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철이면 빨래판 붕어들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와 산란하는 해창만수로. 

광주의 조연안 씨가 송산1교 위 송산강에서 월척을 낚아내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전남 광양과 고흥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다. 영암호와 금호호 등의 낚시터들이 개발되기 전에는 호남 제1의 낚시터로 으레 고흥을 꼽았다. 

수도권 낚시인에게도 유명세를 탔던 봉암지, 내봉지, 점암지, 신양지, 해창만수로 등이 대거 포진해 있고, 지난달 화보로 소개한 반산지처럼 자잘한 소류지이면서도 대물 붕어를 배출하는 알짜배기 낚시터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아무튼 고흥은 어딜 가도 빈작이 없을 정도로 붕어 자원이 풍부한 고장이다.

이번 화보 취재지는 지난달 고흥 반산지 출조 때 회원들과 약속한 해창만수로로 정했다. 해창만수로는 매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산란기를 맞은 대물급 붕어들이 상류로 몰린다. 씨알과 마릿수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봄, 화보 취재 때 4짜 붕어로 대박을 쳤던 시목강을 비롯해 필자가 지면에 소개했던 구간들은 1월부터 낚시인들로 붐볐다. 

그러나 조황은 날씨와 배수 유무에 따라 달라졌다. 낱마리 또는 입질 한 번 받지 못한 낚시인도 많았다. 반면 며칠간 따뜻한 날씨가 지속하던 날은 조황도 좋았다. 특히 유명세를 치렀던 포인트보다는 예초기와 낫을 사용해 갈대를 베어내고, 생자리를 개척했던 낚시인들이 허리급 붕어와 4짜어까지 낚아낼 수 있었다. 고생한 만큼 결과도 좋은 법이다.

송산강에서 들려온 낭보 

▲ “아이고 힘들다 힘들어!” 혼자 들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붕어를 올린 취재팀이 사진 촬영을 위해 본부석으로 이동 중이다. 

촬영 후에는 모두 방류했다.

본격적으로 해창만 시즌이 도래한 지난 3월 초순. 화보 촬영 출조를 보름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상현 회원과 유준재 회원에게 미리 답사를 다녀오도록 특명을 내렸다. 150만 평의 해창만수로에서도 그동안 낚시춘추 지면에 실리지 않은 낚시터를 개발하는 게 첫째 목적이었다. 

그 결과 이상현 회원과 유준재 회원이 송산2교 다리 밑에서 2박3일간 각각 80여 마리의 붕어를 낚았다며 송산강을 강력추천 했다. 송산강은 해창만수로의 본강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있는 샛수로다. 길이 700m에 수로 폭은 80m 정도. 수량이 많을 때는 진입이 힘들고 배수 이후에는 바닥이 질퍽거리는 자리다. 장화를 착용해야만 진입할 수 있다. 

3월 18일에 송산강을 찾았다. 지난주 이상현 회원과 유준재 회원이 거둔 조과 소문이 돌았는지 포인트에는 다른 낚시인들이 먼저 와 선점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취재팀의 이재근 회원이 전날 들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지난밤 조황이 궁금해 살림망을 들춰보고는 깜짝 놀랐다. 혼자서는 도저히 끌어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릿수 조과를 거두고 있었다. 도대체 몇 마리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1백 마리 가까이 될 것입니다. 낚이면 대부분 29센티미터 전후가 많고 최고는 38센티미터입니다. 월척만 스물 댓 마리는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 취재팀이 거둔 조과. 일부 살림망 속 고기만 펼쳐놓은 것이다. 

왼쪽부터 유준재, 박종묵, 이재근, 이상현 회원.

이재근 회원 우측 갈대숲 안쪽에 생자리를 개척하는 낚시인이 있어 다가가 봤다. 유준재 회원이었다. 유준재 회원은 지난주에 앉았던 자리를 다른 낚시인에게 선점당한 터라 어쩔 수 없이 생자리를 개척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무리 둘러봐도 필자가 앉을 자리는 찾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송산강과 인근 남촌강 두 곳으로 팀원들을 1진과 2진으로 나누어 낚시해 보기로 했다. 나는 이상현 회원이 추천한 남촌강으로 차를 몰았다. 남촌강은 상포강에서 북동쪽으로 갈라진 샛수로다. 농로를 시멘트길로 깔끔하게 포장해 진입이 수월해졌다. 취재팀 1진이 낚시하고 있는 송산강에서 서쪽으로 약 1km 떨어진 지점이었다. 

▲ “넣으면 나온다는 말이 실감나는 낚시터입니다.” 

