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섬에서 대부시리 출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철수한 으랏차차홍도 회원들이 지세포항에서 조과를 보여주며 기념 촬영했다.
좌측부터 정규영, 이태안, 천준호(맨뒤), 이기운, 천동화, 제웅규, 최형운 씨.
지난 3월 29일, 거제 안경섬으로 대부시리 선상찌낚시 취재를 나갔다. 대부시리 선상찌낚시 전문 동호회 ‘으랏차차홍도’ 카페 회원들이 나를 안경섬 대부시리 정출에 초청했다.
처음에는 동행 취재를 망설였다. 2000년 초에 홍도, 안경섬 대부시리 선상찌낚시가 유행했을 당시엔 대부시리 랜딩 확률이 매우 낮았기에 ‘걸면 터지는 고기’, ‘걸어도 못 먹는 고기’, ‘그래서 매번 꽝인 낚시’가 대부시리 선상찌낚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들은 소식에 의하면 대부시리 선상찌낚시가 대한민국 대부시리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으며 으랏차차홍도 회원들이 ‘역대급 대부시리를 거침없이 뽑아내는 전문 낚시인’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달라진 대부시리 선상찌낚시를 경험하기 위해 출조에 동행했다.
안경섬 최고 명당 낮은자리로!
▲ 거제 안경섬 남여도 낮은자리에 닻을 내린 후 부시리를 노리고 있다.
좌측 작은 여가 낮은자리며 우측에 높게 솟은 여가 높은자리다.
29일 오전 9시, 거제 지세포로 내려가 으랏차차홍도 운영진 이태안(돛단섬) 씨를 만났다. 출조는 29일 오후 1시경 안경섬으로 출항해 오후에 참돔을 낚고 밤에 배에서 1박 후 다음날 본격적으로 대부시리를 노리기로 했다. 배에서 1박을 하는 이유는 포인트 경쟁이 치열해져 인기 있는 자리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서다(매번 배에서 1박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출조 전에 선장과 일정을 조율해야 해야 한다).
이기운(전주대박) 부회장을 포함 총 8명이 취재에 동행해 29일 오후 8시에 지세포항에서 현대마린호를 타고 출항했다. 오후 낚시는 하지 않고 밤에 출조해 다음날 아침부터 낚시하기로 했다.
지세포항에서 5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안경섬 남여도. 안경섬은 북여도와 남여도 두 개의 돌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중 남여도 일대가 대부시리 포인트로 인기가 높다. 남여도 중에서도 높은자리, 낮은자리, 잠수함 포인트가 대부시리 포인트로 인기가 높으며 시즌에 따라 약간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낮은자리가 가장 인기 있다. 으랏차차홍도 회원들은 낮은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일정을 여러 차례 수정하며 출조를 진행했고 결국 원하는 자리에 닻을 내릴 수 있었다. 낮은자리에서는 밤낚시를 해도 좋지만 내일 일전을 위해 모두 채비를 마친 후 잠을 청했다.
5호~6호 낚싯대에 원줄 20호, 목줄 20호 사용
다음날 오전 6시. 대부시리를 만나기 위해 해 뜨기 1시간 전부터 밑밥을 뿌리며 낚시를 시작했다. 회원들이 사용하는 장비를 보니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워를 업그레이드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로드는 다이와 오레가강철 H-50(또는 HH-50)에 릴은 20000~30000번, 원줄 20호, 목줄 20호, 바늘은 부시리 전용 15호를 사용했다. 채비는 투제로 구멍찌에 -G2 수중찌(조수고무)를 세팅해 크릴과 비슷한 속도로 천천히 잠기게 만들었다.
채비를 보다가 놀란 사실은 채비가 터질 수 있는 매듭마다 추가로 보강을 한 것이다. 20호 원줄과 목줄 끝에 찌날나리(민물낚싯대 끝에 원줄을 연결하는 실)를 덧씌워 도래에 매듭을 했고 바늘귀에는 수축고무를 씌운 후 목줄을 묶었다. 이렇게 매듭을 보강하면 순간적인 강한 마찰에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고 한다.
▲ 이태안 씨의 대부시리 장비. 다이와 오레가강철 H-50(5호)에 30000번 스피닝릴을 사용한다.
채비는 투제로찌에 원줄 20호, 목줄 20호, 부시리 전용 바늘 15호 사용.
▲ 투제로찌 채비. 도래매듭을 보강하기 위해 원줄과 목줄에 찌날나리를 덧씌워 묶었다.
그 외에 원줄은 파마 현상을 줄이기 위해 민물에 반나절 정도 담갔다가 현장에서 바로 감아 썼고, 목줄 역시 2.5m 길이를 사용하되 도래에 묶기 전에 일자로 쫙 편 후 체결했다. 파마 현상이 생기면 채비 내림이 원활하지 않고 물속에서 빙빙 돌아 꼬일 경우 입질을 놓칠 수 있어 각별히 신경을 썼다.
▲ 원줄은 꼬임 현상을 줄이기 위해 민물에 반나절 정도 담근 후 현장에서 릴에 감아 사용한다.
동이 트지 않았음에도 회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파이팅 벨트를 차고 자리를 잡았고 박성용 선장은 살림망에 크릴을 넣어 녹은 크릴이 조류를 타고 천천히 흘러 나가게 만들었다. 크릴이 흘러 나가자 바늘에 크릴을 한두 마리 꿴 후 미끼 크릴과 밑밥 크릴이 자연스럽게 동조되도록 채비를 견제하며 흘려주었다.
▲ 미끼로 사용하는 씨알이 굵은 크릴.
