 출조로 유명한 낚싯배가 몇 척 있다. 그중 하나가 고성 두포리에서 출항하는 뉴그린호다. 3~5월 주말에는 예약을 잡기가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낙지 시즌이 한창 시작된 지난 3월 16일, 평일에 자리가 나 서둘러 출조했다. 낙지는 야행성이라 저녁 7시에 출항한다. 두포항에서 출항한 배는 약 1시간을 달려 욕지도에 도착. 시즌 초반에는 욕지도 일대가 조황이 좋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량도 쪽에서도 낙지가 비친다고 한다.

▲ 고성 두포리에서 출항하는 뉴그린호.

우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욕지도 대송마을 포인트였다. 갑오징어낚시에 사용하는 베이트릴 장비에 10~20호 봉돌을 달고 갑오징어용 스테를 2~3개 달면 채비는 끝. 낙지 역시 갑오징어나 주꾸미처럼 바닥을 공략하기 때문에 채비가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직 어떤 루어가 확실히 잘 먹히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사용해본다는 정도며 야광이나 축광 기능이 좋은 에기에 잘 반응한다는 점이다.

▲ 욕지도 대송마을 일대의 해도. 어탐기에 ‘모래자갈조개껍질(동그라미 점선)’이라고 바닥 지형이 나타나 있다.

▲ 필자의 태클 박스. 봉돌 10~30호에 야광 기능이 뛰어난 스테를 사용한다.

처음 들어간 대송마을은 수심 얕은 여밭인데 낚싯배가 진입하자마자 선수에서 첫 캐스팅에 한 마리가 올라왔다. 이어서 선미에서도 준수한 씨알의 낙지가 올라왔다. 반신반의했는데 어느덧 한 마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며 나도 첫수를 올릴 수 있었다.

▲ 필자와 함께 뉴그린호를 타고 욕지도로 출조해 굵은 씨알의 낙지로 손맛을 본 낚시인들.

위부터 전태호, 김일한, 김춘철, 서원형 씨.

욕지도 인근 여밭이 포인트

두 번째로 옮겨간 포인트는 도포항 인근 도동마을 포인트. 이곳은 수심이 10m 이상으로 깊어서 배를 조금 더 갯바위 쪽으로 붙여 바닥을 노렸다. 낙지의 특성상 여밭이 발달한 곳이 유리한데 바닥이 조금 거칠어서 채비가 많이 걸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멀리 캐스팅해서 바닥을 읽어오니 살짝 걸리는 느낌. 입질이 확실함을 확인하고 챔질하니 낙지가 걸린 듯 묵직했다. 올려보니 문어처럼 다리를 펼쳐서 저항하지 않고 작은 오징어처럼 그냥 끌려왔다. 낙지는 주로 다리에 바늘이 걸려 올라오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게 랜딩을 빨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옮겨간 포인트는 욕지도 남쪽에 있는 삼여 일대. 바람에 배가 많이 밀려 16호로 시작한 봉돌을 20호로 올렸다. 이럴 땐 바닥을 콩콩 찍듯 화려한 액션은 필요 없다. 채비로 바닥을 찍다가 중간중간 멈추는 동작을 해주는 것이 좋다. 조류가 잘 가지 않을 때는 최대한 멀리 캐스팅한 후 바닥을 읽어 오다가 잠시 액션을 멈추면 낙지가 잘 걸려든다. 실제로 낚시해보니 베이트릴 장비보단 팁이 부드러운 스피닝 장비가 입질 감지와 낙지의 무게감을 느끼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욕지도에서 낚은 돌낙지. 뻘낙지에 비해 씨알이 굵다.

▲ 통영에서 척포 낚시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택 사장이 함께 출조해 낙지로 손맛을 봤다.

▲ 철수 후 확인한 조과. 출조한 낚시인들 모두 굵은 씨알의 낙지를 10여 마리 정도 낚았다.

낙지 금어기 전에 출조해야

그렇게 자정 무렵까지 욕지도를 돌며 낚은 낙지는 총 10여 마리. 마릿수도 많지만 낙지의 씨알이 문어에 버금갈 정도로 크기 때문에 조과는 대만족이었다. 참고로 암초에 사는 낙지는 씨알이 굵다. 흔히 우리가 먹는 횟감은 펄에 사는 낙지라 씨알이 작은 편이지만 루어에 걸려드는 ‘돌낙지’는 문어에 버금갈 정도로 다리가 길고 굵다.

한편 낙지낚시에 관심이 있는 낚시인이라면 출조를 서두르길 바란다. 낙지 선상낚시는 5월 말까지만 할 수 있고 6월 이후부터는 낙지 금어기기 때문이다. 금어기는 지역마다 다른데 일반적으로 6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한 달이며 충남 가로림만, 근소만은 4월 1일부터 5월 31일, 전남, 인천, 경기는 6월 21일~7월 20일, 경남은 6월 16일부터 7월 31일이다.

출조문의 고성 뉴그린호 010-9527-7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