해창만수로 남촌강에서 마릿수 월척붕어로 손맛을 봤던 박종묵, 유준재 회원.

▲ 새벽 시간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수달이 필자의 살림망을 노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자리 없어 찾아간 남촌강에서 초대박 

▲ 남촌강의 아침. 박종묵 회원이 아침 입질을 받아내고 있다.

남촌강의 붕어는 하류 배수펌프장 너머 상포강에 머물던 붕어들이 산란을 위해 대거 거슬러 올라온 것들이다. 그래서 봄철에는 붕어 개체수가 많은 것이 장점이다. 

바람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는 남촌강 중류에 자리를 잡았다. 대를 펴기 전에 조용히 앉아 수초대를 살펴봤다. 혹시나 산란하고 있을 붕어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서였다. 

한참 동안 지켜봤는데도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다면 붕어가 수초대로 파고들지는 않았다는 이야기. 그림 좋은 수초대를 과감히 포기하고 말즘이 자라는 수심 80~90cm의 맨바닥을 포인트로 선택했다.집어를 위해 마루큐사의 신제품 ‘노리텐’ 떡밥을 무르게 개어 헛챔질을 몇 차례 해줬다. 입질용으로는 역시 노리텐 떡밥을 콩알만 하게 작게 달아서 입질을 기다렸다. 그러나 깐죽거리는 입질만 들어올 뿐 시원하게 올리는 입질은 없었다.

정오부터 오후 2시가 되도록 입질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송산강에 자리를 편 이상현 회원에게 전화를 해봤다. 이상현 회원은 “송산강에는 찌가 자리를 잡기만 하면 바로 입질이 옵니다”라고 말하며 “향어 입질처럼 깐죽거리는 입질이 모두 붕어 입질입니다”라고 알려줬다.설명이 더 필요해 지난주 대박 조황 때도 입질이 약했냐고 물었더니 그랬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이에 나는 예민하게 찌맞춤한 스위벨 채비의 찌를 살짝 더 내려 낮케미가 수면에 걸치도록 만들었다. 스위벨이 약간 바닥에서 뜨고 목줄만 늘어지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자 정면에 있던 4칸 대서 역시 향어 입질처럼 약한 입질이 이어졌다. 혹시나 해서 찌의 움직임을 보고 챔질했더니 뭔가 턱~하며 걸리는 느낌과 동시에 옆으로 째는 힘이 대단했다. 올라온 것은 월척이 훨씬 넘는 붕어였는데 계측자에 올리니 36cm 허리급 월척 붕어였다. 

살림망을 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우측 4.8칸 대의 찌가 반 마디 정도 오르내리고 있어 얼떨결에 챔질했다. 역시 붕어였다. 월척에서 살짝 빠지는 29.5cm였다.

▲ 해창만수로 남촌강 상류 전경. 산란을 앞둔 붕어들이 상류의 얕은 수심까지 거슬러 올라왔다.

▲ 송산강 하류와 본강이 만나는 지점에 98MW 규모의 해창만 수상태양광이 설치되어 있다.

v

▲ 남촌강에서 월척을 낚아낸 필자. 맨바닥 말즘 사이를 노려 서른 마리가 넘는 월척을 낚아냈다.

입질 패턴을 파악한 뒤로는 소나기성 입질이 이어졌다. 순식간에 낚아낸 붕어가 열 마리를 넘어서고 있었다. 결국 12대의 낚싯대 중 입질이 잦은 다섯 대만 남겨놓고 채비를 회수했다. 다섯 대로도 바빴기 때문이다.

역시 아직 연안 정수수초대에는 산란 붕어가 유입되지 않았다. 붕어들은 맨바닥처럼 보이는 곳의 수중에 침수수초인 말즘 무더기 속에서 먹이활동 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 해창만수로는 농수로공사가 끝나 모든 농로가 수로와 연결되어 있다. 

시험 삼아 농수로에 앉았던 이상현 회원이 붕어를 올리고 있다.

▲ 해창만수로는 물만 고여 있으면 붕어는 살고 있음을 증명하듯 이상현 회원이 농수로에서 낚아낸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 남촌강 하류 배수 펌프장에 자리한 광주의 박종호 씨가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수로이지만 바닥에 자갈이 많이 깔려 있어 떡밥이 잘 먹힌다.

찌톱 반 마디 움직일 때를 놓치지 마라 

오후 5시. 하루 중 마지막 바람이 몰아치는지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와 잠시 낚시를 접고 저녁식사를 위해 취재팀 1진과 2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송산강에서 입질 패턴을 정확히 읽은 회원들은 저마다 30~40 마리씩의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반면 평소처럼 찌올림이 클 것으로 예상하며 한 없이 솟는 입질을 기다렸던 현지 낚시인들은 거의 몰황 수준이었다. 수중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몰라도 붕어의 입질은 완전 미약했다.

