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숭이 떼에 둘러싸인 낚시인. 가고시마 근해인 오키노시마에는 80여 마리의 원숭이 살고 있다. 

미리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밑밥과 낚은 고기를 강탈(?)하는 재미난 섬이다.

일본 가고시마현 쿠시키노시에 속한 우지군도는 대물 긴꼬리벵에돔낚시 천국으로 유명한곳이다. 한국 낚시인들에게는 큐슈 남쪽의 남녀군도가 유명하지만 좀 더 동남쪽에 있는 우지군도에서도 6짜급 긴꼬리벵에돔을 노릴 수 있다. 

남녀군도보다 약간 더 남방에 속하는 우지군도는 보통 1월을 넘겨야 적정 수온이 유지되는 곳. 최근 남녀군도는 한국 뿐 아니라 홍콩, 중국, 대만 등지의 낚시인까지 몰리면서 시즌에는 대혼잡을 빚고 있는데, 그런 번잡함을 싫어하는 필자의 단골손님들은 우지군도를 더 좋아하고 있다. 

▲ 우지군도의 이름 모를 포인트. 남녀군도의 호타테를 연상 시켰다.

우지군도 출조 전 근해 우지군도로 워밍업 출조

▲ 낚싯배를 타고 우지군도 포인트를 이동하는 모습.

지난 3월 14일, 부산에서 낚시전문 여행사를 운영 중인 필자는 올해 첫 우지군도 출조를 위해 손님들보다 하루 먼저 후쿠오카로 들어갔다. 후쿠오카공항 근처 호텔에서 1박하며 현지 일정을 세팅한 뒤 다음날 서울에서 넘어오는 손님들을 픽업하기로 했다. 다음날 오후 12시40분에 도착하는 인천발 비행기가 도착할 즈음 렌트한 8인승 승합차를 몰고 입국장으로 향했다. 이번 출조에 함께하는 멤버인 희남이형은 20년 이상 함께 해외낚시를 다닌 낚시 절친이자 선배다. 한국 낚시인 중 일본 원정낚시 경험이 가장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단연 장담하는데 동경의 이즈반도에서부터 시코쿠, 큐슈의 여러 낚시터를 두루 섭렵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일단 우리의 목적지인 가고시마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4시간은 족히 걸리는 제법 먼 거리이기에 서둘렀다. 4시간을 달린 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쿠마모토 라면으로 허기를 달랬고 커피도 한잔하며 여유를 즐겼다. 일단 내일은 항구에서 15분 거리의 오키노시마라는 섬에서 워밍업 출조를 하기로 하고 가고시마현 사스마센다이시에 있는 BB낚시점에 도착해 약간의 밑밥과 소품을 샀다. 호텔 도착 직후에는 형님들과 온천을 찾았다. 온천욕을 즐긴 뒤 저녁 겸 간단하게 하이볼을 몇 잔 마신 뒤 잠자리에 들었다.

여유로운 준비를 위해 호텔에서 5시에 기상, 아침식사를 해결한 뒤 출항지로 향했다. 오늘 출조는 우리 일행 4명에 일본 현지 낚시인 1명이 전부였다. 낚시터로 가는 길은 늘 가슴이 설렌다. 서둘러 배에 짐을 싣고 포인트로 향했다.

그런데 배에 이상한 게 잔뜩 실려 있었다. 빵가루에 오렌지 그리고 바나나와 사과까지. 이게 뭔지 궁금해 선장에게 물어보니 오늘 우리가 하선할 오키노시마는 원래 무인도였는데 10여 년 전 어떤 사람이 원숭이 한 쌍을 섬에 풀어 놓았다고 한다. 그 원숭이들이 새끼를 쳐 현재는 개체수가 80여 마리까지 늘어났다고. 섬에 먹을 것이 없다보니 원숭이들이 낚싯배가 오면 낚시인들의 밑밥과 음식물을 노리기 위해 갯바위 가까운 곳까지 내려온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낚아 놓은 고기까지 몰래 훔쳐 먹는다고 한다.그래서 낚시 전에 미리 원숭이 먹이를 준비해 먹이고 나면 그나마 낚시인들이 조금은 편하게 낚시할 수 있어 출조 때마다 항상 준비해간다고 말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설명에 처음엔 도대체 무슨 소린가 했다. 

그런데 낚싯배가 포인트에 가까워지자 선장의 말은 현실로 나타났다. 일본 낚시인이 먹을 것을 갖고 갯바위에 내리자 어디선가 나타난 원숭이 수십 마리가 갯바위로 내려왔다. 신기한 광경이었지만 살짝 겁이 난 것도 사실이다. 순간 영화 혹성탈출이 생각났다. 혹시나 원숭이들이 저 일본 낚시인을 해치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원숭이들은 먹이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낚시인에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 찌낚시에 올라온 이름 모를 열대어.

▲ 갯바위를 어슬렁거렸던 상어.

영화 혹성탈출을 떠오르게 한 오키노시마

▲ 오키노시마의 원숭이들이 낚시인이 주고 간 양배추를 먹고 있다.