챔질한 지 30초도 지나지 않아 기진맥진
낚시가 시작되자 회원들은 “진짜 대부시리는 동이 트기 직전이나 해가 지기 직전에 온다”고 입을 모았다. 워낙 자신만만한 표정들이라 반드시 큰 놈 한 마리 오겠다는 느낌이 왔는데 정말로 동이 트기 전에 이기운 부회장이 첫 입질을 받았다. 원줄이 살짝 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챔질했는데 순식간에 이기운 부회장의 몸통이 끌려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크다! 커!”
회원들이 일제히 소리쳤고 이기운 부회장은 사력을 다해 낚싯대를 세웠다. 안경섬 일대는 제주도나 동해 먼바다처럼 수심이 깊지 않고 가장 깊은 곳이 고작 30m 정도기 때문에 초반에 제압하지 못하면 부시리가 수중여로 내달려 채비가 쓸려버린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기운 부회장은 낚싯배 난간에 주저앉아 낚싯대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부시리를 히트한 지 30초도 지나지 않아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고 이를 악물고 버텨 간신히 낚싯대를 세울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릴링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릴핸들이 꿈적도 하지 않는다. 큰 물고기를 걸어보면 알겠지만 릴에 일정 이상의 부하가 걸리면 릴핸들이 마치 돌에 걸린 것처럼 꿈적하지 않고 더 큰 힘이 가해지면 스풀이 역회전한다. 이럴 땐 로드의 탄성으로 버텨 부시리의 힘이 빠지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이 순간 채비와 장비가 대부시리의 파워를 버티면 랜딩에 성공하고 채비가 터지거나, 낚싯대가 부러지거나, 낚시인이 낚싯대를 놓아버리면 실패로 끝난다. 다행히 이기운 부회장은 노련한 파이팅으로 대부시리를 제압했고 올려보니 132cm가 나왔다.
▲ 첫 입질을 받고 132cm 대부시리를 올린 이기운 부회장.
▲ 이태안 회원의 바늘이 대부리시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 가까운 곳에서 대부시리 입질을 받아 로드를 낮추고 버티고 있는 천동화 회원.
오후 4시 이후 연속 입질 시작
▲ 제웅규 씨가 미터오버 부시리를 히트해 강제제압하고 있다.
얼른 기념촬영을 하고 부시리를 물칸에 넣은 후 채비를 재정비 했다. 그런데 두 번째 입질 역시 이기운 부회장의 히트! 하지만 이번엔 맥없이 채비가 터지고 말았다. 운 좋게 또 다시 입질을 했지만 이번에는 바늘이 빠지고 말았다.
불붙은 입질은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제웅규(웅해) 회원이 대부시리를 히트했다. 그는 2022년에 162cm 대부시리를 낚은 경험이 있는 베테랑으로 단숨에 대부시리를 제압해 올렸고 계측해보니 102cm가 나왔다. 102cm라고는 해도 봄에 잔뜩 몸집을 불린 녀석은 체고가 아주 높았고 대단한 힘을 썼다.
▲ 102cm 부시리를 낚은 제웅규 회원. 작년에 162cm 부시리를 낚은 실력자다.
그 후엔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였다. 점심때까지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가 만조가 지나 썰물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오후 4시경 입질이 다시 살아났다. 고요한 정적을 깨고 천동화(천수대) 회원이 히트, 연속으로 입질 받은 그는 순식간에 95, 99, 123cm 부시리 세마리를 낚아내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최형훈(순천풍운) 회원이 딱 한 번 받은 입질에 121cm를 끌어올렸고 이태안(돛단섬) 회원은 첫 입질에 105cm 부시리를 낚은 후 연이은 입질에선 바늘이 부러지는 불운을 겪었다. 대부시리의 괴력은 15호 강철 바늘을 부러뜨리고도 남기 때문에 바늘을 부러뜨린 대부시리의 크기를 좀처럼 가늠할 수 없었다.
▲ 최형훈 회원이 오후 4시에 낚은 121cm 대부시리를 보여주고 있다.
▲ 갈비탕만둣국으로 점심식사를 하는 회원들.
낚시는 해가 진 직후까지 계속했다. 가끔 해거름에도 대부시리가 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당일에는 대부시리 대신 40cm 내외의 참돔이 연신 입질해댔다.
낚시를 마치고 항에 들어온 후에는 낚은 부시리를 재계측했다. 으랏차차홍도 회원들은 3개월마다 회원들끼리 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최대어, 최다어상을 수여한다. 오늘 출조는 부시리낚시 출조의 막바지에 해당하는 날로 꼼꼼하게 계측해 회원들의 순위를 가렸다. 3월 마지막 출조에서 최대어, 최다어 수장자가 결정될 예정이다.
▲ 취재 당일 가장 많은 부시리를 올린 천동화 회원. 사진의 부시리는 123cm며 두 마리를 더 낚았다.
▲ 천동화 회원이 123cm 대부시리를 수면으로 올리자 박성용 선장이 뜰채를 대고 있다.
취재일에 132cm 최대어를 낚은 이기운 부회장은 “남해 먼바다엔 여전히 무시무시한 대부시리가 많습니다. 도전에는 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와 함께 화끈한 손맛을 함께할 낚시인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경험한 대부시리 선상찌낚시는 예전과 차원이 다른 파워를 보여주었다. 으랏차차홍도 회원들이 대부시리에 맞서 랜딩에 성공하는 모습은 ‘전문꾼’ 그 자체였고 163cm 대부시리 기록도 곧 깨질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취재협조 네이버카페 으랏차차홍도 cafe.naver.com/hongdo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