해가 질 무렵 거세게 불어오던 바람도 밤 9시를 넘기자 잦아들어 수면은 장판으로 변했다. 파도가 사라지자 불빛만 살짝 내놓은 전자케미 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 남촌강에서 미약한 입질을 살피고 있는 박종묵 회원. 

찌톱 반 마디만 움직일 정도로 찌 놀림이 좋지 못했다.

입질은 낮과 거의 흡사했다. 대부분 입질 표현이 반 마디만 꾸물거리며 오르내릴 뿐이었다. 그 입질 범주 내에서 챔질 해보면 어김없이 붕어가 걸려 나왔다. 29cm 전후로 자로 잰 듯한 크기의 붕어가 낚이는 도중 가끔씩 32~33cm 월척이 섞여 낚였다. 커피 한잔 마실 여유도 주지 않고 붕어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면서 살림망에는 붕어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침 8시. 붕어 입질은 계속되었지만 마냥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취재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송산강과 남촌강을 둘러봤다. 송산강 중류에서 철수를 서두르고 있는 낚시인을 만났다. 부산에서 왔다는 서영현 씨와 아들인 서민석 씨 부자였다. 매주 호남지방 낚시터를 찾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고흥이 부산에서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조황도 좋아 자주 찾는 편이라고. 해창만수로의 경우 낚시지도를 보면서 비교적 낚시인들이 많지 않은 생자리 포인트를 찾아 낚시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영현 씨는 “어젯밤에는 대체로 밤낚시가 잘 되었고 새벽에 37, 38, 42, 43센티미터의 대물도 낚아냈다”고 말했다. 미끼는 옥수수 글루텐과 어분글루텐을 반반 섞여 사용했다고 한다. 

송산2교 다리 아래쪽에 자리했던 이재근 회원의 경우 터질 듯한 살림망을 혼자 들지 못해 유준재 회원과 함께 들고 나와 사진을 찍었다. 오전 10시 무렵. 다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자 엄청난 마릿수 호황을 누렸던 우리는 미련 없이 철수를 서둘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란철에 해창만수로를 찾은 회원들은 1인당 50~100마리의 붕어 손맛을 봤다. 이재근  회원과 이광희 회원은 사진을 찍기 위해 쏟아놓은 자신들의 붕어를 보고는 새삼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광희 회원은 “1년 동안 낚을 붕어를 하룻밤에 다 낚았다”라며 즐거워했는데 덤으로 낚아낸 50cm 크기의 메기만 남기고 나머지 붕어들은 모두 방생했다. 

▲ 배스 천국이었던 해창만수로는 최근 배스가 급감했다. 낚이는 씨알도 30cm 이하급이 많다.

FISHING GUIDE

산란기 이후 해창만수로 낚시요령해창만수로는 3월 마지막 주에 대부분의 붕어 산란이 끝났다. 4월로 접어들며 수온이 오름과 동시에 블루길의 성화도 감내해가며 낚시를 해야 될 때가 됐다. 해창만수로가 유명해지면서 기존 유명 포인트와 주차 장소가 가까운 곳은 의외로 조황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생자리를 개척하는 게 유리하다. 해창만수로 붕어낚시는 무엇보다도 물색이 중요하다. 따라서 포인트를 미리 정하고 출조했더라도 물색이 맑으면 목적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 주변 지류권을 돌아보며 물색 탁한 곳을 찾아야 한다. 통계적으로 낮에는 27~29cm가 마릿수가 낚이고, 밤낚시에는 허리급 이의 월척이 낱마리로 낚이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새벽 4시부터 아침 시간까지는 낚시에 집중해야 한다. 미끼는 글루텐이 단연 유리하지만 블루길 성화가 없을 때는 지렁이도 효과적이다.

▲ 해창만수로에서 가장 잘 먹혔던 마루큐사의 신제품인 ‘노리텐’ 떡밥과 필자가 사용한 스의벨 채비. 

예민한 찌맞춤은 필수적이었다.

▲ 사용하고 남은 지렁이를 싱싱하게 보관하기 위해 풀을 썰어 넣은 모습.

▲ 연안 수초 사이에 떠다니는 농약병과 스티로폼 등의 쓰레기들을 수거한 취재팀.

가는 길  송산강 포인트-전남 고흥군 포두면 남촌리 1093-1, 남촌강 포인트-전남 고흥군 포두면 남촌리 1035-6