보기 드문 장면을 보고 한참을 웃은 우리는  두 군데의 포인트에 나눠 내려 낚시를 시작했다. 나는 아직 바다낚시 경험이 많지 않은 현석이형과 함께 했는데 선장님이 ‘포인트는 발밑이며 수심을 5~6m로 로 맞추면 된다’며 조언을 해주었다. 주위 지형을 둘러보니 발밑에 크고 작은 수중여가 산재한 게 확인됐다.

오늘의 대상 어종은 감성돔과 참돔 그리고 벵에돔. 채비를 하기 전에 발밑에 밑밥을 몇 주걱 투척한 뒤 낚시를 시작했다. 물때는 중날물. 

낚시한 지 20여분이 지났지만 벵에돔이나 잡어 모두 입질이 없었다. 워밍업으로 찾은 갯바위라 사실 큰 기대감은 없었지만 너무 조용해 적막했다. 그때 내 옆에서 낚시하던 현석이형이 활처럼 휘어진 낚싯대를 부여잡고 헉헉대고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훈수 몇 마디를 거들고 나니 조금 뒤 은색 빛깔의 자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올라온 녀석은 감성돔이었다. 재빨리 뜰채에 담아 올리니 50cm는 훌쩍 넘어보였다. 뜰채에 담긴 감성돔을 갈무리한 뒤 밑밥을 몇 주걱 주니 바로 내게도 입질이 찾아왔다. 그리 큰 씨알은 아닌 것 같아 여유롭게 끌어내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45cm짜리 감성돔이었다. 

‘여기는 감성돔 포인트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다시 채비를 던져 넣자 이번에는 무지막지한 입질이 찾아왔다. 레버브레이크를 연신 주고 옆으로 이동해 몇 번의 릴링을 해보지만 바깥으로 차고 나가는 폼이 굵은 씨알의 참돔 같았다. 그런데 이 녀석이 좀처럼 바닥에서 뜨질 않았다. 게다가 수중여 쪽으로 가는 게 어찌 불안했다. 결국 팅~ 하며 목줄이 수중여에 걸려 채비가 끊어졌다.

목줄 교체를 위해 채비를 회수하는 차에 곧 바로 현석이형에게  또 입질이 왔다. 차고나가는 폼이 방금 전 녀석과 같은 놈으로 추측됐다. 이번에도 낚싯대를 세우지도 못하고 목줄이 터졌다. 큰 녀석들이 들어온 것 같아 목줄을 굵게 쓰고 싶었지만 목줄을 2호 보다 굵게 쓰면 입질이 안 온다는 선장의 얘기에 2호 목줄로 재차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또 터져나가는 목줄... 현석이형에게도 같은 사고(?)가 계속 일어났다. ‘내 갈 길 가겠다’는 녀석은 분명 대형 참돔으로 예상됐다. 

한편 같은 시간 다른 포인트에 내린 일행들에게 무전기로 조황을 묻자 웃지 못할 소식이 들려왔다. 낚기는 감성돔 2마리와 벵에돔 1마리를 낚았는데 모두 원숭이들에게 강탈당한 채 뜰채와 밑밥주걱을 들고 원숭이와 전쟁 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철수길에 그 포인트로 가보니 원숭이 떼가 밑밥통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코믹한 장면에 웃음만 터져 나 왔다.

고수온에 허덕이던 우지군도

다음날은 드디어 대망의 목적지인 우지군도로 출조했다. 우리가 타고 나간 배는 서든크로스라는 선박으로 남녀군도 출조가 200회가 넘는 선장님이 운영 중인 배다. 쿠시키노항에서 우지군도까지는 4시간 거리이며 남쪽으로 30분 더 달리면 쿠사가키군도에 닿는다.

▲ 우지군도에서 바라본 쿠사가키군도.

한편 우지군도는 남녀군도 출조와는 약간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남녀군도는 일정 내내 현지에서 야영을 하지만 우지군도는 새벽 3시경 도착해 종일낚시 후 다음날 아침 10시경 철수하는 1박3일 패턴으로만 출조한다. 

출발 전 선장은 ‘지난주에 67cm 긴꼬리벵에돔이 나왔다’고 우리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우지군도 출조는 긴꼬리벵에돔 낱마리 조과로 막을 내렸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수온이 늦게 떨어져 온갖 잡어와 상어가 포인트에 버글댔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군도, 우지군도, 쿠사가키군도 같은 곳은 태평양을 마주보는 남쪽 원도라 그 영향이 더 컸고 그중에서도 가고시마현에 속한 우지군도와 쿠사가키군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과연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지군도가 다가올지 예상하며 짧았던 가고시마 벵에돔낚시 출조를 마감했다. 

▲ 우지군도 사메 포인트에서 올린 5짜 긴꼬리벵에돔을 자랑하는 필자.

▲ 필자와 동행한 서울의 정희남 씨도 55cm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으로 손맛을 봤다.

▲ 우지군도에서 굵은 긴꼬리벵에돔과 갈전갱이를 올린 일본 낚시인들.

문의 POWER FISHING 010-3582-6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